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빈스윙 칼럼

골프는 답이 없는 퍼즐 - 게리 플레이어

빈스 윙 2012. 2. 23. 07:30

이 글은 한국골프전문인협회에서 발행하는

골프매거진-골프 S(골프스페셜리스트)에

실린 빈스윙의 글입니다.

 

골프를 시작한지 3개월 정도되는 골퍼가 골프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며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과 1000조각의 퍼즐을 진득하게 맞춰나가는 아들을 보며 골프와 퍼즐이 상당부분 비슷한 점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골프나 퍼즐 맞추는 것이 자신의 의지대로 혹은 생각한대로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우리네 인생이 그렇듯이 그렇게 쉽게 이루는 것은 의미가 없을뿐더러 쉽게 잊혀지기도 하면서 재미도 없다. 그럼 지금부터 언급하는 골프와 퍼즐의 공통점을 통해서 초보골퍼들이 골프에 접근하는 방법을 깨닫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첫째, 모든 일에는 순서와 방법이 있다.

퍼즐을 처음 시작할 때는 가장자리부터 맞춰 나간다. 퍼즐모양에 직선으로 된 부분이 있어 맞추기가 쉬운 편이다. 그리고 같거나 비슷한 색깔의 퍼즐을 따로 모은다. 같은 색깔의 퍼즐은 비슷한 위치에 있을 확률이 높기 때문에 쉽게 퍼즐을 완성하기 위한 방법이다.

 

이렇게 나름대로의 순서와 방법대로 퍼즐을 맞추는 사람이 빠르게 잘 맞춘다. 골프 역시 순서와 방법대로 배우는 골퍼가 빠르게 배운다. 처음 골프를 배우는 사람 입장에서는 하루 빨리 공을 제대로 치고 싶다는 마음에서 골프에 접근을 한다.

 

레슨프로가 골프는 공을 치는 게 다가 아니라는 말을 할 겨를도 없이 우리는 공을 치는데 급급해 한다. 그리고는 아무런 생각 없이 공을 후려 패는 동작을 기계적으로 반복한다. 순서와 방법을 무시한 골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것들이 골프를 어렵게 하는 요소가 되는 것이다. 왜냐하면 순서와 방법을 무시한 골프스윙을 하면 언젠가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주위를 돌아보면 안타깝게도 걷지도 못하면서 뛰려고 하는 우를 범하는 초보골퍼들이 많다.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하지 않았던가? 골프나 골프스윙은 처음에는 조금 늦은 감이 있더라도 순서와 방법대로 차근차근 배워 나가는 것이 빨리 배울 수 있는 지름길이다.

 

둘째, 집중과 집착이 공존한다.

골프나 퍼즐이나 집중과 집착이 공존한다. 퍼즐의 경우, 집중력을 발휘하는 사람은 빠른 속도로 퍼즐을 완성하지만, 퍼즐에 집착하는 사람은 완성하지 못한 퍼즐상자만 쌓여가게 된다. 이렇게 집중과 집착은 전혀 다른 개념임에도 불구하고 초보골퍼들은 막연하게 집중과 집착을 혼동하는 경향이 있다.

 

초보골퍼들이 집착하는 것의 대표적인 것이 바로 비거리다. 아무래도 초보시절에는 거리가 많이 나가지 않으므로 비거리에 집착하게 된다. 하지만 비거리는 집착의 대상이 아니다. 거리를 많이 내고 싶으면 로프트가 적은 클럽을 선택하여 거리를 내면 되는 일이다. 여러 개의 골프클럽을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도 거리에 따라서 적당히 선택해서 사용하라는 뜻이니 이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초보골퍼들은 공에 집착하는 경향이 크다. 이것은 놀만한 것이 없었던 어린 시절에 길가의 돌멩이나 깡통을 차고 다니던 심리와 비슷하지 않을까 한다. 초보골퍼들 역시 공을 보면 덤벼들어 후려 패려는 본능으로 스윙은 잊고 공만 맞히려고 한다. 공은 집중의 대상도 아니고, 집착의 대상은 더 더욱 아니다.

 

스코어에 집착하는 것은 우리나라 교육문화의 영향이 크다. 어려서부터 점수로 순위와 우열을 정하는 교육시스템에서 교육을 받은 골퍼들이 스코어에 집착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교육의 산물(?)이라 할 수도 있다.

 

스코어에 집착하다 보면 조바심이 나게 되어 골프를 재미있게 즐기기 힘들어진다. 스코어에 집착하기 보다는 경기 내용과 하나 하나의 샷에 집중하는 것이 골프를 즐겁게 할 수 있는 비결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 필자는 스코어보다는 라운드에 집중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초보골퍼들은 스윙의 단계별 동작에 너무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스윙의 단계별 동작을 부드럽게 연결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그리고 스윙의 단계별 동작을 연결하는 것이 바로 스윙인 것이다. 스윙의 단계별 구분동작에 집착하기 보다는 자신만의 스윙을 만드는데 더 집중해야 할 것이다.

 

골프를 하면서 집착해야 할 것은 하나도 없다. 오직 집중해야 할 대상만 있는 것이다. 골프에 대한 잘못된 집착은 완성하지도 못하는 퍼즐을 사 모으기만 하듯이, 클럽 탓을 해가며 자신에게 맞지도 않는 골프장비를 구매하는 엉뚱한 방향으로 나가기도 한다.

 

집착은 조급증을 불러오게 될 확률이 높다. 조급증은 우리 마음을 불안하게 만든다. 불안은 욕심과 더불어 우리로 하여금 골프를 못하게 하는 주범이다. 우리 스스로 집착해서는 안 될 것에 집착하여 골프를 못하게 하는 주범을 우리 마음 속으로 불러 들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셋째, 창의력이 요구된다.

골프나 퍼즐이나 창의력이 없어도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창의력이 좋은 사람이 골프나 퍼즐을 잘 할 수 있다.

 

창의력은 골프나 퍼즐에 재미를 더하는 요소이므로 얼마나 즐길 수 있느냐를 결정하는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골프에서의 창의력은 주로 라운드를 하면서 코스운영전략을 통해서 발휘되는데, 무조건 그린에 가깝게 공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선호하는 거리를 남기는 샷을 하는 것이나, 어려운 홀에서는 조심스럽게 소극적인 라운드 운영을 하고, 쉬운 홀에서는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등의 전략이 있을 수 있다.

 

창의력이 꼭 라운드를 통해서 발휘되는 것만은 아니다. 연습을 통해서도 할 수 있는데, 각목 한 개면 다양한 라이에서의 샷을 연습할 수 있다. 각목을 왼발이나 오른발 밑에 받히고 샷을 하거나, 발 앞꿈치나 뒤꿈치에 받히고 샷을 연습하면 연습장에서도 필드에서의 상황을 재현하여 연습하는 창의성을 발휘하는 것이다.

 

넷째, 즐기지 못하면 지루한 고행이다.

골프나 퍼즐이나 즐기지 못하면 아주 지루하고 재미없는 일이 되어 버리는 속성이 있다. 퍼즐을 맞추는 사람들은 일단 퍼즐을 맞추는 일 자체에 흥미를 가지고 있다. 즉 즐길 수 있는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골퍼들도 골프에 전혀 관심 없이 골프를 즐길 수는 없는 것이다. 골프를 잘 치는 골퍼 위에 재미있게 즐기는 골퍼가 있다는 말처럼 골프나 퍼즐이나 즐기지 못하면 지속하기 힘든 일이다.

 

다섯째, 어느 정도는 시간을 필요로 한다.

퍼즐조각을 맞추는 것이 단시일 내에 되지 않는 것처럼 골프 역시 단시일 내에 이룰 수 없다. 퍼즐조각을 맞추는 일이나 골프나 조급하고 성급하게 달려든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느긋한 마음가짐이 퍼즐조각을 찾는데 그리고 골프에 눈을 뜨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나름 열심히 연습을 하는데 실력이 빨리 늘지 않아서 초조하게 생각하는 골퍼들이 참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여섯째,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퍼즐이 적게는 수십 개에서 많게는 수만 개의 조각을 맞추는 일이라면, 골프 역시 단순하게 스윙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감안하면 퍼즐과 유사한 점을 찾을 수 있다.

 

골프는 스윙기술만 좋다고 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골프를 구성하고 있는 부분이 스윙이라는 운동적인 메커니즘에만 국한되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골프스윙만 보더라도 단순하게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크게는 롱게임, 숏게임, 퍼팅게임에서부터 작게는 거의 모든 샷이 전혀 다른 상황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감안하면 라운드 중에 하는 스윙과 샷의 종류는 퍼즐조각에 비견할만하다. 이러한 모든 스윙과 샷들이 퍼즐조각을 맞추듯이 맞아 들어갈 때 비로소 골프의 일부가 조화를 이루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골프는 스윙이 아무리 좋고, 모든 샷이 조화를 이루더라도 정신력(멘탈)이 약하면 스윙은 한 순간에 무너지기도 하고, 실수를 만회하기 위한 무모한 욕심이 스윙뿐만 아니라 골프를 망가지게 하기도 하고, 잘못된 작전은 지름길을 돌아가거나 돌아가야 할 길을 질러가게 하여 한 순간에 모든 것을 잃게 만들기도 한다.

 

코스 설계자의 의도를 읽는 수준까지는 못 되더라도 때로는 코스에 순응하면서 라운드를 하는 순둥이 전략이 코스와 자연환경에 대적하는 돌격형 전략보다 유리한 게임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고 지혜롭게 대처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렇게 골프는 스윙과 멘탈과 코스대응전략 등의 수 많은 요소들이 퍼즐조각 맞추듯이 서로 어우러져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 외에도 동반자와 자연환경 등등 골프를 구성하는 요소는 수없이 많이 있다. 그러한 구성요소를 퍼즐 맞추듯이 모두 짜맞춰야 비로소 구색이 맞는 골프를 할 수 있게 되는 것 아닐까?

 

일곱째, 궁합이 맞아야 한다.

퍼즐조각은 암놈과 수놈의 미묘한 조합으로 연결된다. 이것을 궁합이라는 단어로 표현한다면, 골프에서도 수 많은 궁합이 필요하다. 동반자와의 궁합, 클럽과의 궁합, 코스와의 궁합, 공과의 궁합, 자연과의 궁합 등등. 이러한 궁합들이 퍼즐조각과 마찬가지로 미묘하게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것이 골프다.

 

이렇게 퍼즐조각을 맞추는 것은 순서와 방법을 무시하면 어려워지고, 집중력과 창의력을 요하고, 어느 정도는 시간이 필요하고, 조각들끼리 조화를 이루고 궁합이 맞아야 하고, 즐기지 못하면 하기 힘들다는 측면에서 골프와 너무 많이 닮아있는 것 같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다른 한 가지가 있는데 그것은 퍼즐조각은 완성되지만 골프는 완성되지 않는다는 점이다퍼즐은 조각들을 다 맞추면 끝이 나지만, 골프는 그 끝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완성이라는 말을 쓰기 힘들다. 비록 골프에는 완성이 없다 하더라도 꾸준히 하다 보면 몇 개의 작은 완성을 이루는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 작은 완성을 이루는 날을 위하여 모든 골퍼들이 꾸준함을 잃지 말았으면 좋겠다.

 

골프는 답이 없는 퍼즐 같다.

40여 년 골프를 해왔지만 아직도 어떻게 플레이 하는지 감을 못 잡겠다.

- 게리 플레이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