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빈스윙 칼럼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통해 본 한국골프의 미래

빈스 윙 2010. 11. 21. 14:41

남녀 개인과 단체 4라운드로 진행된 이번 광저우 아시안게임 골프종목이 지난 20일 남자 단체 최종라운드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아직까지는 골프라는 스포츠가 미국과 유럽의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최근 들어 아시아에서도 세계적인 선수들을 많이 배출하는 추세임에는 틀림없다.

 

의외로 아시안게임에서 골프의 위상은 기타 인기종목에 비해 많이 떨어지는 듯 하다. 물론 세계적인 선수가 출전하는 것도 아니고 유독 골프종목만 순수 아마추어만 출전할 수 있게 한 것도 관심을 끌지 못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아닌가 싶다.

 

하지만 도하 아시안게임을 통해서 김경태, 김도훈, 유소연, 최혜영 선수가 성장했듯이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은 휩쓴 주역들이 앞으로 한국 골프를 이끌어 나갈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하며 이 글을 쓴다.

 

왼쪽부터 여자팀 김현수·김지희·한정은과 남자팀 이재혁·이경훈·김민휘·박일환

 

이번 아시안게임 골프경기의 결과를 보면서 역시 한국의 골프는 아시아의 강자임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한국 남녀 골프 대표팀은 남녀 개인전과 단체전을 모두 휩쓸어 도하 아시안게임에 이어 2회 연속 금메달 4개를 따냈다.

 

도하 아시안게임에 비해 전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이번 대표팀은 김민휘(신성고)와 김현수(예문여고)의 활약에 힘입어 남녀 개인전과 단체전 금메달을 독식했다.

 

20일 광저우 드래곤레이크 골프장에서 열린 남자 골프 최종 라운드에서 김민휘가 버디 5개와 보기 2개로 3언더파 69타를 기록해 최종합계 15언더파 273타로 필리핀의 루이스 미겔(최종합계 6언더파 282타)을 9타차로 꺾고 우승했다.

 

김민휘는 또 함께 출전한 4명의 선수 가운데 성적이 좋은 3명의 스코어를 합산해 순위를 정하는 단체전에서도 합계 22언더파 842타로 인도(10오버파 874타)를 무려 32타차 앞서며 2관왕에 올랐다.

 

공동취재구역에 나선 김민휘에게 소감을 묻자 눈시울이 붉어지면서 "너무 오랫동안 꿈꿔왔다. 그 동안 아시안게임에만 집중해 훈련했다."며 "너무 기쁘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뒷바라지 하시느라 너무 고생하셨다. 한국에서 아마추어 대회 10번 우승하는 것보다 오늘 금메달의 기분이 더 좋다. 오직 금메달을 향하여 모든 것을 포기하고 여기까지 달려왔다. 스스로 자랑스러워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며 눈물의 의미를 설명했다.

 

김민휘는 "김경태 선배처럼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하고 프로에 데뷔하고 싶었다. 목표는 미국프로골프(PGA)에서 고른 성적을 내면서 프로 생활을 하는 것"이라며 "이번 성과는 한국 선수들 모두 금메달에 대한 간절함이 이뤄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메달과 병역혜택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김민휘가 눈물을 보였지만 여자 개인전과 단체전 2관왕에 오른 김현수는 웃음이 사라지지 않았다.
전날 7언더파 65타를 몰아쳤던 김현수는 여자부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2개와 보기2개를 치며 이븐파 72타를 적어내 최종합계 11언더파 277타로 금메달의 영광을 차지했다.  

 

함께 출전한 김지희(육민관고)는 최종합계 1언더파 287타로 중국의 옌진과 동타를 이룬 끝에 18번홀에서 치러진 순위 결정전에서 밀려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또 지난달 세계선수권대회 개인전 금메달에 빛나는 한정은(중문상고)은 보기 5개에 버디는 1개에 그치며 4오버파 76타를 적어내 최종합계 1오버파 289타로 4위로 내려 앉아 메달 확보에 실패했다.

그러나 여자 대표팀도 3명 가운데 2명의 베스트 스코어를 합치는 단체전에서도 최종합계 16언더파 560타로 2위 중국(5언더파 571타)을 11타차로 제치고 금메달을 추가했다.

 

김현수는 "지난 2월부터 합숙하며 혹독하게 훈련했던 대표팀 친구들과 함께 기분 좋게 와서 볼을 치고 가려고 했다"며 "2관왕은 혼자서 이뤄낸 게 아니다. 대한골프협회 임원들과 가족은 물론 이날 응원해준 교민들의 힘이다"고 겸손해했다.

그는 "첫날 결과가 좋아 나머지 라운드를 쉽게 할 수 있었다"며 "금메달을 예상했다기보다 후회하지 않는 경기를 치르려고 했다. 작년에도 여기서 좋은 성적을 낸 적이 있어 기대를 했다. 드래곤레이크 골프장이 나랑 잘 맞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현수는 "앞으로 목표는 높게 잡을수록 좋겠지만 줄리 잉스터처럼 행복하게 오랫동안 골프를 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도하 아시안게임에 이어 4개의 금메달을 모두 싹쓸이 한 대표선수들이 앞으로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자못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