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퍽, 팅~퍽, 뻥~펑
연습장에 들어서니 여기 저기서 공과 클럽이 부딪히는 타구음과 타석 앞에 걸려있는 타깃 천에 공이 맞는 소리로 요란하다.
자리를 잡고 연습을 하다 보면 그러한 소리에 뒤질세라 나도 모르게 스윙이 빨라지면서 힘이 들어간다. 스윙을 멈추고 가만히 지켜보면 마치 누가 깡깡거리는 소리를 더 크게 내는지 경쟁이라도 하는 것 같다.
그런 부질없는 경쟁은 그만 두고 진짜 연습을 하자고 마음을 다잡아 나의 연습모드로 돌입하지만 이내 청각적인 유혹에 이끌려 ‘소리 크게 내기 경쟁’에 뛰어들고 만다. 연습을 마치고 나면 내가 도대체 무슨 연습을 했는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은 혹시 이런 경험이 없으신지 궁금하다. 아마도 많은 골퍼들이 한두 번쯤은 혹은 그 이상 겪어본 일이 아닐까 한다. 이러한 청각적인 자극이 인간의 뇌에 어떤 식으로 전달되고 심리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모르겠지만 나도 모르게 ‘소리 크게 내기 경쟁’에 합류하는 나를 이해하기 힘들다.
제대로 된 연습을 위해서 이러한 청각적인 유혹을 떨쳐내야 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게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 정말 골프는 내 생각대로 되는 것이 거의 없는 운동 같다. 실내 연습장뿐만 아니라 거리가 제법 되는 드라이빙 레인지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단지 타깃 천에 공이 맞는 소리만 없을 뿐 클럽과 공이 만나는 타구음은 청각적인 유혹을 만들어내기에 충분하다.
연습장에는 이러한 청각적인 유혹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시각적인 유혹도 존재한다. 드라이빙 레인지에 거리를 표시해놓은 숫자판이나 연습장 끝 그물에 걸려있는 타깃 천이 초보골퍼의 스윙을 망가뜨려가며 유혹하기도 한다.
남들은 7번 아이언으로 150미터를 날린다는데 나도 그 정도는 날려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스스로 마음 속의 거리를 정해 놓은 다음, 150미터쯤 되는 어딘가에 시각적으로 확인하기 쉬운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물을 향하여 스윙이야 망가지던 말던 후려 패기 시작한다.
이런 경우도 있다. 옆 타석에 자신과 비슷한 체격의 골퍼가 시원스럽게 샷을 날리는 것을 보고 몇 번 아이언이냐고 물은 뒤에, 자신도 같은 번호의 아이언으로 옆 타석의 골퍼가 날린 거리만큼 날리는 연습 아닌 연습을 하기도 한다. 그것은 연습이 아니라 차라리 자신의 골프와 스윙을 학대하는 짓(?)이 아닐까 한다.
그렇게 스스로를 고문(?)해서 얻어지는 것이 무엇일까? 그렇게 해서 비거리가 늘어난다면 모르겠지만, 내 경험으로는 스윙만 망가지고 골병만 들뿐 비거리는 늘어나지 않았다. 그렇게 단숨에 비거리가 늘어난다면 얼마나 좋겠냐 마는 골프에서 비거리라는 놈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시각적인 유혹은 또 하나 있다. 공이 날아가기도 전에 시선이 목표방향으로 먼저 향하는 것이다. 소위 말하는 헤드업이라는 것으로 나도 수시로 체크하고 반성하는 부분인데, 왜 그리도 공이 날아가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예쁘게 날아가지도 않는 공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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