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빈스윙 칼럼

초보골퍼, 왜 항상 공이 오른쪽으로만 갈까?

빈스 윙 2011. 10. 19. 08:00

어느 정도 구력을 가진 골퍼나 고수들은 공을 왼쪽으로 치면 왼쪽으로 가지만, 초보골퍼들은 왼쪽으로 치면 칠수록 공은 오른쪽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 수 년 동안 공이 오른쪽으로 가는 왕 슬라이스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다.

 

고수들은 공이 오른쪽으로 가더라도 공의 구질에 맞춰 라운드를 하지만, 초보골퍼들은 오른쪽으로 가는 공을 앞으로 가게 하려고 애를 쓴다. 고수들은 슬라이스가 나면 에임을 왼쪽으로 해서 페어웨이에 공을 떨어뜨리지만, 초보골퍼들은 슬라이스가 나는 공을 바르게 펴보려고 하다가 오비를 내는 것이 다반사다.

 

도대체 초보골퍼들의 공은 왜 슬라이스가 나는 걸까? 나의 경험을 토대로 슬라이스 구질이나 공이 왼쪽으로 가는 이유를 시간대별로 살펴 보겠다.

 

첫째, 내가 처음 드라이버를 잡고 스윙을 했을 때의 느낌은 왠지 긴 샤프트가 부담스러웠다. 그리 무겁지도 않은 드라이버가 부담스러웠던 것은 휘두르는 방법을 몰랐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렇게 휘두르는 방법을 모르다 보니 몸의 회전에 비해 스윙 스피드가 느려서 클럽 페이스가 열린 상태에서 임팩트 되므로 공이 오른쪽으로 간 것으로 기억된다.

 

초보골퍼들이 주로 연습하는 7번 아이언으로 스윙을 하다가 드라이버를 잡으면 그 길이가 부담스러운 경우가 많다. 특히 나처럼 키가 작은 경우에는 7번 아이언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스윙궤도가 플랫해져야 하는데 초보시절에는 스윙궤도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고 레슨을 받아도 이론적인 내용은 거의 전무하고 스윙동작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라고 가르치니 헛갈리기도 하고 몸 따로 생각 따로 노는 그런 스윙을 하게 된다.

 

둘째, 스윙 스피드가 느려서 공이 오른쪽으로 간다는 생각은 못하고, 의도적으로 공을 왼쪽으로 보내려고 아웃-인 궤도의 스윙을 하기 시작했다. 아웃-인 궤도의 스윙을 하게 되는 이유는 공을 왼쪽으로 보내려고 하는 마음과 함께 공을 맞히려는 생각에 상체가 공을 향해 덤벼드는 것(엎어 치는 스윙)도 원인일 수 있다.

 

공을 왼쪽으로 보내기 위해 아웃-인 궤도를 그리는 것은 어찌 보면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일수도 있다. 공이 오른쪽으로 가니 왼쪽으로 보내려면 아웃-인 궤도로 스윙을 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다. 하지만 그것은 공과 클럽 페이스의 만남에 대해 모르는 사람의 얘기다.

 

나 역시 그 당시에는 공이 오른쪽으로 가는 이유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했으니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아웃-인 궤도로 스윙을 한 것이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아니 내가 공이 오른쪽으로 가는 이유를 알았다 하더라도 공이 계속 오른쪽으로 가는데 인-아웃 혹은 인-인으로 스윙 하는 배짱이나 용기를 내기가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이제는 문제가 2가지로 늘어났다. 몸의 회전에 비해 헤드 스피드가 느려서 클럽 페이스는 열리고, 스윙궤도는 아웃-인 궤도를 그리니 본격적으로 슬라이스가 나기 시작한다. (?) 하면 상상도 못할 바바나킥이 되어 페어웨이 오른쪽 언덕을 넘어 옆 홀로 넘어가는 혹은 숲 속으로 들어가는 오비를 내기 시작한다.

 

이렇게 왕 슬라이스를 내던 시절에 내가 들었던 말 중에서 기억나는 것은 엎어 쳐서 그렇다’, ‘힘이 들어가서 그렇다’, ‘헤드업을 해서 그렇다등등의 말인데, 그 당시에 나에게 도움이 되는 말은 하나도 없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결론은 공과 클럽 페이스가 스퀘어하게 만나지 못함으로 인해 사이드 스핀이 과도하게 걸렸기 때문인데 그러한 내용을 설명해 주는 사람이 없었다.

 

 

셋째, 그렇게 휘어지는 공을 바로 펴보려는 노력 끝에 스윙 스피드가 조금씩 빨라지게 되고, 그립도 약간은 강한 그립으로 잡으면서, 아웃-인 궤도상에서 점점 공과 클럽 페이스가 스퀘어하게 만나다 보니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로 공이 별로 휘어지지 않고 오비가 나지 않을 정도로 약한 슬라이스를 내다가 몇 번은 스트레이트성으로 가기도 하다가 결국은 공이 왼쪽으로 가기 시작한다. 사실 공이 처음으로 몇 번 왼쪽으로 갔을 때는 정말 기뻤다. 그리고 드디어 슬라이스 지옥에서 탈출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참고글 : '드디어 감 잡았다. 드라이버 샷 슬라이스 - http://blog.daum.net/beanswing/395'

 

하지만 이 때부터 나의 공은 난을 치기 시작했다. 오른쪽으로 가는가 싶어서 왼쪽으로 에임을 하면 왼쪽으로 가고, 왼쪽으로 에임을 하면 똑바로 날아 가기도 하고. 좀처럼 공이 날아가는 방향에 갈피를 잡지 못했다. 그리고는 예전에는 주로 오른쪽으로 오비가 났는데, 이제는 왼쪽 오른쪽을 가리지 않고 오비가 난다. (이 때가 라운드하기 가장 어려웠던 시기가 아닌가 한다.)

참고글 : '초보골퍼들을 괴롭히는 악의 축 - 슬라이스, http://blog.daum.net/beanswing/478'

 

강한 그립을 잡으면서 아웃-인 궤도상에서 공과 클럽 페이스가 스퀘어로 만나면 공은 왼쪽으로 가고, 클럽 페이스가 열려 맞는 정도에 따라 슬라이스의 정도에 차이가 났다. 그리고 가끔씩은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겠지만 똑바로 가기도 한다. 이 단계는 복합적인 이유로 공이 똑바로 가기도 하고 방향을 가리지 않고 날아 가기도 했던 시기다. 따라서 원인을 찾기도 가장 힘들었던 시기다. 결론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이었다.

 

넷째, 그립부터 다시 점검하면서 이번에는 스윙궤도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그래서 스윙궤도가 점차 인-아웃이나 인-인으로 변해간다. 그런데 거리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체중이동에 관심을 가지고 스윙을 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체중이동에 관한 이해부족으로 상체가 앞서 나가는 스윙을 한다. 상체가 앞서 나가다 보니 클럽이 못 따라와 또 다시 클럽 페이스가 열려 맞기 시작한다. 다시 슬라이스다.

 

상체가 앞서 나가다 보니 공을 끝까지 보지도 못하고, 다운스윙에서 왼쪽 벽을 형성하지도 못하고, 임팩트 순간에 머리는 이미 공보다 앞서 나가 있게 되는 스윙을 하게 되었다. 임팩트 순간에 머리를 공 뒤에 두면서 몸이 스웨이되는 것에 최대한 신경을 써서 스윙을 하니 슬라이스가 잡히는 듯싶었다.

참고글 : '머리를 공 뒤에 두는 것과 헤드업의 관계 - http://blog.daum.net/beanswing/377'

 

다섯째, 그런데 몸이 스웨이되는 것에 신경을 쓰면서 몸통의 회전에 중점을 두어 스윙을 하다 보니 이번에는 가끔씩 왼쪽 어깨가 열려서 클럽 페이스가 열린다. 힙보다 어깨가 먼저 열리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또 다시 슬라이스의 악몽에 시달린다.

 

가슴으로 공을 치라고 했던가? 몸과 팔의 일체감을 형성하라고 했던가?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린가 했는데 왼쪽 어깨가 먼저 열리는 것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인가 보다. 그런 느낌과 함께 공을 오른쪽에서 친다고 생각하니 몸이 스웨이 되는 것도 없어졌고, 어퍼블로 스윙이 되는지 탄도가 많이 높아졌다.

 

예전에는 옆(오른쪽)에서 친다는 느낌으로 임팩트를 못했던 이유가 그렇게 치면 사이드 스핀이 많이 걸릴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생각이 틀린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그 때는 아웃-인 궤도로 스윙을 했으니 클럽 페이스가 약간만 열리면 사이드 스핀이 걸릴 수 밖에 없는 스윙이었다.

 

여기까지가 내가 경험한 슬라이스와 공이 오른쪽으로 가는 구질에 대한 모든 것이다. 아마도 이 정도면 초보골퍼가 경험할 수 있는 슬라이스에 대한 모든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구질과 관계없이 공이 오른쪽으로 가는 이유를 하나 더 언급한다면 초보골퍼들은 어깨선을 목표지점에 맞춰 에임을 오른쪽으로 하는 경향이 많다는 것이다. - 물론 왼쪽으로 에임을 하는 골퍼들도 있지만.)

 

예전에 비하면 지금은 슬라이스에 대한 걱정을 별로 하지 않는다. 이렇게 하기까지 거의 2년이라는 세월을 흘려 보냈다. 그리고 앞으로 또 어떤 이유로 공을 오른쪽으로 보내거나 슬라이스의 악몽을 꾸게 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다만, 나의 이런 경험이 슬라이스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 초보골퍼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글을 마무리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