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라운드 분석

빈스윙의 첫 라운드 후기

빈스 윙 2010. 10. 27. 15:30

나의 첫 라운드는 약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학 4년 동안 기숙사 앞방, 옆방을 썼던 친구가 머리 올려주겠다고 중국 청도로 초청을 해서 구입한지 한 달도 안되는 번쩍번쩍 광채가 나는 클럽을 비행기에 싣고 청도 려우팅공항에 도착했는데, 공항에서 대학 4년 선배를 만나게 되었다. 골프가방을 메고 입국장으로 들어서는 나를 본 선배는 골프치러 왔냐며 잘 되었다며 막무가내로 머리 올려주겠다던 친구와 연락하여 골프장을 부킹했다.

 

그렇게 나의 첫 라운드가 시작되었다. 같이 친 세 사람은 모두 80대 초중반을 치는 사람들이라 원화로 타당 2만원 정도의 내기를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에게는 스코어 카운트 안 할 테니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었겠지만) 부담갖지 말고 그냥 연습한 대로만 치라는 말과 함께 자기들의 라운드에 열중했다.

 

그런데 세 번째 홀인가 네 번째 홀에서 나 혼자 파 세이브를 하고 80대 고수들이 모두 보기를 하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났다. 그 때 부터 카운트를 해 주겠다고 나선다.

 

드라이버를 잡아 본 적이 없어서 우드로 티샷을 하고, 우드로 세컨샷 하고, 100미터 내외는 모두 7번으로, 50미터 내외는 모두 AW로 퍼터를 포함해서 4개의 클럽으로 라운드를 마쳤다. 양파를 세 개 정도 한 것 같고, 파는 오직 한 개, 그리고 나온 점수는 108타.

 

내가 직접 카운트 한 것이 아니라 (할 줄도 몰랐지만) 잘 모르겠지만 어째든 나쁘지 않은 스코어였다고 한다. 지금 기억으로 그 날 제일 잘 맞은 샷은 우드였다. 지금은 우드를 사용하지 않고 있지만, 그 때 나의 우드 샷을 본 그 친구는 지금도 그 때의 기억이 남아 있는지 아직도 내가 우드를 잘 친다고 생각하고 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날 108타 라는 점수가 나온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우드로 티샷을 하다보니 오비가 없었다는 점이다. 거리는 좀 짧아도 오비가 없으니 110타를 넘기지 않은 것이다. 또 한 가지 이유는 우드로 친 세컨샷 중에서 미스샷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그 때는 크게 욕심을 부리지도 않았고 그저 연습장에서 배운대로 충실하게 스윙을 했었던 것 같다. 지금도 짧은 파4 홀에서는 우드로 티샷을 하면 한결 안정적인 티샷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직 그럴 용기가 생기지 않는다.

 

첫 라운드에서 나를 가장 괴롭힌 것은 다름아닌 퍼터였다. 그저 80대 타수를 치는 도사(?)들이 그 먼거리에서 홀컵에 공을 붙이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연습장을 한 두달 다녔어도 퍼팅을 가르쳐 주지 않아서 그 날 처음으로 퍼팅이라는 것을 해 봤으니 공을 어떻게 보내야 할 지 속수무책이었다. 맘 좋은 동반자들이 OK를 남발하는 바람에 108타를 치지 않았나 생각된다. 지금 생각하면 그 날의 퍼팅은 악몽이었다.

 

첫 라운드의 기억으로 환상적인 우드샷과 악몽같은 퍼팅이 지금도 내 머리 속에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