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빈스윙 칼럼

골프연습, 청각적인 유혹에서 벗어나자

빈스 윙 2012. 7. 20. 07:30

깡~퍽, 팅~퍽, 뻥~펑

연습장에 들어서니 여기 저기서 공과 클럽이 부딪히는 타구음과 타석 앞에 걸려있는 타깃 천에 공이 맞는 소리로 요란하다.

 

자리를 잡고 연습을 하다 보면 그러한 소리에 뒤질세라 나도 모르게 스윙이 빨라지면서 힘이 들어간다. 스윙을 멈추고 가만히 지켜보면 마치 누가 깡깡거리는 소리를 더 크게 내는지 경쟁이라도 하는 것 같다.

 

그런 부질없는 경쟁은 그만 두고 진짜 연습을 하자고 마음을 다잡아 나의 연습모드로 돌입하지만 이내 청각적인 유혹에 이끌려 소리 크게 내기 경쟁에 뛰어들고 만다. 연습을 마치고 나면 내가 도대체 무슨 연습을 했는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은 혹시 이런 경험이 없으신지 궁금하다. 아마도 많은 골퍼들이 한두 번쯤은 혹은 그 이상 겪어본 일이 아닐까 한다. 이러한 청각적인 자극이 인간의 뇌에 어떤 식으로 전달되고 심리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모르겠지만 나도 모르게 소리 크게 내기 경쟁에 합류하는 나를 이해하기 힘들다.

 

제대로 된 연습을 위해서 이러한 청각적인 유혹을 떨쳐내야 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게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 정말 골프는 내 생각대로 되는 것이 거의 없는 운동 같다. 실내 연습장뿐만 아니라 거리가 제법 되는 드라이빙 레인지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단지 타깃 천에 공이 맞는 소리만 없을 뿐 클럽과 공이 만나는 타구음은 청각적인 유혹을 만들어내기에 충분하다.

 

연습장에는 이러한 청각적인 유혹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시각적인 유혹도 존재한다. 드라이빙 레인지에 거리를 표시해놓은 숫자판이나 연습장 끝 그물에 걸려있는 타깃 천이 초보골퍼의 스윙을 망가뜨려가며 유혹하기도 한다.

 

남들은 7번 아이언으로 150미터를 날린다는데 나도 그 정도는 날려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스스로 마음 속의 거리를 정해 놓은 다음, 150미터쯤 되는 어딘가에 시각적으로 확인하기 쉬운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물을 향하여 스윙이야 망가지던 말던 후려 패기 시작한다.

 

이런 경우도 있다. 옆 타석에 자신과 비슷한 체격의 골퍼가 시원스럽게 샷을 날리는 것을 보고 몇 번 아이언이냐고 물은 뒤에, 자신도 같은 번호의 아이언으로 옆 타석의 골퍼가 날린 거리만큼 날리는 연습 아닌 연습을 하기도 한다. 그것은 연습이 아니라 차라리 자신의 골프와 스윙을 학대하는 짓(?)이 아닐까 한다.

 

그렇게 스스로를 고문(?)해서 얻어지는 것이 무엇일까? 그렇게 해서 비거리가 늘어난다면 모르겠지만, 내 경험으로는 스윙만 망가지고 골병만 들뿐 비거리는 늘어나지 않았다. 그렇게 단숨에 비거리가 늘어난다면 얼마나 좋겠냐 마는 골프에서 비거리라는 놈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시각적인 유혹은 또 하나 있다. 공이 날아가기도 전에 시선이 목표방향으로 먼저 향하는 것이다. 소위 말하는 헤드업이라는 것으로 나도 수시로 체크하고 반성하는 부분인데, 왜 그리도 공이 날아가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예쁘게 날아가지도 않는 공을 말이다.

 

 

이 밖에도 연습장에서 극복해야 할 유혹들은 얼마든지 있다. 최근에는 자동 티업기를 설치한 연습장들이 많은데 초보골퍼들에게 자동 티업기가 별로 좋지 않은 이유는 공이 올라오는 속도에 맞춰 스윙을 하게 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마치 자동으로 올라오는 공에 쫓겨 그 공을 쳐내기에 바쁜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스윙연습을 하는 건지 자동으로 올라오는 공을 쳐내는 노동을 하는 건지 알 수 없을 정도의 스윙패턴을 보이는 초보골퍼도 있다.

 

요즘은 시간제로 연습을 하는 곳이 많은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으면 시간에 쫓겨 자세고 뭐고 하나도 신경 쓰지 않고 미친 듯이 공을 쳐대는 경우도 있다. 10분 정도 남았으니 최대한 공이나 많이 치고 가자는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안 맞는 샷과 잘 맞는 샷, 어느 것을 연습하지? - http://blog.daum.net/beanswing/781에서 언급한 것처럼 좋지 않은 스윙동작만 기억될 뿐이다.

 

시간제가 아닌 공의 개수로 계산을 하는 연습장에서도 남아 있는 공이 초보골퍼들을 유혹한다. 자신의 계획대로 연습을 충분히 했거나, 연습을 마쳐야 할 시점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공이 남아 있으면 어떻게 해서라도 남은 공을 다 쳐야 직성이 풀리는 것이 초보골퍼들의 마음이자 현실이 아닐까 싶다.

 

타이거 우즈가 말했듯이 공을 친 숫자로 연습시간이나 연습량을 가늠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연습시간이 필요이상으로 길어지면 집중력도 떨어지고, 연습계획에 의해서 스스로 정한 연습을 마쳐야 할 시점 이후에 치는 공은 정성을 들여 치기 어렵다. 좋은 스윙이 나오기 어려운 조건에서 치는 샷이 초보골퍼에게 이로울 리 없다.

 

연습장 타석이 초보골퍼들을 유혹하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의 골퍼들은 연습장에서 선호하는 타석이 있다. 그리고 그 타석이 비어 있으면 항상 같은 타석에서 치기를 원한다. 나 역시 선호하는 타석이 있는데, 내가 선호하는 타석은 양쪽 끝자리이다.

 

왜냐하면 골프장의 양쪽 끝에는 대형 거울이 달려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거울을 보면서 나의 스윙을 체크하기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앙에 있는 타석보다는 에임에 신경을 써야 하는 것도 연습에 도움이 된다.

 

특정 타석이 초보골퍼들을 유혹하는 이유가 될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의 경우는 자주 이용하는 타석에서 연습을 하면 공이 잘 맞고, 낯 설은 타석에서 연습을 하면 공이 잘 맞지 않는 경향이 있다. 물론 자주 이용하는 타석이 심리적으로 편안하기 때문이라고 생각은 드는데, 이러한 현상이 다른 초보골퍼들에게도 있는지 궁금하다.

 

연습장에서 골퍼들을 유혹하는 것들은 대부분 마음을 통제하지 못해서 생기는 것들이다. 그러한 유혹들 중에 한 가지만 더 언급하면, 주위에 자신보다 더 초보인 왕초보 골퍼가 연습을 하고 있으면 마치 왕초보의 기를 죽이려는 듯이 혹은 왕초보 골퍼보다는 조금 나은 자신의 샷을 과시라도 하려는 듯이 약간은 우쭐거리는 마음으로 샷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골프나 골프연습은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순간적인 과시욕(?)이 초보골퍼를 유혹한다.

 

자신만의 일관된 스윙을 가지고 자신만의 철학이 담긴 골프를 하려고 한다면, 자신만의 연습도 할 줄 알아야 하건만, 언제쯤 그런 속물근성을 버리고 제대로 마음을 통제하여 연습다운 연습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 글을 읽는 초보골퍼들은 나처럼 연습장에서의 여러 가지 유혹에 빠지지 말고 자신이 세운 연습계획대로 꿋꿋하게 연습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