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빈스윙 칼럼

골프, 왼손 세 손가락에 숨겨진 그립의 비밀

빈스 윙 2012. 1. 11. 07:30

벤 호건은 좋은 골프는 그립을 올바르게 잡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했다. 일관된 샷을 만드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손과 클럽이 하나가 된 듯한 스윙인데, 이러한 스윙은 정확하고 올바른 그립에서 나온다. 

 

그립은 클럽과 몸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몸의 움직임을 효과적으로 클럽에 전달하기 위해서 그립을 바르게 잡아야 한다는 사실을 웬만한 골퍼라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그립을 잡는 방법은 클럽페이스를 타깃과 직각으로 놓고, 왼손은 엄지와 검지를 제외한 세 손가락으로 그립을 잡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손가락이 유난히 짧아서 손가락으로 그립을 잡는 것에 상당한 부담을 느껴왔다. 그래서 손바닥으로 그립을 잡았었다. 게다가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는 ‘손가락이 짧은 골퍼는 손바닥으로 그립을 잡는 것도 괜찮다’라는 글이 내가 손바닥으로 그립을 잡는 것을 정당화(?)시켜 주었다. 또한 벤 호건 역시 손바닥(팜 그립)으로 클럽(그립)을 잡는 것을 좋아했다.

 

[벤 호건의 그립과 벤 호건의 그립을 재현한 사진]

 

팜 그립(Palm Grip)보다는 핑거 그립(Finger Grip)이 대다수의 골퍼들에게 적합하니까 일반적으로 핑거 그립을 추천하는 것일 게다. 고수들이나 레슨프로들이 그렇게 잡으라면 군말 말고 왼손 세 손가락으로 잡으면 되는데 난 그게 잘 안 된다. 왜 세 손가락으로 잡으라고 하는지 그 이유가 명확하지 않는 한 몸과 마음이 잘 움직이지 않는 스타일이다.

 

그러다가 세 손가락의 비밀(?)을 알게 된 이후로는 손가락과 손바닥으로 그립을 감싸 쥐는 듯한 느낌으로 그립을 잡는다. 그렇게 손가락으로 그립을 잡아보니 내가 손바닥으로 그립을 잡았던 것은 손가락이 짧아서가 아니라 그냥 손바닥으로 잡는 것이 편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바닥으로 그립을 잡으면 아래 사진과 같이 빨간색으로 표시한 부분이 닳는다고 한다.] 

손바닥으로 그립을 잡다가 손가락으로 그립을 잡으면 처음에는 조금 어색하기는 하지만 코킹이 부드럽게 잘 되는 느낌과 함께 클럽헤드의 무게가 좀 더 잘 느껴지는 듯하다.

 

손바닥으로 그립을 잡았을 때는 가끔씩 그립을 놓치기도 했는데 손가락으로 그립을 잡으니 그립이 견고해진다는 느낌과 함께 손과 그립의 일체감도 좋았다. 그리고 백스윙이 편안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테니스에서도 세 손가락으로 라켓을 잡으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세 손가락으로 라켓을 잡으면 손목의 내전과 외전이 용이하고, 세 손가락의 힘은 팔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그럼 나의 생각을 움직인 세 손가락의 비밀(?)에 대해 설명하겠다. 이거 혹시 남들은 다 알고 있는데 나만 모르고 있었던 것이라면 비밀이라는 표현을 쓰기가 민망한데 어째든 한 사람의 골퍼에게라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창피함을 무릅쓰고 글을 쓴다. 그리고 아직 정리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고수님들의 의견을 물어가며 글을 쓰려고 한다.

 

 

내가 처음 세 손가락으로 그립을 잡았을 때의 느낌은 그립이 견고해진다는 느낌이었다. 오른손잡이 골퍼의 경우에는 스윙을 하는 동안에 자신도 모르게 오른손이 강하게 작용하는 경향이 있다. 오른손이 강해지는 것을 막으려면 스윙을 주도하는 왼손의 힘이 느껴져야 한다. 왼손 세 손가락으로 그립을 잡으면 손바닥으로 잡았을 때 보다 강하게 그립을 쥐게 되는 것이 느껴진다. 이는 그립을 세게 잡다 된다는 말이 아니고 왼손의 힘이 느껴진다는 말이다.

 

일반적으로 그립을 잡는 세기를 말할 때, 악수 하듯이 혹은 치약을 짜듯이 등의 표현을 쓴다. 그런 비유가 무조건 그립을 살살 잡으라는 뜻으로 비춰질 수도 있는데, 클럽을 효과적으로 제어하기 위해서 왼손의 엄지와 검지를 제외한 세 손가락은 그립과 일체감을 느낄 정도로 견고하게 쥐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왼손 세 손가락으로 그립을 잡으면 전완근(팔꿈치에서 손목까지) 아랫부분에 힘이 들어가게 된다. 이것은 세 손가락에서 힘이 이동하는 경로가 전완근의 아랫부분이기 때문이다. 세 손가락에서 힘이 이동하는 경로는 전완근의 아랫부분을 통해서 삼두근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우리가 흔히 알통이라고 표현하는 상완이두근은 팔을 구부리는 역할을 하는 근육이고, 상완이두근의 반대쪽에 있는 상완삼두근은 팔을 펴는 역할을 하는 근육이다.

 

골프에서는 이두근보다는 삼두근을 사용하는 스윙이 요구된다. 팔을 구부리는 역할을 하는 이두근을 사용하는 골프동작으로는 치킨윙이 있다. 골프스윙은 치킨윙과 같이 팔을 당기는 동작보다는 뻗어주는 동작이 많다.

 

그러므로 세 손가락으로 그립을 잡으라고 하는 이유는 팔을 뻗어주는 역할을 하는 삼두근을 이용해서 골프클럽을 휘두르기 위해서 삼두근에 힘을 전달하기 위함이 아닐까 생각된다. 클럽을 휘두르는 힘은 구부리는 근육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펴는 근육을 사용하니까 말이다. 그리고 삼두근을 강화하는 운동으로는 프로선수들도 즐겨 한다는 팔 굽혀 펴기가 좋다고 한다.

 

내가 이런 설명을 할 수 있는 것은 세 손가락에서 힘이 이동하는 경로가 전완근의 아랫부분을 통해서 삼두근으로 이어진다는 글을 읽었기 때문인데, 세 손가락으로 그립을 잡으면 전완근의 아랫부분까지는 힘이 느껴지지만 삼두근까지 힘이 이동한다고는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까지 설명한 손가락에서 전완굴근을 통해 상완삼두근으로 이어지는 힘의 이동이 삼두근을 이용해서 팔을 뻗어주고 클럽을 휘두르는 스윙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으로 인해 나는 손바닥 그립에서 세 손가락으로 그립을 고쳐 잡게 되었다.

 

 

 

 

만약에 전완굴근에서 상완삼두근으로 힘의 이동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오늘 쓴 나의 생각은 수석침류(漱石枕流)격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인터넷에서 근육해부도를 뒤질 만큼 뒤져보았으나 적합한 내용을 찾지 못했다.

 

이 부분은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스포츠 생리학을 공부하면서 나중에 보완하도록 하겠다. 혹시 이 부분을 설명할 수 있는 분이 있다면 댓글을 통해서 한 수 배울 수 있으면 더욱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