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2일 라운드이후 어제 처음으로 골프채를 잡았다. 골프라는 운동은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할 수 있는 운동인가보다. 여러가지로 마음이 복잡하다보니 거의 2주간 연습을 전혀하지 못하다가 어제 스크린골프를 칠 기회가 생겨서 간만에 골프채를 잡아봤다.
난 스크린골프를 즐기는 편이 아니라서 (지금까지 15번 정도 친 것 같다.) 스크린골프 타수나 필드에서의 타수나 거기서 거기다. 전반 9홀은 나의 스윙으로 그런대로 잘 쳤다. 후반들어서 11번홀에서 오비가 나면서 스윙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는데, 백스윙이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아주 어색하고, 채를 휘두른다는 느낌보다는 공을 때린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고 피니쉬를 끝까지 가져가지 못하는 것이다.
지금 생각해도 신기한 것은 어떻게 한 순간에 스윙이 그렇게 달라질 수가 있느냐는 것이다. 이것도 골프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나? 아직은 백돌이에서 싱글로 가는 과정에 있다보니 스윙이 무너질 수도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어떻게 한 순간에 스윙이 무너질 수 있는지는 이해하기 어렵다. 골프, 정말 알다가도 모를 운동임에 틀림없다.
예전에 연습장에서 프로가 다른 사람에게 레슨을 하는 것을 우연히 듣게 되었는데, 풀스윙을 해서 7번 아이언으로 100미터만 보내라고 골퍼에게 주문을 했다. 나도 한 번 해보자라는 생각에 8번 아이언으로 (당시 나는 주로 8번 아이언으로 연습을 했다) 100미터만 보내려고 백스윙을 아주 조금 작게 한다는 기분으로 풀스윙을 해서 몇 번 쳐 봤는데 정말 희안한 일이 발생했다. 평소에 8번 아이언으로 110~120미터 정도의 거리를 내던 내가 100미터만 보내려고 친 샷이 130미터 가량 나가는 것이었다. 또 한 가지 신기한 것은 임팩트의 느낌이 예전과는 사뭇 달라졌다는 것이다. 아주 경쾌하고 깨끗한 느낌이랄까? 골프, 정말 이상한 운동이다.
최혜영프로가 쓴 '최혜영의 반대로 하는 골프'라는 책이 있다. 그 책을 읽어 보지는 못했지만, 골프는 우리 생각과 반대로 해야되는 부분이 제법 많은 운동이라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면 슬라이스가 나서 공이 오른쪽으로 가게 되면 대부분의 사람은 왼쪽으로 치게 되는데 오히려 오른쪽으로 치라고 하는 것처럼 말이다. 위에서 프로가 말한 것을 대부분의 프로들은 힘을 빼라는 말로 대신한다. 어떻게 힘을 빼는지는 알려주지 않고 무조건 힘을 빼라고만 한다. 아마도 아무리 얘기해도 힘을 못 빼니까 '힘 빼는데 3년'이라는 말은 프로들이 지어낸 말이 아닐까 한다. 세게 치면 멀리 안가고 힘 빼고 치면 멀리가는 것을 보면 골프는 최혜영프로의 말대로 반대로 해 볼만하다.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것이 골프라고 한다. 그래서 골프가 더 매력적인 것은 아닐까? 우리 인생이 우리의 생각대로 되지 않듯이 골프도 우리 인생을 많이 닳아있다. 생각대로 되는 골프는 한 순간의 재미는 있을지 몰라도 계속 지속된다면 쉽게 싫증을 내지 않을까? '인생은 오르막길 내리막길'이라고 그랬던가? 그럼 골프도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있어서 우리를 자극하고 도전하게 하는 것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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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명언 : 바든그립이라고도 불리우는 오버래핑그립을 고안한 영국의 해리바든(HARRY VARDON)은 골프에 대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골프는 아침에 자신감을 얻었다가 저녁에 자신감을 잃게 하는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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