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빈스윙 칼럼

벙커, 헤저드는 골퍼들을 구제하기 위한 것?

빈스 윙 2011. 10. 2. 08:00

초보골퍼들이 벙커나 헤저드를 바라보는 시선은 그리 곱지 않을 것이다. 벙커에 들어가면 한두 타 정도는 까먹고, 헤저드에 들어가면 벌타를 받는 것을 떠나서 기분이 썩 유쾌하지만은 않다. 초보골퍼들도 언젠가는 벙커에 들어가도 개의치 않고, 헤저드는 피해 다닐 줄 아는 실력으로 성장하겠지만 껄끄러운 존재임은 확실하다.

 

작년 말쯤으로 기억하는데, 현재 80대 중반 정도의 타수를 꾸준히 유지하고, 골프 입문 후 1년 만에 몇 차례 싱글 스코어를 기록한 경력이 있는 친구와 식사를 하면서 벙커와 헤저드는 골퍼들을 구제하기 위해 있는 안전장치라는 말을 들었다. 이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린가? 초보골퍼들에게는 분명히 타수를 잃게 하는 벙커와 헤저드가 골퍼들을 구제하기 위한 안전장치라니.

 

그 친구의 설명을 들어보니 초보골퍼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지만, 지금 곰곰이 생각해보니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것도 같다. 먼저 대부분 골퍼장의 벙커는 페어웨이 좌우 측에 있는 경우가 많다. 처음에 거리가 나지 않을 때는 페어웨이에 있는 벙커는 염려하지 않아도 되었지만, 어느 정도 거리가 나가자 티샷한 공이 떨어지는 위치는 항상 페어웨이 벙커 부근이었다.

 

드라이버로 티샷한 공이 항상 페어웨이 중앙으로 간다면 좋겠지만, 클럽페이스가 열려서 오른쪽으로 갈수도, 당겨 치면서 왼쪽으로 갈수도 있는 법이다. 그런 상황에서 페어웨이 벙커가 없다면 오비가 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 그 친구의 설명이었다. 그러니 페어웨이 벙커는 오비를 막아주는 구세주 같은 존재라는 것이다.

 

그린 뒤쪽에 있는 벙커나 좌우에 있는 벙커도 마찬가지로 오비를 막아주는 안전장치이고, 그린 앞쪽에 있는 벙커는 골프의 재미를 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는 그 친구의 말을 초보골퍼들이 받아들이기에는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초보골퍼들도 벙커를 부정적인 존재로만 볼 것이 아니라, 그 친구 말대로 긍정적인 마인드로 바라보는 여유를 가질 필요는 있을 것 같다.

 

헤저드가 안전장치라는 말은 벙커와는 맥을 달리하는 부분이 있다. 가능하면 헤저드를 피해 다니면 좋겠지만, 항상 그럴 수는 없는 법이다. 오비지역으로 설정할 수도 있지만 헤저드로 정해 놓은 곳은 오비나 마찬가지인데 헤저드 처리를 하니 조금 더 앞에 가서 칠 수 있으니 좋고, 헤저드에 빠지는 것이 오비가 나는 것보다는 심적인 동요가 덜 하기 때문에 좋다는 설명이었다. 다분히 멘탈적인 측면을 고려한 설명이라고 생각된다.

 

헤저드에 공이 빠지면 오비가 난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으로, 감사하는 마음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임하면 마음의 동요를 막을 수 있고 편안하게 그 다음 샷을 준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분명히 일리가 있는 말이라고 생각되지만, 초보골퍼에게는 전제조건이 하나 있다. 페어웨이 벙커에 빠져서 한번 만에 탈출하지 못하고 벙커 안에서 헤맨다면 그것은 오히려 오비가 나는 것보다도 못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벙커에서 한번 만에 탈출하지 못하고 미스샷을 하게 되면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라운드 전반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으니 말이다.

 

공이 헤저드에 빠졌을 때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다음 샷을 준비하는데도 훈련이 필요하다. 특히, 초보골퍼들은 미스샷을 만회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헤저드에 공을 빠뜨리고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기가 쉽지 않다. 나는 그 친구의 말을 초보골퍼들도 마음수련이나 멘탈훈련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어째든 골프라는 운동에서 부정적인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는 벙커, 헤저드, 오비 등과 같은 장애물을 긍정적인 마인드로 받아들이자는 취지의 말은 초보골퍼들도 한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