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빈스윙 칼럼

골프, 어느 종목의 스포츠 선수들이 잘 칠까

빈스 윙 2011. 12. 12. 07:30

골프를 잘 치는 스포츠 선수 혹은 골프와 가장 유사한 스포츠가 무엇일까 라는 주제의 글을 많이 보았다. 어떤 스포츠 학자는 태권도가 골프와 가장 유사한 (근육의) 움직임을 보이는 운동이라고 말 한적이 있다. 그 이유는 태권도나 골프나 거의 모든 움직임이 안에서 바깥쪽으로 내치는 운동이기 때문이라는데 어찌 보면 일리가 있는 것도 같다.

 

태권도가 골프와 유사하다는 것은 근육의 움직임을 고려했을 때 그렇다는 것이고, 스윙의 매카니즘적인 측면에서 보면 테니스나 야구가 아닌 필드 하키와 아이스 하키 선수들이 골프를 빨리 잘 배운다고 한다. 이 이유는 스윙의 궤적이 거의 비슷하고, 임팩트 순간에 힘을 싣는 방법이 비슷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야구 선수들은 어떨까?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골프와 야구가 비슷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스윙 메커니즘이 비슷하기 때문에 야구 선수 중에서도 타자들이 골프를 잘 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나는 개인적인 능력과 연습량을 배제하고 오직 운동의 메커니즘만을 생각한다면 타자보다는 투수 쪽이라고 말하고 싶다.

 

야구와 골프에는 분명히 비슷한 메커니즘이 있다. 그런데 내 생각에는 그것이 스윙 메커니즘은 아니다. 지난 8일 오전 경기도 가평 베네스트 골프클럽에서 열린 제30회 야구인 골프대회에서 한화의 류현진 KIA윤석민이 한 조로 라운드 한 것이 언론과 팬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결과는 골프를 배운지 1년 된 윤석민(89) 1개월 밖에 되지 않은 류현진(88)에게 1타 차이로 무릎을 꿇었다. 구력에 비해 아주 좋은 성적을 낸 것을 두고 야구 스윙 역시 스윙궤도와 장비만이 골프와 다를 뿐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스윙궤도가 다르기 때문에 야구와 골프가 전혀 다른 메커니즘을 가졌다고 얘기한다면 어떻게 받아들일까?

 

류현진보다 체격이 왜소(?)윤석민 5미터 가량 비거리가 더 나가서 평균 비거리 240미터를 기록했다고 하는데, 윤석민"100%의 힘으로 스윙을 하지 않는다. 방향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80%의 힘으로 스윙을 하면 볼이 오히려 더 멀리 나간다"고 말했다. 이 말에서 윤석민은 야구에서 익힌 힘의 메커니즘을 골프스윙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 골프와 야구에서 스윙 메커니즘과 힘의 메커니즘이 어떻게 같고 다른지 알아보자. (평소에 내가 생각하고 있던 부분을 언급하는 것이고, 특히 야구와 관련된 부분에서는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참고하시기 바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야구와 골프가 스윙궤도만 조금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야구와 골프의 가장 큰 차이점이 바로 스윙궤도와 스윙궤도 상에서의 임팩트 지점이다.

 

야구스윙은 스윙이 끝날 때까지 힘을 쓴다고 한다. 큰 것 한방을 노리고 스윙 하는 경우에 헛스윙이라도 하게 되면 몸이 빙그르르 돌 정도로 끝까지 힘을 쓰는 것이 보인다. 그리고 끝까지 힘을 써서 스윙을 해야 하는 이유는 야구공이 가지는 힘을 이겨내기 위함이기도 하겠지만 스윙궤도가 평평하기 때문이다.

 

이런 습관으로 인해 야구선수(타자)들이 골프를 치면 대부분 훅이 난다고 한다. (얼마 전에 한화의 가르시아 선수가 유소연 선수와 장타 대결을 하면서도 모두 훅이 났던 것도 끝까지 힘을 써야 스윙을 하는 야구의 습관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예전에 해태 타이거즈의 홈런 타자였던 김봉연 극동대 교수에게 듣는 야구선수와 골프실력에 관한 얘기는 나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김봉연 교수는 임팩트 능력은 타자 출신이 뛰어나다. 하지만, 타자 출신이었다는 점이 골프 스윙에 핸디캡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야구 스윙에서는 공을 멀리 보내기 위해 백스윙에서도 오른팔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골프의 플라잉 엘보로 타자들이 고치기 어려운 동작 중에 하나다.

 

플라잉 엘보는 왼손 리드를 어렵게 해서 악성 슬라이스와 훅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빠른 공의 힘을 견뎌 내기 위해서 임팩트 이전에 허리가 먼저 나가서 받쳐 주는 것과 피니시까지 야구배트에 100%의 힘을 줘야 하는 것은 타자들에게 골프를 어렵게 만드는 요소가 되는 것이다.’ 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내용을 보면 타자들이 가진 야구라는 운동의 스윙 메커니즘이 골프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 투수들의 경우에는 어떨까? 야구 선수 출신 중 골프를 잘 치는 고수들은 대부분 투수 출신이라고 한다. 그리고 투수들은 골프와 비슷한 야구의 매커니즘을 최대한 활용하는데 그것은 위에서 윤석민 선수가 언급한 스윙 메커니즘이 아닌 힘의 메커니즘이다.

 

투수 출신의 야구선수들은 일반적으로 무리한 스윙을 하지 않는다. 위에서 윤석민 선수 역시 80%의 힘으로 스윙을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리고 요즘 내가 자주 언급하는 벤 호건 역시 야구에서 골프 스윙과 가장 유사한 것은 타격(스윙)자세가 아니라 투구 동작이라고 했다.

 

 

여기서 벤 호건이 말하는 투구 동작은 평소에 내가 생각했던 것인데, 나의 생각이 벤 호건이 말하는 투구 동작과 일치하는지는 모르겠다.

 

 

먼저, 투구동작을 보자. 윗줄 제일 오른쪽 사진을 보면 왼쪽 다리가 지면을 내딛기 시작했지만, 팔은 아직 출발도 하지 않은 듯이 보인다. 팔이 움직인 것은 하체가 앞으로 나가면서 딸려 나온 것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골프스윙에서 하체가 리드하는 다운스윙을 하면서 하체에 의해 팔이 끌려 내려온 듯한 느낌이 든다.

 

왼쪽 다리는 윗줄 제일 오른쪽 사진 이후에는 움직임이 거의 없다. 여기서 골프 스윙과 관련하여 뭔가 느껴지는 것이 없는지? 나는 여기서 힘의 축적, 골프에서 말하는 왼쪽 다리의 벽을 느낀다. 왼쪽 다리가 상체를 굳건하게 받쳐 주고 있는 모습이 골프 스윙에서 왼쪽 다리의 벽처럼 힘을 버티고 있다고 생각되지 않는가?

 

또 한 가지, 투구동작을 보면 초기에는 하체의 움직임이 크고, 하체의 움직임이 줄어 들면서 상체의 움직임이 커지는 것이, 골프에서 하체로 리드하는 것과 연관되어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퇴근길에 야구중계를 듣다 보면, 해설자가 멘탈게임에 관한 얘기를 하는데, 해설자가 말하는 대상이 바로 투수들이다. 골프가 대표적인 멘탈 스포츠라고 하는데 야구의 투수들도 골퍼들에게 버금가는 아니 어쩌면 최고의 멘탈 전문가가 바로 투수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제목은 골프, 어느 종목의 스포츠 선수들이 잘 칠까라고 했지만, 정작 내가 오늘 관심을 두고 포스팅을 한 것은 어느 종목의 스포츠 선수들이 골프를 잘하느냐가 아니고, 골프와 유사한 메커니즘을 보이는 것 같은 야구에서 타자와 투수들의 동작에 관한 내용이었다.

 

끝으로 왕년에 홈런타자와 프로골퍼의 대화를 하나 소개하면서 글을 맺는다.

 

홈런타자 : 골프가 왜 이렇게 어려운 거야?

프로골퍼 : 야구에서는 파울이 되면 다시 치면 되지만, 골프는 원 아웃 먹고 또 그 파울 볼을 쫓아가서 쳐야 하기 때문이지.

 

아참! 류현진이 양파를 하고 나서 만루홈런을 맞았다는 표현을 썼다는데 정말 센스 있는 표현이라고 생각된다.

 

다음 사진을 클릭하시면 한국일보 자매지인 골프한국에 실린 글을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