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빈스윙 칼럼

국민요정 김연아도 실수하잖아

빈스 윙 2010. 11. 9. 14:13

골프는 무조건 실수를 줄이는 게임이다. 특히 우리같은 백돌이 아마추어에게는 더욱 그렇다. 골프 뿐만 아니라 모든 스포츠는 완벽한 플레이보다 실수를 줄이는 쪽에 초점을 맞추는 것 같다.

 

2008/2009년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시니어 그랑프리 시리즈 3차 대회 '컵 오브 차이나'에 참가한 김연아는 경기 전에 이렇게 말했다. "실수를 줄여 꿈의 200점을 돌파할게요"

'실수하지 않고'가 아니라 '실수를 줄여'라고 말한 것이다.

 

 

 

 

        

연습도중 넘어지는 김연아                                 실제 경기에서 넘어지는 김연아

 

최경주 선수는 실수에 대해 이렇게 얘기한다.

"연습 때 아무리 잘 쳐 봐야 뭐 합니까. 실제 경기 때 실수를 해야 교훈을 얻죠"
"실수가 나오기는 했지만 내가 하고 싶은 샷을 쳤다. 실제 대회에서 이런 실수를 해 봐야 다음 대회 때 더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

대회 때 뼈 아픈 실수를 해 봐야 발전이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다. 실제 경기 때 실수를 일부러 하지는 않을 것이다. 실수로 인해 많은 것을 배운다는 뜻이다.

 

야구나 축구에서도 실수는 존재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실수도 있고 결정적인 실수도 있다. 점수와 연결되는 실수는 결정적인 실수일 것이고, 다행히 점수와 연결되지 않으면 작은 실수로 넘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백돌이 아마추어 골퍼의 실수는 대부분 결정적인 실수이다. 왜냐하면 실수를 커버할 수 있는 리커버리샷이 약하기 때문에 실수를 만회하는 샷을 못하고 그냥 1타 또는 2타를 까먹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골프에서 실수는 피할 수 없다. 타이거 우즈나 박세리나 신지애도 예외는 아니다. 잭 니클로스는 "한 라운드에 마음에 드는 샷은 너댓 차례에 불과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미국 프로골퍼 케이시 위트워스는 "골프는 미스의 게임이다. 따라서 실수를 가장 적게 하는 사람이 승자다" 라고 말했다.

 

또 다른 프로골퍼는 이렇게도 말했다.

“내가 18홀을 완전하게 마친 적은 없다. 그런 일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경기 전 18홀에 7개 정도의 실수는 할 것으로 예상한다. 실수를 하면 그 7개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는 골프는 실수의 게임이라고 역설했는데, 실수자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눈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최경주 선수는 실수를 통해서 배운다고 했고, 대부분의 프로선수들도 골프는 실수를 줄이는 게임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한다. 아마추어들이 범하는 대부분의 실수는 다분히 욕심이라는 마음에서 출발한다. 내가 2년 가까이 골프를 치면서 했던 실수를 되새겨 본다. 

▶ 10~20미터를 더 날려 보낼수 있다는 착각으로 인한 실수

항상 제일 잘 맞았던 샷만 기억하고 고집한다. 내가 7번 아이언으로 잘만 맞으면 150미터 정도는 거뜬히 나간다고 착각을 하고 있다. 잘 맞을 확률은 50%도 안되면서 말이다. 페어웨이 중간에 있는 헤저드에 잘 빠지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 비슷한 체격의 동반자보다 더 멀리 보내려는 욕심으로 인한 실수

비슷한 체격의 동반자가 드라이버 티샷을 멀리 보내면, 최소한 그 보다는 더 멀리 보내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이는 결국 평소의 스윙템포를 무너뜨리는 결과로 이어져 미스샷이 되거나 심지어는 OB로 이어지게 된다. 평소의 루틴과 템포대로 쳐야하고, 동반자의 티샷을 보지 않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 핀을 직접 공략하고 싶은 충동으로 인한 실수

핀이 왼쪽 구석에 박혀있고 그 앞에는 헤저드 또는 벙커가 있다. 잘 하면 핀 옆에 붙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 '잘 하면'이라는게 도대체 몇 %의 확률을 가지고 하는 말인지 모르겠다. 그린 중앙을 노린다면 거의 90% 이상의 확률로 온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련하게 핀을 공략해서 헤저드나 벙커에 빠진 경험이 너무나 많다. 골프 코스에서 난이도를 조절하는 방법은 무지하게 많다. 얼마든지 골퍼들을 골탕 먹일 수 있다는 말이다. 그 유혹에 현혹되지 말고 안전한 샷 위주로 플레이를 하자.

 

▶ 1벌타는 아깝고, 2타 까먹는 것은 괜찮다? 라는 생각으로 하는 실수

2타를 까먹을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못하고 위험한 샷을 하는 것이 백돌이 아마추어의 한계다. 1미터도 채 안되는 나무 사이로 샷을 한다거나, 심지어는 백핸드 스윙을 해야하는 상황에서도 프로골퍼 흉내를 내면서 무모한 샷에 도전을 한다. 그로 인해 2타를 까먹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한다. 레이업이라고는 땅 속 깊숙히 묻어두고 오직 핀을 향한 샷 밖에 모르는 것이 대부분 백돌이들의 현실이다.

 

▶ 자신의 실력을 과신하는데서 오는 실수

볼과 홀사이의 거리는 2~30미터에 불과하지만 중간에 벙커가 입을 벌리고 있다. 게다가 엣지에서 홀까지의 거리는 5미터도 채 안될 것 같다. 볼을 띄워 벙커를 넘기고 그린에 살포시 안착시키고 핀을 향해 1~2미터 굴러가는 샷을 머리 속에 그리지만 그건 투어프로들의 경기에서 본 장면에 불과하다. 평소에 제대로 연습을 하지 않았다면 그냥 벙커를 피해서 그린에 올리는 샷이 훨씬 더 안정적이다.

 

▶ 4~5미터를 짧은 거리라고 생각하고 직접 넣으려는데서 오는 실수

홀까지 4~5미터 정도되는 거리가 남았다. 그리고 버디 퍼팅이다. 욕심이 생긴다. 절대로 짧으면 안 들어간다. 흥분된다. 스트로크를 하지만 결과는 홀을 지나쳐서 또 4~5미터를 남긴다. 이런 경우 두 번째 퍼팅은 조금씩 짧아지는게 골퍼들의 심리다. 결국은 버디찬스를 파도 아니고 보기로 마감하게 된다. 아마추어에게 4~5미터는 결코 짧은 거리가 아니다. 그냥 홀 가까이 붙여서 쓸데없이 1타를 까먹는 일이 없도록 하자.

 

실수를 반복하면 영원한 실수로 남을 뿐이지만, 최경주 선수의 말처럼 실수로 부터 무엇인가를 얻어낸다면 그것은 실수를 정복하는 것임을 알려주신 OO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