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빈스윙 칼럼

골프, 힘주는 방법부터 가르치는 건 아닌지

빈스 윙 2012. 7. 11. 07:30

 

나의 고질병인 엘보우가 다시 재발했다. 왕초보 시절이었던 재작년에 오른쪽 엘보우를 시작으로 작년에는 왼쪽 엘보우 그리고 올해는 지난 3월에 이어 또 왼쪽 엘보우에 시달리고 있다.

 

흔히들 뒷땅을 많이 쳐서 그렇다고 하는데, 세어 보지는 않았지만 지금은 작년에 비하면 뒷땅을 치는 횟수가 절반 이상 줄었지만 올해 들어 벌써 두 번째 엘보우로 고통 받고 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내가 여전히 힘을 빼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연습을 하고 싶은데 팔이 허락하지 않으니 다른 골퍼들이 연습하는 광경이라도 지켜보려고 연습장을 찾았다.

 

모든 골퍼의 스윙에서 골프를 배워간다 - http://blog.daum.net/beanswing/664에서 언급했듯이 골퍼들이 연습하는 모습이나 그들의 스윙에서 깨닫거나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연습을 할 수 없는 경우에는 줄곧 연습장에 가서 골퍼들이 스윙 하는 모습을 지켜보곤 한다.

 

처음 골프를 시작하는지 시계추처럼 클럽을 왔다갔다하면서 똑딱이를 하고 있는 골퍼가 보였다. ‘나도 처음에는 저렇게 시작했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데, 스윙이 점점 커지면서 손목이 꺾이는 모습이 보인다. 손목이 손바닥과 손등 방향으로 꺾이는 것이다.

 

잠시 후 레슨프로가 와서 손목을 꺾지 말라고 얘기한다. 그러자 손목을 꺾지 않으려고 그랬는지 그립을 잡은 두 손은 물론 팔 전체에 힘이 들어가서 경직되어 있는 것이 한눈에 보인다. 오히려 손목을 꺾으면서 똑딱이를 할 때보다 스윙이 더 부자연스러워 보인다.

 

공을 멀리 보내려는 욕심에 스윙은 점점 커지는데 손목은 뻣뻣하게 하고서 똑딱똑딱 공을 치다 보니, 그렇게 똑딱이를 연습하는 골퍼나 이를 지켜보는 사람이나 모두 불편하다. 이제는 손과 팔에만 힘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온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는 것이 느껴진다.

 

아마 나와 똑딱이를 연습하고 있는 골퍼나 똑딱이를 배우면서부터 온 몸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하는 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렇게 힘 주는 법(?)을 짧게는 며칠 간 연습하고 길게는 보름 동안이나 했다는 골퍼의 얘기도 들은 적이 있다.

 

그렇게 힘 주는 연습을 시켜놓고 (사실 힘 주는 연습을 시킨 건 아니다. 손목을 고정시키려다 보니 손목과 그립에 힘이 들어갔고, 그립과 손목에 힘이 들어가다 보니 팔에 힘이 들어갔고, 그러다 보니 온 몸에 힘이 들어갔을 뿐이다.) 풀스윙을 배우기 시작하면 힘을 빼라고 하니 초보골퍼들은 당연히 헛갈릴 수 밖에 없다.

 

 

똑딱이를 하면서 손목을 쓰지 말라고 해 놓고, 풀스윙을 하면서는 손목 코킹이라는 요상한(?) 동작을 하라고 하니, 손목을 쓰는 것과 코킹을 구별하지 못하는 초보골퍼 입장에서는 손목을 쓰지 말라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코킹인지 쿠킹인지를 하라고 하니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르는 것이 당연하다.

 

이렇게 똑딱이는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초보골퍼들에게 힘 주는 연습을 시키는 것이라는 나의 똑딱이 무용론이 많은 골퍼들에게 거센 비판과 반대 의견을 받을만한 내용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똑딱이가 골프스윙을 배우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니 하지 말라는 얘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저 똑딱이에 대한 나의 생각을 적은 것이니 너무 발끈하지는 마시기 바란다.

 

똑딱이가 풀스윙의 축소판이라고 하는데 과연 그럴까? 그럼 똑딱이와 어프러치 샷은 같은 것일까? 만약 다르다면 똑딱이는 실전에서 언제 써먹을 수 있는 샷일까? 만약 같다면 아예 어프러치 샷을 가르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혹자는 똑딱이를 통해서 스윙의 리듬을 찾는 연습을 하게 된다고 하는데 과연 그럴까? 스윙의 리듬은 풀스윙에서 찾는 것이 더 쉽지 않을까? 만약에 똑딱이에서 스윙의 리듬을 찾는 연습을 할 수 있다 하더라도, 초보골퍼가 그 리듬을 풀스윙으로 가져갈 수 있을까?

 

더군다나 티 위에 공을 올려놓고 똑딱이를 하는 경우도 있다. 초보골퍼의 경우 티 위에 공을 올려 놓고 똑딱이를 하면 십중팔구는 올려 치게 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렇게 쳐야 공도 뜨고 잘 맞은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다운블로라는 개념이 없는 초보골퍼가 티 위에 공을 놓고 똑딱이를 하는 경우에 다운블로로 공을 맞히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다. 어쩌면 올려 치는 것이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러다가 매트 바닥에 공을 놓고 치면 공을 어떻게 맞혀야 할지 막막해지기도 한다. 티 위에서 치던 습관대로 치면 십중팔구는 뒷땅을 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공이 뜨지 않으니까 손목을 써서라도 공을 띄우려고 퍼 올리는 스쿠핑 동작을 하게 된다.

 

최근에는 풀스윙부터 가르치는 연습장도 많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그런데 골프에 입문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스윙의 향상속도가 빠른 골퍼들에게 물어보면 전부는 아니지만 대다수의 골퍼들이 풀스윙부터 배웠다고 얘기하는 것을 들을 수 있다.

 

얼마 전에 골프마니아클럽(http://cafe.naver.com/golfmaniaclub) J골프의 주관 하에 제작 되어 인기리에 막을 내린 ‘100일의 기적에서 김중호 코치는 골프클럽을 한 번도 잡아보지 못한 사람에게 풀스윙부터 가르치는 파격(?)을 선 보인 일이 있다. 아마도 지금은 풀스윙부터 가르치는 것을 하나의 골프 교습법으로 인정 혹은 묵인하는 추세인가 보다.

 

지금도 내 주위에는 똑딱이부터 차근차근 골프를 잘 배워서 재미있게 즐기는 골퍼들이 있기는 하지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해서 아무래도 내가 자주 엘보우에 걸리는 것은 똑딱이를 배우면서 들어간 힘이 아직도 빠지지 않았기 때문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최근에 이제는 어느 정도 힘을 빼고 스윙 한다고 느꼈는데, 힘 빼는데 3년 걸린다는데 나는 아직도 힘을 빼려면 멀었나 보다. 3년이 넘었는데도 말이다.

골프한국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