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빈스윙 칼럼

초보골퍼의 일그러진 자화상 - 연습장편

빈스 윙 2011. 12. 14. 07:30

초보골퍼의 일그러진 자화상 – 연습장편

 

연습을 하다 보면 아주 잘 맞는 날이 있다. 그러면 이제는 어느 정도의 경지(?)에 올랐다는 착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그러한 착각이 깨지는 것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짧게는 물 한 모금 마시고 와서 깨지는 경우도 있고, 길게는 그 다음 날이면 착각에서 벗어나게 된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찾아보려 하지만 찾을 수가 없다.

 

연습을 하다 보면 정말로 징그럽게 안 맞는 날이 있다. 문제점을 찾는다고 이렇게도 해 보고, 저렇게도 해 보지만 잘 되고 있는 부분까지 건드리면서 스윙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는다. 그리고 그 다음 날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평소의 스윙으로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 초보골퍼들에게 골프는 정말로 희한한 운동이다.

 

고수들이 하루에 천 개씩 연습을 했다는 말을 들으면, 스윙이야 어떻게 되든 공만 죽어 라고 패다가 돌아오기도 한다. 그나마 그것도 며칠 못 가서 그만 둔다. 그리고 남는 것은 골병뿐이다.

 

오늘은 연습장에 가서 숏게임 연습을 위주로 해야지 다짐을 하건만, 옆에서 드라이버로 뻥뻥 날리는 것을 보면 나도 드라이버를 잡고 싶은 마음이 생기고, 옆에서 7번 아이언으로 똑딱이 연습을 하는 골프에 갓 입문한 골퍼를 보면 7번 아이언으로 멋진 샷을 한 번 날려 보이고 싶은 마음은 나만 그런 것일까?

 

‘골프,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 하시나요? - http://blog.daum.net/beanswing/203’ 에서도 언급했듯이 우리는 왜 그리도 남의 눈을 의식하는지 모르겠다. 초보골퍼들이 첫 번째 홀 티 박스에 미스샷이 많이 나오는 것은 아마도 남의 시선을 의식하기 때문은 아닐까?

 

가끔씩 혹은 자주 아이언 연습을 하다가도 옆에서 드라이버를 잡으면 나도 따라 드라이버를 잡고,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이 있는 힘 없는 힘 모두 빚을 내어, 자세고 뭐고 다 엉망으로 만들어 버리는 현상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결국은 그렇게 연습목표대로 연습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옆에서 연습하는 골퍼들을 의식하여 아무런 의미 없는 경쟁만 하다 돌아오는 내 모습에 화가 나기도 한다. 연습장 회원들과 친해지기 전에는 그나마 나의 연습에 몰두할 수 있지만, 조금만 친해지면 연습을 입으로 하는지 연습시간보다 잡담을 하는 시간이 더 많아 지기도 한다.

 

아마도 나의 마음을 제어하지 못하면 골프가 힘들어지는가 보다. 골프가 힘든 것인지, 나의 마음을 제어하는 것이 힘든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골프는 운동이 아닌 수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골프는 생각이 많아지면 연습도 라운드도 엉키는가 보다. 머리 속에서 복잡한 생각들을 몰아내고, 스윙도 단순하게, 연습도 단순하게, 생각도 단순하게 가져가는 것이 더 좋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골프, 정말 묘한 운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