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빈스윙 칼럼

심리적 요인을 100% 반영하는 골프레슨

빈스 윙 2011. 4. 4. 08:00

골프가 심리적인 비중을 많이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골프에 입문하는 골퍼보다는 레슨프로들이 더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레슨프로들은 심리적인 요인을 반영하지 않은 레슨을 하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생각에서 오늘 포스팅을 시작하려고 한다.

 

언젠가 내가 자주 사용하는 클럽의 그립이 닳아서 교체를 망설이고 있을 때의 일이다. 그립은 골퍼의 몸과 클럽을 연결하는 중요한 부분이므로 일정기간 사용 후에는 교체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 일반적인 주장이다. 하지만, 내가 망설였던 것은 그립에 엄지 손가락 부분이 닳았는데 그 부분에 엄지 손가락이 닿으면 마음이 편해지기 때문에 새로운 그립으로 교체하는 것을 망설였던 것이다. 이러한 나의 마음을 안 레슨프로는 당분간 그냥 사용하는 것이 좋겠다는 얘기를 해 주었다. 왜냐하면 새로운 그립으로 교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마음을 편하게 해 줄 수 있는 지금의 그립이기 때문이라는 얘기를 했다.

 

골프장비에서뿐만 아니라, 골프레슨에서도 이렇게 심리적인 요인을 반영한 레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처음 골프를 배우면서 완벽하게 배우는 골퍼는 아주 드물 것이다. 완벽한 자세로 배울 수 없는 이유 중에 하나는 골퍼의 심리적인 요인에 있다고 본다. 다시 말해서 자신이 편한 느낌을 갖는 동작이 습관처럼 굳어져 버린 경우가 많다. 이러한 부분을 억지로 교정하려고 하면 심리적인 충돌로 인해서 당분간은 샷을 하는데 상당한 문제점이 발생할 것이다. 이러한 경우에 골퍼 스스로가 교정을 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으면 크게 문제가 없겠지만, 골퍼 스스로 깨닫지도 못하고 스윙교정에 대한 의지 마저 없는 경우에는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레슨프로 입장에서는 이건 절대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부분을 골퍼가 편하게 생각한다고 해서 마냥 그대로 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골퍼의 심리적인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서로간에 많은 대화가 필요하다. 그런데 우리나라 대부분의 교육이 그렇듯이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이 주를 이룬다. 내 개인적인 의견은 골프 레슨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다. 심리적인 요인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골프이니만큼 골프 레슨은 골퍼들의 심리상태 또는 습관적으로 하는 행동에 대한 원인에 대해 레슨 프로와 골퍼 간에 충분한 대화를 통해서 적절한 조치(레슨)가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저께(3/31) 연습장을 등록하면서 나의 어드레스에 대한 지적을 받고, 어제(4/1) 라운드를 하면서 지적 받은 어드레스에 대해 생각을 하면서 샷을 했는데 뭔가 어색하고 마음이 편치 않은 것을 느꼈다. 그 결과 대부분의 샷은 미스샷으로 일관했고, 후반에 들어서 원래 어드레스로 샷을 하니 마음도 편해지고 미스샷도 없어졌다. 물론 나의 어드레스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나 자신도 알고 있다. 하지만, 잘못된 어드레스를 교정하는데 필요한 시간이 너무 짧았기 때문에 나의 마음을 달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했던 것이다. 올바른 자세로 스윙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비록 자세는 조금 잘못되었지만 심리적인 안정을 가져다 주는 자세가 골퍼에게 필요한 경우도 있는 것이다.

 

여기서 내가 지적 받은 어드레스에 대해 잠깐 얘기를 하면, 대부분의 아이언 어드레스를 펀치샷을 하듯이 그립을 잡은 손이 왼쪽으로 치우쳐져 있고, 로프트 각은 많이 세운 상태로 어드레스를 했다. 내가 이런 자세로 어드레스를 한 이유도 심리적인 요인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거리가 많이 나가지 않는 나로서는 공을 띄우기 보다는 낮은 탄도로 멀리 나가게 하는 것이 더 중요했을 것이다. 그런 마음이 나도 모르게 혹은 연습을 하다가 그런 어드레스로 스윙을 하니까 거리가 좀 더 나가는 것을 발견하고 모든 아이언 샷을 펀치샷으로 일관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이러한 나의 마음을 모르는 레슨 프로는 나의 어드레스가 잘못 되었다고 할 것이고, 나의 마음을 아는 프로는 뭔가 다른 대책을 세워서 레슨을 하지 않을까? 예를 들면, 어드레스는 정상적으로 하면서도 거리를 낼 수 있는 내가 모르고 있는 레슨을 할 수도 있고, 그마저도 힘들다면 굳이 정상적인 어드레스를 고집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레슨프로와 골퍼간에는 심리를 파악할 수 있는 대화라는 도구가 필요한 것이다.

 

골퍼의 심리적인 부분에 기초하여 레슨을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레슨 경험이 없는 나보다는 경험이 풍부한 레슨 프로들이 조금만 신경을 쓴다면 많은 부분에서 골퍼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레슨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투어프로들이 라운드 도중에 혹은 한 라운드를 마치고 전화로 레슨프로에게 자신의 문제점을 문의한다. 이 때 레슨프로가 하는 말은 현재 선수의 심리상태에 입각한 아주 근본적인 부분을 언급한다. 대개 가장 많이 하는 대답은 자신감에 대한 부분이다. 선수에게 심리적으로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상의 레슨임을 그들은 이미 알고 있는 것이다.

 

비록 아마추어 주말골퍼라 할지라도 심리적인 안정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골프스윙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렇게 심리적인 요인을 반영한 골프 레슨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라 생각하며 글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