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빈스윙 칼럼

자신의 수준에 맞는 골프를 하라 - 잭 니클라우스

빈스 윙 2010. 12. 22. 08:30

"자신의 수준에 맞는 골프를 하라"

이는 내가 한 말이 아니고 잭 니클라우스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기자들이 '주말골퍼들이 스코어를 잘 낼 수 있는 방법을 알려 달라'고 질문하자 그가 대답한 말이다.

 

나는 잭 니클라우스가 한 말에서 두 가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보았다. 그 중 하나는 '골프는 확률게임이다'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7번 우드로 160미터 가량 보내는 초보골퍼가 있다. 5번 우드는 평소에 연습을 하지 않아서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

 

공이 있는 위치에서 그린 사이에 헤저드가 있다. 헤저드 앞까지는 불과 70미터 정도지만, 헤저드를 넘기려면 캐리로 150미터 정도 보내야 한다. (여기서 6번 아이언 정도로도 넘길 수 있는 로우핸디골퍼는 논외로 한다.)

 

방법은 두 가지다. 첫 번째 방법은 60미터 정도 보내고 나머지 거리는 숏 아이언으로 처리하는 것이고, 두 번째 방법은 가장 잘 맞았던 샷을 생각하며 7번 우드로 그냥 치는 것이다. 두 번째 방법이 성공하면 1타 만에 헤저드를 넘기는 것이고 실패하면 3타 만에 헤저드를 넘길 수 있게 된다. 첫 번째 방법은 성공하면 2타 만에 헤저드를 넘기게 되고, 실패하면 3타 만에 헤저드를 넘길 것으로 보아진다.

 

먼저 두 방법 모두 성공하는 경우를 보자. 두 번째 방법이 1타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그래서 많은 주말골퍼들이 두 번째 방법을 선택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골프가 확률게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첫 번째 방법이 1타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된다.

 

여기서 많은 초보골퍼들이 잘못 생각하는 함정이 여러 가지 있다.

 

첫째, 캐리로 150미터 정도 보내려면 평균 170미터 이상을 보낼 수 있는 클럽을 선택해야 한다. 사실 이것도 안전하지는 않다. 왜냐하면 헤저드 등의 장애물이 있는 경우에는 근육이 수축이 되면서 평소대로 스윙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그 만큼 미스샷이 나올 확률이 많다는 것이다. 특히 초보골퍼의 경우에는 말이다.

 

둘째, 여기서 초보골퍼들이 빠지는 함정은 가장 잘 맞았을 때의 거리를 기준으로 한다는 것이다. 보통은 7번 우드로 160미터 정도 보내지만, 잘 맞으면 180미터도 갈 수 있다는 착각이 벌타를 먹게 한다.

 

세째, 철저하게 확률적인 계산을 배제한다는 것이다. 좋은 이미지로 심상훈련을 하랬다고, 분명히 헤저드를 넘길 수 있다는 자신감만으로 스코어가 좋아지지는 않는 법이다. 평소에 연습장에서 10번의 샷 가운데 7~8번 정도의 굳샷이 나와야 필드에서는 가까스로 50%의 굳샷이 나올까 말까 하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되겠다. 더구나 헤저드와 같은 장애물이 있는 경우에 초보 주말골퍼가 성공할 확률은 절대로 50%가 안된다.

 

네째, 자신의 실력을 너무 과대평가 하거나, 요행을 바라거나, 기적을 바라는 마음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1%의 확률에 너무 큰 기대를 건다. 1%의 확률에 기대를 거는 것은 자신의 수준을 철처하게 무시하는 행위일 수도 있는데도 말이다.

 

다섯째, 헤저드를 한 번만에 넘기려다 실패해서 1타를 까먹는 것은 아깝게 생각하지 않고, 2번에 잘라 가서 1타가 더 늘어나는 것은 아깝게 생각한다는 점이다. 벌타를 먹으면 결국은 매번 후회를 하면서도 말이다.

 

여섯째, 코스 매니지먼트에 대한 생각을 전혀 못하는 문제도 초보골퍼들을 함정에 빠뜨리는 이유가 된다. 투어프로들도 자신의 수준으로 할 수 없는 샷이라고 생각되면 과감하게 레이업을 한다. 레이업을 할 때는 항상 그 다음 샷을 생각한다. 하지만 초보 주말골퍼들은 프로들도 하기 어려운 샷에 과감하게 도전하는 경향이 있다.

 

이외에도 초보골퍼들을 빠뜨리는 함정을 찾아보면 몇 가지가 더 나올 것 같다. 이렇게 수 많은 함정이 있다는 것조차도 파악하지 못하는데 문제가 있다. 초보 주말골퍼들이 이렇게 많은 함정을 도대체 어떻게 피해 갈 수 있단 말인가? 함정은 빠지라고 만든 것이지만, 함정을 어떻게 지혜롭게 잘 빠져나가느냐가 스코어를 줄일 수 있는 관건이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겠다. 최소한 골퍼 스스로가 함정을 만들어서 헤메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

 

잭 니클라우스가 한 말의 또 다른 의미를 언급하기 전에 아래 검지 손가락을 한 번 클릭하고 잠깐 쉬어 가면 좋겠다.  

 

 

잭 니클라우스가 한 말의 또 다른 한 가지 의미는 '자신의 수준을 넘어선 욕심을 부리지 말라'는 의미가 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자신의 실력을 과신해서는 안된다. 그리고 연습장에서의 샷과 필드에서의 샷은 분명히 다르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왜냐하면 필드에서는 그나마 티박스를 제외하고는 지면이 연습장과 같이 완전히 평평하게 된 곳은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자신의 수준에 맞게 골프를 하려면 먼저 라운드 전략을 자신의 수준에 맞게 짜야 한다. 현재 나의 라운드 전략은 3온에 2퍼트를 기준으로 한다. 화이트티에서 파4홀이 아무리 길어봐야 400미터를 넘지는 않는다. 400미터를 2온 시키려고 하면 심적부담이 크지만, 3온 시키자고 생각하면 오히려 마음이 편해져서 샷을 더 잘 할 수 있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물론 거리가 지금보다 더 나가고 방향성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게 된다면 나의 라운드 전략은 2온으로 바뀔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나의 실력으로는 2온을 하겠다고 과욕을 부리는 것 보다 3온으로 편안하게 라운드를 하는 것이 스코어를 줄이는 길임을 나는 잘 알고 있다.

 

클럽선택도 수준에 맞게 해야한다. 초보에게 3번, 4번 아이언은 아주 부담스러운 클럽임에 틀림없다. 샤프트의 길이가 긴 것도 그렇고, 잘 맞지 않다보니 연습도 많이 하지 않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라운드에서 3번, 4번 아이언을 꺼내드는 나를 발견한 적이 몇 번 있다. 결과는 물론 7번 아이언으로 치는 것보다도 좋지 않은 결과가 대부분이었다. 아마도 나 뿐만 아니라 많은 초보골퍼들이 이와 유사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평소에 연습하지 않은 클럽은 라운드에서 손도 대지 않는 것이 좋다. 아니, 아예 골프가방에서 빼내어 집에 두는 편이 더 좋을지도 모른다. 라운드 도중 클럽이 눈에 보이면 '욕심'이라는 놈이 꿈틀거릴테니까. 평소에 연습을 많이 해서 정확하게 임팩트를 하는 클럽이라도 라운드를 할 때면 한 두번 또는 그 이상의 미스샷이 발생하는 것이 초보골퍼다. 그런데 1%의 확률을 기대하며 평소 연습을 하지 않은 클럽을 꺼내 든다는 것은 아주 위험한 도박이나 마찬가지다.

 

초보골퍼들은 자신의 거리를 10미터 정도씩 적게 보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초보골퍼들은 대부분 거리가 짧은 편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자신이 7번 아이언으로 130미터를 보낸다고 생각하면 라운드를 할 때는 120미터 거리에서 7번 아이언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초보골퍼들은 라운드에서 자신의 거리를 못내는 것이 현실이다. 아니면 자신의 거리를 잘못 알고 있거나.

 

연습장에서 7번 아이언으로 130미터를 보냈다 하더라도 라운드에서는 그 거리에 못 미칠 확률이 높다. 일단은 스탠스가 달라지므로 방향성도 보장되지 않고, 연습장에서는 약간의 뒤땅도 인조잔디에 미끄러지면서 잘 맞은 것 같은 효과를 내지만 필드에서는 약간의 뒤땅이 10미터 이상의 거리 손실로 이어진다.

 

연습장 환경과 필드 환경의 차이를 깨닫지 못함으로 인해서 자신의 실력을 연습장에서 연습했던 수준으로 생각하고 라운드를 한다면 아마도 적지 않은 실망을 하게 될 것이다. 초보들은 라운드를 할 때 자신의 수준을 한 단계 낮춰서 생각하는 것이 오히려 라운드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잭 니클라우스는 '자신의 수준에 맞는 골프를 하라'고 했지만, 내 생각에는 자신의 수준에 맞는 골프를 하기 전에 자신의 수준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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