골프/빈스윙 칼럼

자카르타 골프장에서 받은 엄청난 충격

빈스 윙 2011. 10. 1. 08:00

많은 독자들이 내가 약 1주일간 글을 올리지 않은 것에 대해 궁금해 하셨던 것 같다. 일부 독자들은 쪽지를 보내와 무슨 일 있냐고 묻는 분들도 있었고, 어제 오랜만에 글을 올리자 많이 기다렸다는 댓글을 달아주신 분들이 계시다. 나로서는 여간 고마운 일이 아니다. 보잘것없는 나의 글을 애타게(?) 기다린 독자 분들이 계시다니 어찌 고마운 일이 아니겠는가. 이 자리를 빌어서 애독자 분들께 감사의 뜻을 전한다.

 

지난 주에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출장을 다녀온다고 글을 올리지 못했다. 업무를 마치고 두 번의 라운드 기회를 가졌는데, 한 번은 그저 평범한 퍼블릭 코스에서 평범하게 나의 핸디대로 라운드를 즐기면서 지갑도 제법 두툼하게 챙길 수 있었다.

 

한국과는 잔디가 조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 잎은 넓으면서도 힘이 없는지 공이 잔디에 떠있다는 느낌은 없고 잔디 바닥에 찰싹 붙어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페어웨이 좌우에는 나무들이 많았는데 공이 나무 사이로 들어가면 레이업을 해야 했지만, 재수가 좋으면 나무를 맞고 페어웨이로 굴러 들어오기도 했다.

 

언듈레이션이 거의 없는 평탄한 지형에 조성되어서 러프지역에서도 공이 발보다 높거나 낮은 상태에서 샷을 하게 되는 경우가 거의 없었고, 그린은 약간 불만스러울 정도로 관리가 안되어 매우 느린 그린이었다. 그래도 주말에 원화로 4만원 정도의 저렴한 그린피로 18홀을 돌 수 있었고, 저녁에 한턱 낼 수 있을 정도로 지갑도 채웠으니 만족한 라운드였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날 발생했다. 두 번째 라운드는 약간 고급스러운 회원제 골프장에서 라운드를 했는데, 동행했던 친구가 몇 가지 주의 사항을 알려주었는데 한국과는 잔디가 많이 다르고, 우드샷 조차도 가파르게 스윙을 해서 디봇을 만들어야 하고, 조금이라도 뒤땅이 나면 클럽이 땅에 박혀서 거리 손실이 크고, 러프가 깊은 편이니 러프지역에서는 무조건 아이언을 잡고 치기 편한 곳으로 레이아웃을 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얘기였다.

 

나는 친구의 주의사항에 특별 난 것이 별로 없다고 생각해서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 보냈는데, 제대로 칠 수 있는 샷은 오직 드라이버 샷 하나 밖에 없다는 것을 라운드가 끝날 무렵에야 알게 되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내 핸디보다도 10타가 넘는 타수를 기록했고, 전날 땄던 돈의 두 배 이상의 출혈을 감수해야 했다. 올해는 라운드를 자주 한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핸디에서 한두 타 차이 정도로 꾸준한 스코어를 냈던 나로서는 엄청난 충격이었다.

 

 

내가 가본 골프장 중에서 가장 멋진 골프장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좋은 골프장이었는데, 좋은 골프장은 어렵게 만들어야 그 진가를 발휘하는 것인가? 언듈레이션이 너무 심해서 페어웨이에 공이 떨어져도 발과 공의 위치가 같은 곳은 거의 없고, 페어웨이 잔디는 마치 그린 위의 잔디처럼 부드러우면서도 아주 짧게 깎아 놓았고, 벙커의 모래는 무거워서 웬만큼 강하게 치지 않으면 탈출이 힘들 정도였고, 도그렉홀은 왜 그리도 많은지 코스를 뺑글뺑글 돌아가다 보니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대부분의 세컨샷을 고구마(또는 우드)로 하는 나로서는 습관적으로 쓸어 치는 듯이 플랫한 스윙을 했는데 조금이라도 임팩트가 정확하지 않으면 톱볼에 뒤땅에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헤매고 다녔다. 더군다나 팔꿈치 엘보우로 인해 가파른 스윙을 한다 싶으면 나도 모르게 움찔거리면서 스윙을 하다 보니 스윙이 제대로 될 리도 없었을 것이다.

 

그래도 전날에 비해서 너무 다른 나의 스윙에 대해 한번쯤 생각을 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먼저 드라이버샷은 오비가 하나도 없었으니 크게 문제가 없다. 슬라이스도 별로 안 나고 스트레이트성으로 잘 날아갔다. 그런데 페어웨이에서의 샷이 엉망이었다. 고구마는 끝까지 나를 외면했고, 아이언은 이상하게도 내 거리가 나오지 않았다. 분명히 그런대로 잘 맞은 것 같은데 원래 거리보다 짧게 나온 이유를 잘 모르겠다. 그리고 평소에는 거의 없던 쌩크가 많이 나왔다.

 

나는 그 이유를 잔디에서 찾고 싶은데, 옳은 생각인지 모르겠다. 같이 라운드를 한 친구 말대로 모든 샷을 가파르게 스윙해서 디봇을 만들어야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도대체 잔디에 따라서 스윙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

 

PGA투어나 LPGA투어에서 선수들이 아이언샷을 하는 것을 보면 디봇이 한 뭉텅이씩 떨어져 나간다. 꼭 그렇게 디봇을 만들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는데, 그 날 만큼은 프로선수들처럼 디봇을 만들지 않으면 제대로 된 샷이 나오지 않았다. 한국에서는 일부러 디봇을 만들어가며 샷을 한 적이 없는데, 그 잔디는 도대체 어떤 특성을 가졌길래 클럽이 약간만 공 뒤에 떨어져도 거리가 왕창 줄어드는지 모르겠다.

 

예전에 잔디의 특성에 대해 공부를 한 적이 있기는 한데, 책에 나오는 잔디에서 샷을 해가면서 연구할 수는 없다 보니 그냥 포기하고 말았다. 그저 양 잔디에서는 디봇을 만드는 샷을 구사하고, 한국형 잔디에서는 굳이 일부러 디봇을 만드는 샷을 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를 들은 적은 있는 것 같은데, 그 말이 맞는지 모르겠다.

 

어째든 난 이번에 새로운 환경에서 라운드를 하면서 적잖이 당황했고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귀국해서도 글을 쓸 엄두를 내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내가 잔디 운운하는 것이 뭔가 핑계를 대고 싶어서 하는 소린지도 모른다. 그래. 그게 내 실력이라고 인정하고 엘보우 통증으로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으니 그냥 털어버리자. 그리고 더욱 열심히 연습하자. 그런데 엘보우는 언제쯤 좋아지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