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빈스윙 칼럼

아들에게 배운 라운드 후의 각오와 결심

빈스 윙 2011. 1. 23. 09:00

부산에서는 96년 만의 강추위였다는 지난 주말에 아들과 함께 라운드를 했다. 하필이면 아들이 처음 필드 경험을 하는 날 그런 추위가 닥쳐왔는지 여간 아쉬운 게 아니다.

 

사전에 라운드 하면서 에임과 남은 거리만 알려주기로 하고 스윙에 대한 기술적인 문제는 일체 얘기하지 않겠다고 얘기를 하고 첫 홀을 시작했다. 게임진행요원이 정성스럽게 샷을 해야 할 방향을 알려준다.

 

그리고 첫 번째 샷. 멋지게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 공이 약간 오른쪽으로 밀렸다. 우드로 친 세컨샷은 너무 정확하게 그린을 향해 날아갔다. 그린에는 못 미쳤지만 3온 하는 데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세 번째 샷을 그린에 올리고 가볍게 2퍼트로 생애 첫 라운드 첫 번째 홀을 보기로 장식한다. 2번 홀에서는 어프러치 샷 미스로 4온에 2퍼트 더블보기

 

그렇게 어느덧 아웃코스가 끝나가고 있는데 날씨가 여간 추운 게 아니다. 추운 것은 참을 수 있겠는데 손이 얼어서 도저히 그립을 잡을 수 없단다. 핫팩을 준비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낮은 기온으로 인해 별로 소용이 없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전반 9홀만 치기로 하고, 나머지 후반 9홀은 내가 라운드 하는 것을 지켜보겠다며 따라온다.

 

아들의 전반 스코어는 58. 5미터 이상의 롱퍼팅을 3개나 성공시켰다. OB 2, 헤저드에 빠진 공이 2개 있었으나, 아들의 사기를 높여 주려고 스코어에서는 계산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들은 내가 벌타를 계산하지 않은 것을 알고 있는 듯하다.

 

라운드를 마치고 아들에게 첫 라운드를 마친 느낌이 어떠냐고 물었다. 아들의 대답은 퍼팅과 어프러치 연습을 많이 해야겠다는 것이다. 아들의 대답에 약간은 놀라기도 했고, 대견스럽기도 했다. ‘10살짜리 아들에게 배운 스윙의 본질 - http://blog.daum.net/beanswing/188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아들은 스윙의 본질뿐만 아니라 골프의 본질도 이미 파악한 듯 하다. 어떻게 퍼팅과 어프러치 연습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는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그 날 아들의 퍼팅감은 아주 좋은 편이었고, 오히려 드라이버 샷이 오른쪽으로 밀리는 경향이 있었다. 나 같으면 드라이버 샷을 좀 더 열심히 연습해야겠다고 말했을 것 같은데

 

라운드 후에 내가 항상 하는 일이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반성과 새로운 각오를 다지는 일이다. 라운드를 마치면 개인적으로 작성한 스코어카드를 통해 복기를 하고, 복기를 통해서 반성을 하고, 반성을 통해서 새로운 각오를 다진다. 이번에는 날씨가 너무 추워서 복기용 스코어카드를 작성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아들과 함께 복기를 하고, 반성을 하고, 새로운 각오를 다질 것을 생각하니 골프가 더욱 더 재미있어질 것 같다.

 

지금은 날씨가 너무 추워서 연습을 못하고 있기는 하지만, 날씨가 조금만 풀리면 아들은 어프러치와 퍼팅 연습하러 가자고 나를 조를 것이다. 그리고 날씨가 따뜻해지면 아들과 따사로운 햇살을 맞으며, 싱그러운 잔디를 밟으며 서로에게 굳샷을 외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