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빈스윙 칼럼

집 나간 자신감 어디서 찾아오지?

빈스 윙 2010. 11. 1. 19:30

지금까지 내 블로그에 300 여개의 글을 포스팅했는데, 그 중에서 50~60개의 글에 '자신감'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다. 거의 다섯 개의 글 중에서 하나는 자신감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셈이다.

 

초창기에 100타를 넘어 110타 가까이 치던 시절에 쓴 글을 보면, 자신감 부족에 대한 문제점을 많이 언급했다. 지금은 그 당시와 비교하여 스윙이 크게 좋아진 것도 아닌데 자신감이 부족하다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는다. 그럼 그 몇 달간 나에게 무슨 변화가 생겼던 걸까?

 

일단 미스샷이 눈에 띄게 줄었다. 50% 가까운 미스샷이 10% 정도로 줄어서 정교하지는 않지만 비교적 안정적인 샷을 구사하고 있다.

 

페어웨이가 넓든 좁든 가슴이 쿵쾅거리며 떨리는 일은 없다. 한 라운드에 적게는 5~6개에서 많게는 7~8개까지 오비를 내던 시절에는 티박스에 서면 왜 그리도 가슴이 쿵쾅거리는지... 지금 그렇게 떨리는 일이 없는 것은 오비가 날 확률이 10% 이내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퍼트의 경우 내가 계산한 대로 내가 연습한 대로 나 스스로를 믿고 스트로크한다. 내 스스로를 못 믿고 너무 길지 않을까? 혹은 방향이 잘못된 느낌이라는 생각을 가지면 여지없이 엉뚱한 거리와 방향으로 공을 보낸 경험이 많기 때문이다. 이건 실수라고도 할 수 없는 어이없는 스트로크에 속한다.

 

지금처럼 계속 라베를 찍으며 모든 샷이 크게 문제없을 경우에는 자신감이 충천하겠지만 어느 날 갑자기 슬럼프가 찾아 오면 또 가출을 하는게 '자신감'이라는 녀석이다.

 

이럴 경우 집 나간 자신감을 어디서 찾아올 수 있을까? 골프는 극도로 심리적인 안정감을 요구하는 운동이기 때문에 집 나간 자신감은 반드시 찾아와야 한다. 어디선가 자신감을 찾는 방법에 대해 이미지 트레이닝을 통해서 심리적인 안정감을 갖게 되면 자신감을 찾을 수 있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나는 이 말에 일부 동의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너무 어렵고 받아들이는 사람에게는 뜬구름 잡는 얘기로 들릴 수 있는 해결책이라고 생각된다.

 

골프를 하는데 마음을 가다듬는 수련이 필요하다는 것은 인정한다. 오랜 시간 마음수련을 했다 하더라도 필드에서 미스샷을 연발한다면 좌절감만 더욱 더 커질 뿐이다. 내가 심리적 안정감이나 자신감에 대해 주장하고 싶은 것은 '유효샷만 할 수 있다면 자신감은 절로 생긴다'는 것이다. 심리적인 안정감으로 인해 샷이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일관된 스윙으로 유효샷만 날릴 수 있다면 그로 인해 심리적인 안정감을 갖고 되고 자신감이 저절로 생긴다는 주장를 펼치고 싶다.

 

여기서 말하는 유효샷이란 미스샷이 아닌 자기 거리의 7~80% 이상 앞으로 보낸 샷을 말한다. 오비가 나지 않고, 생크가 나지 않고, 그리 크게 미스한 샷이 아니면 충분히 자신감을 가져도 된다.

 

스윙이 안되고 미스샷을 연발하는 사람에게 아무리 심리적 안정감을 위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고 자신감을 가지라고 조언을 해도 자신감을 가질 수 없다.

 

결국 자신감은 실력에서 나온다는게 내 생각이다. 그 실력은 절대적인 실력이 아니라, 상대적인 실력이다. 백돌이가 90대 초반 타수를 기록하게 되면 자신감이 생기지만, 싱글을 치던 사람이 90대 타수를 기록하게 되면 자신감을 잃게 된다. 하지만 자신감은 절대적인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저명한 PGA 강사이자 심리학자인 조셉 페런트 박사가 저술한 젠골프 (ZEN GOLF) 라는 책에서 언급한 세 가지 자신감에는 위장된 자신감, 조건부 자신감, 절대적 자신감으로 나누고 있다. 조셉박사는 골프수준은 자신감의 크기로 결정된다고 주장한다.

 

다음은 신지애 선수의 얘기다.

제 골프에 대한 생각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자신감'입니다. 누구나 실수할 수는 있지만, 자신감을 갖고 하면 실수를 하더라도 오히려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결과를 두려워하고 머뭇거리기만 해서는 아무것도 얻을 수가 없습니다.

저는 대표선수가 돼 체계적인 훈련을 받기 시작한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여러 번 '골프의 방황'을 했습니다. 타이거 우즈와 애니카 소렌스탐 등 유명 선수들의 골프 레슨서를 비롯해 안 읽어본 교습서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런데도 막상 경기에 나가면 엄청난 오버 스윙에 실수투성이의 골프를 했습니다.

제 골프에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은 고등학교 2학년 때입니다. 아마추어 자격으로 출전한 프로대회에서 우승했을 때였습니다. 그러자 "드라이버 샷이 페어웨이를 벗어나지 않는 선수" "자신감이 넘치는 퍼팅 능력을 지닌 선수"라는 과분한 칭찬이 쏟아졌습니다. 처음엔 '내가 정말 그렇게 대단한 선수인가' 의문이 들긴 했지만, 곧 자신감으로 바뀌었습니다. 티잉 그라운드에 서면 '내가 친 드라이버 샷은 언제나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단 말이야' 하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자신감을 갖고 친 샷은 점점 더 똑바로 멀리 나갔습니다.

 

신지애 선수의 경우에는 우승으로 인해 자신이 생각했던 실력보다 더 좋은 성적을 거둠으로 자신감을 갖게 된 경우이다. '엄청난 오버스윙에 실수투성이 골프'에서 내가 언급한 미스샷을 줄여야 한다는 말과 일치한다. 실수투성이 골프로는 자신감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자신의 실력을 믿는 자신감을 얻으려면 연습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특히 백돌이들은 스윙이 몸에 완전히 익지 않았으므로 더욱 열심히 연습을 해야한다. 싱글을 치다가도 다시 백돌이가 되는 것이 골프이므로 꾸준하고 효과적인 연습을 통한 실력만이 집 나간 자신감을 찾아오는 방법이다.

 

물론 출중한 실력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심리적인 안정감을 찾지 못해서 자신감을 잃고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면 이는 연습을 할 것이 아니라 정신과 또는 심리 상담을 받아야 할 것이다.

 

집 나간 자신감은 연습을 통한 실력에서 찾아오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