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것인데 남들이 더 많이 보는 것은?

자기 것인데 남들이 더 많이 보는 것은?

어렸을 때 들었던 수수께끼 중에 하나다. 답은 ‘얼굴’ 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골프에서는 ‘자신의 스윙’ 이다. 자기 스윙임에도 불구하고 남들이 더 많이 보는 것이 ‘자신의 스윙’ 이다.

 

오늘 자신의 스윙을 남들이 더 많이 본다는 사실을 언급하는 것은 스윙과 관련한 얘기를 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중년의 나이에 골프를 시작한 골퍼들은 여러 가지 여건으로 인하여 교과서적인 스윙에서는 많이 벗어나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구력이 늘어감에 따라 조금은 엉성한 폼으로도 자기만의 스윙을 만들어서 골프를 즐기는 골퍼들이 많이 있다.

 

그런데 재미있게 골프를 잘 즐기다가도 어느 날 갑자기 슬럼프 비슷한 것이 찾아와서 스윙이 망가지곤 한다. 이 때, 골퍼 스스로가 알 수 있는 것은 뭔가 자신의 스윙, 그립 또는 어드레스가 평소와 달라졌다는 것뿐이다. 어디가 달라졌는지 구체적으로 찾아내기는 힘들다.

 

이럴 경우 연습장에 가서 처음 보는 프로나 고수에게 자신의 스윙을 봐달라고 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레슨 프로나 고수들은 골퍼들의 스윙을 보는 눈이 일반 골퍼들과 다르므로 잘못된 부분을 지적해 줄 수는 있겠지만, 이전의 스윙과 비교해서 달라진 점을 찾아 줄 수는 없다고 본다.

 

이전의 스윙이 교과서적인 스윙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에 스윙의 잘못된 동작들은 예전부터 들어왔을 것이다. 일시적으로 뭔가 예전과는 다른 스윙(또는 그립, 어드레스 등)을 하고 있는데 스윙의 잘못된 부분을 지적당하고, 이를 교정하려고 한다면 더욱 더 슬럼프에 빠져들 수도 있는 문제다.

 

그래서 자신의 스윙을 점검 받을 때는 자신의 스윙을 가장 많이 본 프로나 주위의 고수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한다. 예를 들어 오버스윙이 심한 골퍼가 자신의 스윙을 잘 알고 있는 프로와 자신의 스윙을 처음 보는 프로에게 자신의 스윙을 점검 받는 경우에 자신의 스윙을 오랫동안 지켜본 프로는 오버스윙 외에 다른 부분을 지적할 확률이 높고, 자신의 스윙을 처음 보는 프로는 눈에 가장 거슬리는 오버스윙을 지적하게 될 것이다.

 

신체적인 특수성이나 오랜 습관으로 오버스윙이 이미 자신의 스윙으로 굳어졌다면, 오버스윙이 심한 골퍼 자신도 자신의 스윙에서 오버스윙이 아닌 다른 부분에서 달라진 점을 알고 싶어할 것이다.

 

몇 년간 골프를 했다면 이미 골퍼 스스로도 자기의 스윙에서 잘못된 점을 알고는 있지만, 이미 포기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골퍼 스스로가 포기한 부분은 다른 사람들이 아무리 지적을 해도 고치기 어렵다. 스윙의 교정은 골퍼 스스로가 교정을 하겠다는 굳은 의지가 있어야 하고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 백스윙을 하면서 고개가 오른쪽으로 돌아가는 단점이 있다. 이는 상체의 꼬임을 줄어들게 하고 시선이 공을 향하지 못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에 대해 나의 스윙을 잘 알고 있는 프로는 무시하라고 얘기한다. 다만, 백스윙을 크게 하기 위해서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지는 말라는 얘기를 할 뿐이다.

 

아마도 나의 스윙을 처음 본 프로는 고개를 고정시키라고 얘기할 것이다. 나는 내가 고개를 고정시키지 못하는 잘못된 동작에 대해서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꾸준히 노력을 할 것이다. 내가 그냥 평범한 주말골퍼로 골프를 즐기자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면 나도 고개를 돌리는 문제를 무시할 수 있겠지만, 아직까지는 50살이 되는 해에 프로골퍼 시험에 응시하겠다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언젠가는 고쳐야 될 부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째든 오늘 내가 하고픈 말은 ‘나의 그럴듯한 조언이 남의 스윙을 망친다 - http://blog.daum.net/beanswing/314’ 에서 언급한 것과 반대되는 입장에서 골프스윙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데 있어서 아무에게나 묻지 말고, 자신의 스윙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골퍼에서 묻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누구에게 골프스윙에 대한 조언을 하거나, 조언을 구하는 문제는 조심스럽게 다가갈 필요가 있는 문제인 것 같다. 아무리 엉망인 스윙이라도 자신의 스윙은 소중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