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빈스윙 칼럼

비거리와 정교함, 어느 쪽에 승부를 걸까

빈스 윙 2012. 7. 10. 07:30

어제는 거의 모든 스포츠 관련 매체에서 최나연 선수의 US 여자 오픈 우승소식을 다뤘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최나연 선수의 우승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그러면서 최나연 선수는 비거리가 많이 나가는 장타자는 아닌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러면 숏게임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던 차에 다음과 같은 기사를 읽게 되었다.

 

태극낭자들은 왜 이렇게 유독 US여자 오픈에서 강세를 보일까. US여자 오픈은 미국골프협회가 직접 주관하는 대회다. 자존심이 걸린 만큼 까다로운 코스로 악명 높다. 한국선수들은 키가 크고 힘이 좋은 외국선수들에 비해 비거리에서 밀릴 수 밖에 없다

 

대신한국선수들에겐 정교함이라는 비장의 무기가 있었다. 정교함을 바탕으로 정확히 페어웨이를 공략할 수 있었다. 어릴 때부터 강조해온 탄탄한 기본기가 받쳐줬기에 가능했다는 평이다. 여기에 장비의 발달로 거리에 대한 핸디캡을 줄일 수 있었다.

 

한국 여성 특유의 두둑한 배짱도 한 몫 했다. 메이저대회는 기술만큼이나 정신력이 중요하다. 라운드가 진행될수록 더해지는 중압감을 잘 컨트롤해야 한다. 한국낭자들은 중요한 순간에서 흔들리지 않았다. 올 시즌만해도 한국선수들이 우승을 차지한 두 번의 대회가 모두 메이저대회였다. 메이저대회 특유의 어려운 코스와 엄청난 압박감은 한국선수에게 득이 된 셈이다.

 

기사 내용을 보면 정교함이 비거리를 압도했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최나연 선수의 기록을 찾아 보았다.

 

 

 

LPGA 홈페이지에 있는 자료인데 우승횟수가 5회로 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이번 대회의 우승을 아직 업데이트 하지 않은 모양이다.

 

비거리는 255야드( 233미터) 55위에 랭크 되어 있고, 페어웨이 안착률은 74% 43위에 랭크 되어 있다. (이번 대회에서는 82%(46/56)을 웃도는 페어웨이 안착률을 보여 주었다.) 그리 나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장타자라고 말하기에는 부족한 듯싶다.

 

하지만 정교함으로 승부해야 하는 그린에 올리는 샷을 보면 GIR 72%로 랭킹 8위에 올라 있다. 그리고 이번 대회에서의 GIR은 거의 80%(57/72)에 육박하는 정교함을 보여주었다. 이는 페어웨이 안착률과도 어느 정도 상관관계가 있을 것으로 보여지지만, LPGA 홈페이지에 GIR 부문 랭킹 1위에 올라있는 유선영 선수의 75%를 휠씬 뛰어넘는 수치다. 이 대목이 최나연 선수가 얼마나 정교한 플레이를 했는지 보여주는 부분이 아닐까 한다.

 

이러한 통계를 비추어 볼때, 최나연 선수는 비거리보다는 정교함으로 승부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물론 정교함과 함께 장타를 날리는 선수들도 있겠지만 그리 흔치 않은 일이다. 271야드로 비거리 부문 5위에 랭크 된 청야니 선수의 경우 GIR 67.8% 30위에 랭크 되어 있고, 페어웨이 안착률은 58% 142위에 랭크 되어있다.

 

전반적으로 정교함이 부족한 선수는 비거리로 커버하고, 반대로 비거리가 부족한 선수는 정교함으로 승부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그것이 아니라면 정교함과 비거리는 그만큼 양립하기 어려운 존재일 것이다.

 

조금 다른 얘기가 될지는 모르겠으나 어제 올린 '3 1퍼트의 골프가 완성되면 완벽한 골프 - http://blog.daum.net/beanswing/774' 에서 그런 골프격언이 나온 것도 정교함을 추구하는 골프를 설명하기 위함이 아닐까 생각된다.

 

정교한 골프를 추구하는 골퍼들은 PGA투어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올해 PGA투어 개막전에서 우승한 스티브 스트리커 역시 투어프로들의 평균 비거리에도 못 미치는 드라이버 비거리를 가졌지만, 다른 선수들보다 월등히 앞서는 퍼팅과 숏게임 능력으로 우승까지 차지할 수 있었다.

 

루크 도널드 역시 비거리보다는 정교함으로 승부하는 골퍼에 속한다. 작년 드라이버 샷 평균거리가 258미터로 랭킹 147위에 불과했던 루크 도널드는 비거리가 짧아서 투어무대에서 정상에 오르기 힘들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2011년 유럽과 미국 투어를 동시에 석권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가 이런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1.2미터 이내의 거리에서 529번의 퍼트를 100% 성공시킨 퍼팅 실력과 125야드 이내의 거리에서 홀에 평균적으로 4.6미터의 거리에 붙이는 정교함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루크 도널드나 스티브 스트리커 정도의 비거리가 아마추어 골퍼에게는 절대 짧은 비거리는 아니다. 하지만 퍼팅과 숏게임의 정교함보다는 비거리를 추구하는 아마추어 골퍼들에게는 한번쯤 마음 속에 새겨 볼만한 대목이 아닐까 생각한다.

 

비거리와 정교함이 양립할 수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프로들을 비롯한 많은 골퍼들의 경우를 보면 비거리와 정교함을 같이 가지고 있는 경우를 쉽게 찾기 어려운 것을 보면, 비거리에 승부를 걸 것이냐 아니면 정교함에 승부를 걸 것이냐의 문제는 골퍼의 스타일에 맡겨야 할 문제가 아닐까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비거리를 추구하면서 정교함을 선택하고 싶다. 비거리도 정교함도 어느 것 하나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니까 말이다. 그런데 만약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비거리가 아쉽기는 하지만 정교함을 선택할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