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라운드 분석

라운드 후기 - 중국청도에서 라베찍던 날 (10/14~10/15)

빈스 윙 2010. 10. 15. 22:00

 

중국에 있는 친구가 회원으로 있는 청도 도원강경 A코스 블루/골드티에서 라운드를 했습니다. 거리가 어찌나 길던지 지루해서 죽는 줄 알았습니다. 후반 파3에서는 자존심이 조금 상했지만 그래도 모두 드라이버를 잡고 샷을 해야 할 정도로 길었습니다. 그래도 파, 보기로 막았습니다. 동반자들은 양파에 더블에 난리도 아니었지요. 지금은 동반자의 스코어까지 백돌이인 제가 적을 정도의 수준으로 발전했습니다.

 

80대 초반을 치는 친구(회원)도 블루/골드티는 부담스러웠는지 100타 가까이 치는 이변이 일어났습니다. 주중이고 원래 내장객이 별로 없는 골프장이인지라 블루/골드티에서 쳐도 뒤에 따라오는 팀이 없어 홀가분하게 쳤는데 5시 정도 되니까 해가 져서 라운드하는데 문제가 생기더군요. 여기는 야간 라이트가 없거든요.

 

실제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는 라운드 분석을 하면서 계산해 봐야 겠지만 주중에 해운대CC가 티를 챔피온티 가깝게 설치한 것보다는 분명히 길었습니다. 이는 동반자들이 이구동성으로 확인한 사항이니까요. 저 같은 짤순이는 도저히 파4에서 2온이 불가능한 거리 였으니까요.

 

그리고 한 가지 정말 헛갈렸던 것이 여기(중국)은 모든 거리를 야드로 계산하는 것이 헛갈렸습니다. 미터법을 우리나라보다 더 철저히 지키는 중국에서 왜 골프장에서 야드단위를 사용하는지 이해가 안 되었습니다. 80야드 남았다고 해서 AW를 잡았는데 그린 뒤 벙커에 빠지고 110야드 남았다고 해서 9번으로 쳤는데 또 그린을 넘어가고... 아차 할 때는 이미 늦었더군요.

 

그리고 이번에 발견한 것인데 여기는 잔디가 한국과는 다르더군요. 빈스윙의 연구과제가 하나 생겼습니다. 이제 잔디에 대한 연구도 해야겠네요. 잎도 줄기도 한국보다 작은 것 같고 전반적으로 잔디에 힘이 없는 것 같았습니다.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박세리 선수가 10여년 전에 헤저드에서 양말 벗고 치는 샷과 비슷한 샷을 여기서도 구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동반자들이 어찌나 까다롭게 구는지 안쪽으로 내 놓고 치려면 1벌타 받고 치라고 하더군요. 한국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샷을 여러 번 해 봤습니다.

 

중국에서 처음 라운드를 한 것은 아니지만 예전에는 어차피 거리를 제대로 맞추지도 못하고 항상 샷이 짧으니까 야드로 알려줘도 미터로 생각하고 쳤었는데 이번에는 그게 아니더군요. 그리고 잔디에 힘이 없다보니 디봇도 잘 생기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여기 살고 계신 분이나 자주 오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바람 엄청나게 붑니다. 예전에는 바람이 불어도 바람의 문제가 아니라 내 샷의 문제로 치부하고 말았는데 골프를 좀 치다보니까 정말 바람을 무시할게 아니더군요.

 

또 한 가지는 투어프로들 보면 18홀을 나흘내내 걸어 다니던데, 그거 보통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오늘 카트 끌고(사실 대부분 캐디가 끌었음) 18홀을 돌았는데 다리가 천근 만근입니다.

 

어째든 이번 라운드는 바람의 무서움을 깨달은 라운드였습니다. 아마도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가 190미터가 안 나올것 같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오늘은 어제보다 바람이 그리 세지 않아서 한결 쉽게 라운드를 할 수 있었고, 또 한가지 역사적인 사실은 드디어 8자를 그렸습니다. 불과 몇 개월 전에 밀양 리더스CC에서 107타를 쳤을 때 "세상에 이런 일이" 라는 제목으로 글을 쓰면서 다음에는 "세상에 이런 일이 - 내가 8자를 그리다니" 라는 제목으로 글을 쓰게 될 날이 올거라고 다짐했었는데 그런 날이 생각보다 일찍 찾아 왔습니다.

 

전반 초반에 조금 헤매다가 9번 홀부터는 연속으로 4홀에서 파를 기록하고, 드라이버도 거의 생각한대로 날아가고 정말 기분 좋은 라운드를 하였습니다. 이번 라운드에서 생각한 한 가지 생각은 "천천히" 였습니다. 스윙템포가 빨라지면서 미스샷이 많이 나온다는 것을 라운드분석을 통해서 발견하고 어드레스를 하면서 마음 속으로 "천천히" 라고 다짐하면서 샷을 한 것이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자세한 라운드 분석은 한국에 돌아가면 다시 올리겠습니다. 골프와 함께 행복한 인생만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