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빈스윙 칼럼

골프와 가장 잘 어울리는 단어는 무엇일까?

빈스 윙 2012. 1. 21. 07:30

골프를 한 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겠지만, 골프에 대한 철학을 가지고 있는 골퍼는 물론이고 거의 대부분의 골퍼들이 골프는 OO이다에서 OO에 해당하는 단어를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러면 골프와 가장 잘 어울리는 단어는 무엇일까? 분노와 좌절이라고 답하는 골퍼도 있을 것이고, 도전이나 즐거움이라고 답하는 골퍼도 있을 것이고, 그에 대한 대답은 무수히 많을 것이다.

 

어찌 보면 좌절이라는 단어가 골프와 잘 어울릴듯한 느낌이 든다. 왜냐하면 골프를 하면서 좌절을 해보지 않은 골퍼는 없을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좌절로 끝난다면 골프와도 영영 이별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골프를 계속하는 골퍼라면 좌절을 극복하고 도전하게 되는 것이 골프다.

 

좌절하고 다시 도전하고, 또 좌절하고 또 다시 도전하고골프는 골퍼의 진을 빼는 운동인 것 같다. 그런 면에서 나는 골프와 잘 어울리는 단어로 인내(忍耐)를 말하고 싶다. “‘참을 인()’자가 세 개면 살인도 면한다는 말이 있지만, 나는 “‘참을 인()’자가 세 개면 골프가 즐거워진다라고 말하고 싶다.

 

골프에서는 참고 버텨내야 하는 것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라운드 중에 동반자나 캐디 혹은 다른 조의 잘못에 기인한 분노를 참아야 하는 것은 물론 골퍼 자신으로부터 생기는 분노 역시 참아내야 한다. 아마도 골퍼 자신으로부터 생기는 분노를 참기가 가장 어려울 것이다. 마치 골프가 골퍼의 인내심을 테스트하는 것 같기도 하다.

 

스스로의 샷에 화를 내게 되면 같이 라운드를 하는 동반자들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것은 물론 분위기까지 썰렁하게 만든다. 즐거워야 할 라운드가 자신으로 인해서 엉망이 되는 것을 원하는 골퍼는 이 세상에 하나도 없을 것이다. 골퍼가 라운드 중에 인내해야 하는 이유는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지 않을까 한다.

 

라운드에서뿐만 아니라 골프에 입문하는 순간부터 인내해야 하는 것이 골프다. 골프는 속이 보이지 않는 항아리에 물을 채우는 것과 같아서 항아리에 물이 차고 넘칠 때까지 인내하면서 꾸준하게 물을 채워 넣어야 하는 운동이다. 만약에 몇 바가지를 채우고 그만 둔다거나, 얼마나 채워졌는지 알고 싶어 안달한다면 오히려 속만 더 타는 운동이 바로 골프다.

 

진득하게 기다리고 인내할 줄 알아야 그에 상응하는 기쁨이 찾아오는 법이다. 마치 동굴 속에서 햇빛을 보지 않고 100일 동안 쑥과 마늘만 먹으면서 인내한 곰이 사람으로 변하여 환웅과 결혼까지 하고 단군을 낳는 기쁨을 누렸듯이 말이다.

 

 

나는 오늘 인내를 골프와 어울리는 단어로 꼽았지만, 골프(멘탈)의 필수 3 요소(3 Con)에서 제일 첫 번째로 언급되는 것이 Control(통제)이다. Control이 가장 먼저 언급된 이유는 인간의 정신적인 부분을 통제하는 것이 그 만큼 어렵고, 골프에서는 아주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인내하지 못하고 분노가 폭발하는 것은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지 못해서 생기는 일이니만큼 인내와 통제는 같은 맥락에서 생각할 수 있는 단어다.

 

인내와 더불어 골프와 가장 잘 어울리는 단어를 꼽으라면, 나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은근과 끈기를 꼽겠다내가 생각하는 골프의 맛을 표현한다면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와 마치 잘 숙성된 깊고 그윽한 향을 풍기는 그런 맛일 것 같다. 그런 맛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바로 은근(慇懃)한 맛이다.

 

은근이라는 단어에는 태도나 표정 따위가 겸손하고 정중하다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이 얼마나 골프와 어울리는 의미인가? 매너운동이라고 불리는 골프와 겸손과 정중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은근이라는 단어는 서로 찰떡 궁합을 과시할 만큼 어울리는 단어라는 생각이 든다.

 

끈기는 쉽게 단념이나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버텨 나가는 것을 말한다. 주위에는 골프를 쉽게 포기하는 골퍼들도 있지만, 골프는 골퍼들도 하여금 그렇게 쉽게 단념하게 그냥 놔두지를 않는 묘한 매력이 있는 운동이다.

 

인생의 모든 것이 그렇겠지만, 단념하거나 포기하는 순간 그것으로 끝이다. 골프 역시 마찬가지다. 구력이 10년이 넘어도 백돌이 신세를 면치 못하는 골퍼나 열심히 한다고 하는데도 실력이 제자리인 것 같다는 골퍼들이 오늘도 연습장에서 열심히 연습하는 것은 그들이 끈기를 가졌기 때문이다.

 

투어프로들도 사나흘 동안 진행되는 경기에서 1,2라운드를 망쳤다고 대회를 포기하거나 단념한다면 3,4라운드에서 찾아올 수도 있는 기회를 거부하는 것일 수도 있다. 무조건 끈질기게 따라붙어야 하는 것이 골프다. 아마추어 골퍼도 골프를 하는 동안에는 포기하지 말고 악착같이 골프에 달라붙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인내 그리고 은근과 끈기이 세 단어는 골프를 더욱 재미있게 해주고, 골프를 더욱 맛깔 나게 해주고, 골프를 통해 쉽게 포기하지 않는 정신을 배우게 해 주는 골프의 본질과 가장 잘 어울리는 단어가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