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빈스윙 칼럼

골프, 비거리에 낀 거품을 아시나요?

빈스 윙 2010. 12. 20. 09:59

친구들과 골프얘기를 하다 보면 비거리 얘기가 약방의 감초처럼 항상 등장한다. 그 내용은 자신의 비거리부터 다른 친구의 비거리까지. 비거리가 안나가서 골프를 못친다는 둥. 지금은 250미터를 보내는데 10미터만 더 나갔으면 좋겠다는 둥.

 

비거리에 대해서 왈가왈부 말이 많은 가운데 비거리에 낀 거품 내지는 비거리에 대해 착각을 하고 있는 골퍼들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주위 골퍼들에게 드라이버 비거리가 얼마나 되느냐고 물으면 200미터 이하는 하나도 없다. 대부분 220미터 내지는 230정도라고 말하는 골퍼들이 가장 많고 심지어는 250미터 이상을 보낸다는 골퍼도 적지 않게 있다.

 

사실 드라이버 비거리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 나는 한 없이 작아진다. 나의 평균비거리는 190미터가 될까 말까한 정도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최근에 10미터 정도 늘어난 비거리가 이 정도다. 하지만 비거리가 많이 나가는 골퍼와 라운드를 해도 스코어는 그리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것이 나에게는 위안이 된다.

 

드라이버로 200미터 이상 보낸다는 골퍼와 여러 번 라운드를 했다. 내가 보기에는 나와 비교해도 절대 200미터 이상이라고는 말할 수 없는 거리였는데 라운드를 마치고 오히려 나에게 비거리가 많이 나간다며 나의 비거리를 묻는다. 180∼190미터 정도라고 얘기하면 거짓말이라고 하거나 믿지를 않는다.

 

왜 나의 말을 믿지 못하고 거짓말이라고 하는 걸까? 나름 생각해 보면 몇 가지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첫째, 실제 비거리는 서로 비슷하게 나갔거나 내가 더 많이 나갔는데 내가 말하는 비거리는 자신보다 더 적게 얘기하니까 믿지 못하거나 거짓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당연하다. 나도 종종 200미터 이상의 비거리를 낸다. 내리막 뒷바람에서는 240미터 까지도 날린 적이 있다. 하지만 나의 비거리는 확실하게 200미터가 안 되는 것이 사실이다. 어떻게 자신의 비거리를 산출했는지는 모르지만 자신의 비거리를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아닌가 한다.

 

둘째, 자신의 최대 비거리를 평균비거리로 잘못 알고 있을 수도 있다. 어쩌다 한 번 나가는 최대비거리를 자신의 평균비거리로 착각하게 만드는 요인은 최대비거리가 평균비거리로 되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인한 심리적인 요소가 우리로 하여금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세째, 우리는 흔히 골프에서의 비거리를 남자의 자존심으로 빗대어 얘기한다. 이러한 풍조가 자신의 비거리를 부풀려 얘기하게 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나의 경우 자존심을 포기한지 오래다. 그래서 줄기차게 3온 작전을 구사하라고 다른 초보골퍼들에게 말하는지도 모른다. 골프가 비거리로 승패가 갈리는 게임이라면 그렇게 많은 골프채가 있을 이유가 없다.

 

이렇게 우리가 알고 있는 자신의 비거리에는 거품이 낄 요소를 많이 내재하고 있다. 여기서 잠깐 아래 손가락을 한 번 클릭하고 우리나라 성인남자골퍼의 비거리에 대한 자료를 살펴보자.

 

 

먼저 평균적으로 힘과 체격이 좋은 미국골퍼들의 드라이버 비거리를 살펴보자.

2009년 미국골프재단이 조사한 미국골퍼들의 드라이버샷 비거리는 한국골퍼들과 비슷한 수치를 보였다고 한다. 미국 성인남자의 드라이버 평균비거리는 200야드였다. 이 자료를 보고 나는 깜짝 놀랐다. 200야드면 180미터 정도 밖에 안된다는 소리다.

 

그런데 이 수치를 이해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자료가 있다. 성인남자 전체 골프인구의 50%에 육박하는 골퍼들이 백돌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는 이 조사에 톱볼, 스카이볼, 뒤땅, 슬라이스, 훅을 모두 포함시켰다는데 있다. 이러한 미스샷을 제외한다고 하더라도 평균비거리는 220야드가 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럼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떨까? 몇 해 전에 스카이72 골프장에서 내장객을 상대로 조사한 국내 성인남자의 드라이버 평균비거리는 215야드였다. 캐디들이 고객의 비거리 수치를 높여서 불러주는 경우가 다반사인 것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200야드 정도라고 한다. 미국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은 수치다.

 

이러한 통계자료를 보면서 내 주위의 많은 골퍼들이 자신의 비거리에 낀 거품을 모르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자신의 비거리에 대해 잘못 알고 있어도 라운드를 하는데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은 대부분의 주말골퍼들이 사전에 코스매니지멘트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무런 라운드 전략 구상없이 그냥 막연하게 라운드에 임하기 때문에 자신의 비거리는 실제로 그리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내가 비거리를 계산하는 방식은 매 라운드마다 파4 홀에서 비거리가 제일 많이 나간 홀과 제일 적게 나간 홀 그리고 오비가 나거나 헤저드에 빠진 홀을 제외한 홀의 평균거리를 산출하여 최근 10개의 라운드 평균을 구해서 드라이버 평균비거리를 산출한다. 각 홀당 비거리는 전체거리에서 캐디가 불러주는 남은 거리를 빼서 계산하므로 핀의 위치에 따른 오차는 발생한다. 하지만 10개홀 10개 라운드 총 100개 홀의 평균을 내면 그 오차는 미미하다.

 

이제 부터라도 자신의 정확한 비거리를 파악하고 그 비거리를 토대로 코스매니지먼트에 활용하여 스코어를 줄여 한층 더 즐거운 라운드를 해 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