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라운드 분석

즐거워야 할 라운드, 이렇게 기분 나쁠 수가?

빈스 윙 2010. 9. 13. 15:57

 

원래는 라운드 분석에 짧게 오늘 만난 캐디에 대해 언급하려고 했는데 라운드 후기를 쓰다보니 캐디에 대해 할 말이 너무 많아 따로 올린다.

 

골프장을 향하면서부터 부슬부슬 내리던 비가 골프장에 도착하니 제법 쏟아진다. 비로 인해 라운드를 포기하고 그냥 돌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그래도 가깝지 않은 거리를 달려 왔으니 라운드를 하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고 첫 번째 홀에서 티샷을 준비하고 있었다.

 

동반자 중에 한 사람이 "오늘 나의 목표는 공 한 개로 끝까지 라운드 하는 것." 이라고 말하길래 내가 "그래? 열심히 해봐. 난 분실구 3개 정도면 대만족. 5개 정도 생각하는데." 라고 하자, 도우미께서 하시는 말씀 "과연 그게 가능할까?" 잠시 멍~~~해졌다. "그렇게 되시길 저도 바랄께요." 내지는 "열심히 해 보세요." 정도의 말을 기대했던 내가 문제있는 걸까?

 

그러려니 하고 처음에는 크게 문제없이 라운드를 진행했는데, 내 생각에 문제가 된 것은 전반 4번홀을 마치고 5번홀 앞에 있는 그늘집에서 부터라고 생각된다. 그늘집에서 막걸리 한 잔씩 걸치고 나오면서 도우미에게 음료수라도 한 잔 했냐고 물으니, 언제 먹으라고 했느냐는 듯한 투로 아무것도 먹지 않았단다. 표정으로 보아 무지 화가 난 것이 틀림없다.

 

그늘집에 들어가면서 "언니도 먹고 싶은거 하나 시켜 먹어" 하고 들어 갔건만, 왜 아무것도 먹지 않고 그렇게 화가 났는지 궁금해서 물어보았더니 그 사정이 이렇다.

 

보통은 손님들이 그늘집에 도착하면 그늘집에서 일하는 아가씨가 캐디들의 음료수를 챙겨주는지, 우리 도우미가 화가 난 이유는 그늘집 아가씨가 아무것도 안 챙겨줘서 못 먹었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자기보다 10살이나 어린 것이 싸가지 없이 뭐 하나 먹으라고 부르지도 않았다며 거친 말을 쏟아내는 것이 아닌가? 정말 놀라운 일이다. 손님 앞에서 그런 언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내가 도우미 언니 기분 상해서 우리 라운드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고 말하는 사이 눈치 빠른 동반자 한 사람이 낼름 커피를 대령했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혼자서 궁시렁거린다. 우리가 듣기 민망할 정도로. 제발 우리 라운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지 않기를 바랬지만 그건 나의 희망사항에 불과한 것이었다.

 

내가 작성한 스코어카드를 보면 몇 번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자세히 적을 수 있겠지만, 굳이 그럴 필요까지는 없다는 생각도 들고 스코어카드를 집에 두고 와서 그렇게 자세히는 적을 수 없지만 지금부터 생각나는 대로 도우미의 행태를 적어 보려고 한다.

 

처음에는 티샷할 때 드라이버를 준비해서 가져다 주더니, 언제부터인지 우리가 직접 챙겨서 티샷을 한다. 이 정도는 애교로 봐 줄만도 하다.

 

티샷을 한 공이 오비지역이 아닌 언덕 쪽으로 갔는데

도우미 왈 "난 등산 못하니 직접 올라가서 찾으세요"

헉?

두 사람의 공이 같이 언덕 쪽으로 갔는데, 둘이 공 찾으러 가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나중에 물어보니 "공을 잘 못치니까 도우미도 나를 무시하는구나" 라고 생각했단다.

 

전반에만 60여개를 친 왕초보가 있어서 왕초보만 챙겨주면 나머지 세 사람은 알아서 치겠다고 했는데 왕초보를 대하는 모습이 가관이다.

"그렇게 치면 골프장에 못 오는거 모르세요?"

"골프백 빼 놓았으니까 집에 가세요." - (물론 농담 비슷하게 했지만 좀 심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가지고 있는 클럽으로 치세요." - (몇 번 클럽 가져다 달라니까 대답하는 말.)

"다음부터는 연습 좀 더 하고 오세요." - (그렇게 대하는데 또 오고 싶겠냐?)

"자기가 친 공이 어디로 갔는지도 몰라요?" - (자기 공 제대로 찾는 왕초보 봤냐?)

"일부러 헤저드에 빠트리기도 힘들겠어요." - (누군 헤저드에 공을 쳐넣고 싶겠냐?)

 

나도 그런 왕초보 시절을 겪었기에 그렇게 몰아세우면 더욱 당황하게 된다고 적당히 하라고 타일렀건만 들은체 만체다.

 

깃발을 좀 뽑아 달라고 하기에 한 번 뽑아 주었더니, 그 다음 부터는 아예 깃발을 뽑을 생각도 안 하는 것 같다. 물론 깃발 가까이에 먼저 온 그린시키면 동반자들이 모두 온 그린시킨 후에 깃발을 뽑는 것은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다. 나의 경우 대부분의 라운드에게 그렇게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도우미는 뭐가 많이 바쁘신지 네 사람이 모두 온 그린시킬 때까지도 퍼터를 준비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선수가 홀 아웃하기도 전에 자기 혼자 쌩하니 도망가듯 카트로 달려간다. 깃발은 우리가 알아서 꽂고 오라는 듯이.

 

조금 다급하게 진행하는 것 같아 우리 플레이가 늦냐고 물어보니 그렇지도 않단다. 비가 와서 취소한 팀도 있고 뒷 팀도 거의 밀리지 않았으니 그리 조급할 것도 없을 것 같은데 뭐가 그리 혼자 바쁜지 바쁜 척을 하는 건지. 그린에서 서 너번 정도 공을 닦아 주었나? 그것도 공을 내밀면 닦아주고 아니면 그냥 넘기고.

 

그린에서 몇 번 공을 잘못 놓아서 공이 반대 방향으로 휘어진 경우가 몇 번 있었다. 미안하다고 하길래 "자~~알 하면 짤리겠어요" 라고 진담반 농담반으로 얘기하자(사실 동반자들도 열이 받을대로 받아 있었으니 짤렸으면 좋겠다는 뜻으로 한 말일 수도 있다.) 도우미 왈 "짜르려면 짜르라지 어디 골프장이 여기 말고 없나?" 자신의 언행이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다.

 

카트 안에 내장객 주의 사항에 캐디를 희롱하거나 무시하는 행동을 하지 말라고 적혀 있어서 조심해야 겠다고 하니까. 그 글을 읽고 캐디가 손님을 희롱하거나 무시하면 어떻게 되냐고 묻는 손님들이 많다며, 그럴때는 경찰에 고발하려면 하라고 한다면서... 마치 부친이 경찰청장 정도 되는 듯... 역시 아주 자신감에 차 있다.

 

 

이 밖에도 불쾌한 언행이 너무 많다. 그냥 줄줄이 열거하면 ;

 

 

그냥 보이는 대로 치라는 둥. (물론 농담으로 얘기한거 알고 있음. 하지만 상황이 그렇지 않았음.)

한 번 얘기했는데 또 물어보냐고 핀잔을 주기 일쑤고.

 

골프 그만 두고 뭐나 하라는둥.

반말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존칭도 아닌 손님을 비하하는 듯한 말투.

클럽 챙기러 가니까 이 클럽 좀 누구에게 가져다 주라고 시키기 까지 하더라.

OECD에 가입한 동반자가 벙커에서 탈출을 못하자 도우미 하는 말 "아~싸 2만원"

역시 OECD에 가입한 동반자에게 "이번에 못 넣으면 3퍼트예요."

 

5번홀 파3 티샷에서 나는 채가 미끄러지면서 채를 놓쳤고 동반자들은 모두 온그린이 안되었다. 내가 "뒷팀에 싸인 줄거예요?"라고 묻자 "창피해서 싸인 못 주겠어요." 라고 한다. 창피하면 우리가 창피하지 왜 당신이 창피할까? 참 불가사의한 일이다.

 

열이 받아서 조금은 과장되게 표현된 부분이 있을 수는 있지만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한 도우미. 보다 보다 이런 도우미는 처음 봤다. 화를 내 봐야 나만 손해. 그저 신경끄고 묵묵히 공이나 치자는 생각으로 스윙을 해도 정말 괘씸하기가 이를데 없는 뭐 그런 가시나였다. 

 

골프장에서 캐디 교육을 그렇게 시켰을리는 만무하다. 그 캐디의 개인적인 성격과 버릇이 그렇다고 본다. 라운드를 마치고 동반자들에게 "오늘 캐디 어떤것 같아" 라고 물으니 "매너가 좀 없는 것 같았어." 라고 한다. 정말 속도 좋다. 내가 "그게 매너가 없는거냐? 싸가지가 없는거지" 라고 하자 "좋게 표현해서 그렇다는거지." 라고 한다. 정말 마음 좋고 필드경험이 별로 없는 비회원 내장객 만나서 무사히 넘겼지 아니면 무슨 일이 나도 크게 날 뻔 했다.

 

 

골퍼의 핑계 중에 캐디 핑계를 많이 댄다고 하지만 핑계를 댈 만 하니까 대는구나 라고 생각하며 내가 올린 글로 인하여 문제가 커지거나 그 캐디가 골프장을 그만 두어야 하는 사태까지 이르는 것은 원치도 않고, 그렇다고 라운드하면서 기분 나빴던 일들로 다시 한번 기분 상해가며 싸우기는 더 더욱 싫고 다만 다음에 또 그 골프장에 가게 된다면 제발 그 캐디만 안 만났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