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빈스윙 칼럼

골프, 몸이 아는 거리와 마음이 아는 거리

빈스 윙 2012. 1. 23. 07:30

스크린 골프와 실제 라운드에서의 스윙이 현저하게 달라지지 않는 이상 스크린 골프에서의 스코어가 실제 필드에서의 스코어보다 좋게 나오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그 이유 중에 하나가 스크린 골프에서는 남은 거리를 정확하게 알려주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신뢰라는 요소가 골프스윙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초보골퍼의 경우에는 남은 거리를 대부분 캐디에게 의존하게 되는데, 캐디가 알려주는 거리를 믿고 스윙을 하는 경우에는 미스샷의 확률이 낮아지는 반면, 골퍼 자신이 생각하는 거리와 캐디가 알려주는 거리에 차이가 생기게 되면 골퍼의 뇌는 클럽선택에서부터 스윙까지 혼란을 겪게 된다. 이로 인해서 미스샷이 나올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이것이 골프가 확률게임이라는 측면에서 미스샷의 확률을 줄이려면 거리에 대한 확신이 필요한 이유다.

 

거리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으면 스윙을 하는 도중에 조금 짧지 않을까?’ 혹은 조금 길지 않을까?’ 하는 부정적인 생각으로 스윙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게 된다. 스윙을 하는 도중에 조금 짧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몸에 힘이 들어가면서 뒤땅을 치는 등의 미스샷을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초보골퍼들은 캐디가 거리를 잘못 불러주어도 그것이 자신의 스윙이 잘못된 것인지, 거리를 잘못 불러준 것인지 잘 모른다. 실제로 캐디가 거리를 잘못 불러주었다고 하더라도 초보골퍼들은 캐디가 알려준 거리를 믿고 스윙 하는 것이 실수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왜냐하면, 캐디는 매일 라운드를 하면서 골프장의 거리를 측정하는 요령과 감각이 초보골퍼들보다는 월등하게 정확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경험이 많은 캐디의 경우에는 일부러 거리를 잘못 불러주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예를 들면, 항상 거리가 짧은 경우가 대부분인 초보골퍼에게는 실제 거리보다 더 많이 남은 것으로 알려주어 초보골퍼에게 도움을 주려고 하는 경우도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리고 초보골퍼의 경우에는 캐디가 잘못 불러주는 거리에 대한 오차보다 스윙이 일관적이지 못한 것에서 오는 거리의 편차가 더 크기 때문에 무조건 캐디가 알려주는 거리를 신뢰하는 것이 안정적인 스윙을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거리에 대한 확신이 있다 하더라도 애매한 거리로 인해 스윙이 무너지는 경우도 있다. 스크린 골프에서는 거리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려 주지만, 남은 거리가 자신의 비거리와 맞아떨어지지 않는 경우에는 스윙으로 거리를 조절하는 경우가 많은데, 스윙으로 거리를 조절하는 것은 초보골퍼에게 쉽지 않은 일이다.

 

예를 들면, 자신의 7번 아이언 거리가 120미터 정도인데 남은 거리가 125미터라면 초보골퍼들의 경우에는 잘 맞으면 125미터도 나가니까라는 생각에 7번 아이언으로 스윙을 한다. 하지만 심적으로 5미터가 짧다는 생각에 스윙에 힘이 들어가게 되는 것이 평범한 초보골퍼의 스윙이다.

 

그렇다면 왜 6번 아이언을 잡지 않는 걸까? 대부분의 초보골퍼들은 자신의 거리를 과대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6번 아이언이 잘 맞으면 130미터를 훌쩍 넘어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좀 더 차분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6번 아이언이 잘 맞을 확률이 얼마나 되는지 말이다.

 

 

125미터의 거리를 7번 아이언으로 힘을 주어 세게 스윙 하는 것보다는 6번 아이언으로 스윙 하는 것이 실수 완화성이라는 측면에서도 유리한 것이 사실이다. 객관적으로는 6번 아이언이 7번 아이언보다 실수를 할 확률이 높다.

 

실수의 정도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실수의 정도가 비슷하다고 가정하면 7번 아이언으로 실수를 할 경우에는 120미터에도 못 미치는 샷이 나올 것이 확실하지만, 6번 아이언으로 실수를 할 경우에는 120미터 정도는 보낼 수 있게 된다.

 

반대로 6번 아이언과 7번 아이언이 모두 잘 맞았을 경우를 생각해보면, 7번 아이언이 잘 맞으면 125미터 정도 나가니까 다행이다. 6번 아이언으로는 잘 맞으면 135미터 정도를 보낸다. 이 경우에는 6번 아이언으로 친 것이 잘못된 선택일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 초보골퍼들이 놓치기 쉬운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스스로의 기준으로 잘 맞을 확률이 얼마나 되는지를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만약에 잘 맞을 확률이 20% 미만이라면 아니 30% 정도 된다고 하더라도 무조건 6번 아이언을 잡아야 하는 것 아닐까?

 

일반적인 범인(凡人)의 경우에는 자신이 선택한 클럽의 거리가 조금 짧다는 생각이 들면 세게 치려는 경향이 있고, 조금 길다는 생각이 들면 살살 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이렇게 세게 치고 살살 치려는 데서 미스샷이 유발된다는 생각을 해 본적이 있는지 모르겠다.

 

평소에 연습장에서 자신의 스윙보다 세게 치거나 혹은 자신의 스윙보다 살살치는 연습을 하는 초보골퍼는 거의 없다. 그런데 필드에서 연습도 하지 않은 힘의 세기로 스윙을 해서 성공할 확률이 몇 프로나 될까? 죽자 사자 연습을 한 스윙도 미스를 연발하는데 말이다.

 

그래서 나는 이런 방법을 사용한다. 6번 아이언을 조금 짧게 잡고 평소에 연습한 대로 스윙을 하는 것이다. 6번 아이언을 몇 센티미터 내려 잡았으니 몇 미터가 적게 나간다는 데이터를 가지고 짧게 잡는 것은 아니다. 경험이 쌓이면 그런 데이터도 축적이 되겠지만, 나에게는 아직 그런 데이터는 없다.

 

다만 짧게 내려 잡았으니 6번 아이언의 제 거리보다는 적게 나갈 것이라는 확신을 갖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다시 말하면 내 스스로 나의 멘탈을 이용하는 것이다. 나의 이런 방법은 최소한 스윙을 하면서 조금 세게 혹은 조금 약하게 쳐야겠다는 생각으로 인한 스윙의 실수를 줄이는 데는 아주 효과적이다.

 

제목에서 말한 몸이 아는 거리는 평소에 연습으로 익혀진 스윙리듬이나 템포로 스윙 하는 것을 말한다. 실전에서는 연습한 스윙에서 벗어나게 되면 실수할 확률이 급격히 올라가게 된다. 마음 속으로 짧을 것 같다 혹은 길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 마음이 아는 거리다.

 

몸이 아는 거리와 마음이 아는 거리의 편차를 줄이고, 가능하면 그 두 개의 거리를 일치시키는 것이 실전에서 실수를 줄이는 지름길이다. 위에서 언급한 6번 아이언을 조금 내려 잡는 것은 몸과 마음이 아는 거리를 일치시키기 위한 나의 방법인 것이다.

 

거리와 관련된 오늘의 주제에서도 결국 골프는 마음을 어떻게 컨트롤하느냐가 매우 중요한 요소라는 사실이 부각된다. 나는 어니 엘스가 말한 거리를 알고 있다면 지나치게 힘을 가하지 마라라는 말에서 거리몸이 아는 거리와 마음이 아는 거리의 일치로 해석하면서 글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