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정도 구력을 가진 골퍼나 고수들은 공을 왼쪽으로 치면 왼쪽으로 가지만, 초보골퍼들은 왼쪽으로 치면 칠수록 공은 오른쪽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 수 년 동안 공이 오른쪽으로 가는 왕 슬라이스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다.
고수들은 공이 오른쪽으로 가더라도 공의 구질에 맞춰 라운드를 하지만, 초보골퍼들은 오른쪽으로 가는 공을 앞으로 가게 하려고 애를 쓴다. 고수들은 슬라이스가 나면 에임을 왼쪽으로 해서 페어웨이에 공을 떨어뜨리지만, 초보골퍼들은 슬라이스가 나는 공을 바르게 펴보려고 하다가 오비를 내는 것이 다반사다.
도대체 초보골퍼들의 공은 왜 슬라이스가 나는 걸까? 나의 경험을 토대로 슬라이스 구질이나 공이 왼쪽으로 가는 이유를 시간대별로 살펴 보겠다.
첫째, 내가 처음 드라이버를 잡고 스윙을 했을 때의 느낌은 왠지 긴 샤프트가 부담스러웠다. 그리 무겁지도 않은 드라이버가 부담스러웠던 것은 휘두르는 방법을 몰랐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렇게 휘두르는 방법을 모르다 보니 몸의 회전에 비해 스윙 스피드가 느려서 클럽 페이스가 열린 상태에서 임팩트 되므로 공이 오른쪽으로 간 것으로 기억된다.
초보골퍼들이 주로 연습하는 7번 아이언으로 스윙을 하다가 드라이버를 잡으면 그 길이가 부담스러운 경우가 많다. 특히 나처럼 키가 작은 경우에는 7번 아이언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스윙궤도가 플랫해져야 하는데 초보시절에는 스윙궤도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고 레슨을 받아도 이론적인 내용은 거의 전무하고 스윙동작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라고 가르치니 헛갈리기도 하고 몸 따로 생각 따로 노는 그런 스윙을 하게 된다.
둘째, 스윙 스피드가 느려서 공이 오른쪽으로 간다는 생각은 못하고, 의도적으로 공을 왼쪽으로 보내려고 아웃-인 궤도의 스윙을 하기 시작했다. 아웃-인 궤도의 스윙을 하게 되는 이유는 공을 왼쪽으로 보내려고 하는 마음과 함께 공을 맞히려는 생각에 상체가 공을 향해 덤벼드는 것(엎어 치는 스윙)도 원인일 수 있다.
공을 왼쪽으로 보내기 위해 아웃-인 궤도를 그리는 것은 어찌 보면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일수도 있다. 공이 오른쪽으로 가니 왼쪽으로 보내려면 아웃-인 궤도로 스윙을 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다. 하지만 그것은 공과 클럽 페이스의 만남에 대해 모르는 사람의 얘기다.
나 역시 그 당시에는 공이 오른쪽으로 가는 이유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했으니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아웃-인 궤도로 스윙을 한 것이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아니 내가 공이 오른쪽으로 가는 이유를 알았다 하더라도 공이 계속 오른쪽으로 가는데 인-아웃 혹은 인-인으로 스윙 하는 배짱이나 용기를 내기가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이제는 문제가 2가지로 늘어났다. 몸의 회전에 비해 헤드 스피드가 느려서 클럽 페이스는 열리고, 스윙궤도는 아웃-인 궤도를 그리니 본격적으로 슬라이스가 나기 시작한다. 잘(?) 하면 상상도 못할 바바나킥이 되어 페어웨이 오른쪽 언덕을 넘어 옆 홀로 넘어가는 혹은 숲 속으로 들어가는 오비를 내기 시작한다.
이렇게 왕 슬라이스를 내던 시절에 내가 들었던 말 중에서 기억나는 것은 ‘엎어 쳐서 그렇다’, ‘힘이 들어가서 그렇다’, ‘헤드업을 해서 그렇다’ 등등의 말인데, 그 당시에 나에게 도움이 되는 말은 하나도 없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결론은 공과 클럽 페이스가 스퀘어하게 만나지 못함으로 인해 사이드 스핀이 과도하게 걸렸기 때문인데 그러한 내용을 설명해 주는 사람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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