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라운드 분석

천당과 지옥을 왔다리 갔다리 한 라운드(1)

빈스 윙 2011. 4. 30. 11:17

지난 주말에는 36홀 라운드를 돌았습니다. 아직은 잔디가 올라오지 않아서 저 같은 초보가 샷 하기에는 잔디상태가 그리 좋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완연한 봄 기운을 만끽하며 맑은 공기를 한껏 마실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그런데 마치 머리 올리던 날처럼 정신 없이 라운드를 돈 것 같습니다.

 

제목은 천당과 지옥을 왔다리 갔다리 한 라운드라고 했지만, 첫 번째 라운드는 지옥을 먼저 다녀왔습니다. 골프지옥은 정말 사람을 정신 못 차리게 만들더군요. 그리고 지옥의 탈출구를 찾는다는 것은 엄두도 못 내게 하더군요. 마치 빠져 나오려고 발버둥치면 더 깊이 빠져드는 늪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부터 첫날 지옥에서 가까스로 탈출하여 간신히 체면치레를 한 얘기를 하겠습니다. 첫 홀은 언제나 그렇듯이 보기 정도로 막으면 만족합니다. 더블보기를 해도 크게 개의치 않습니다. 왜냐하면 몸이 덜 풀렸다는 핑계를 저 스스로에게 할 수 있으니까요. 요즘 드라이버 비거리를 늘리려고 레슨을 받으면서 스윙을 교정 중인데 교정 중인 스윙을 시험해 보기로 했습니다. 사실 여기서부터 잘못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날도 평소와 다르지 않게 파4 첫 홀을 더블보기로 시작했습니다. 드라이버 티샷은 톱볼이 나면서 떼굴떼굴 굴러서 얼마 안 되는 거리의 러프에 떨어졌지만 3온에 성공하고도 1.5미터 보기퍼팅을 놓치면서 더블보기가 된 것입니다.

 

인내심을 가지고 파5 두 번째 홀에서도 교정 중인 스윙으로 티샷을 했는데, 이번에는 뒤땅을 치더군요. 그런데 그냥 뒤땅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클럽을 떠난 공이 왼쪽 헤저드 지역으로 날아가더군요. 지옥으로 가는 길이 여기서 끝난다면 너무 재미없겠죠? 저승사자가 저를 한번 더 낭떠러지로 밀어 넣더군요.

 

1벌타를 받고 3번째 샷은 잘 맞았다 싶었는데 드로우가 걸리면서 OB 지역을 향해 방향을 바꾸더군요. 이 정도 되니까 머리 속이 혼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나마 1벌타를 먹고 친 5번째 고구마 샷이 기가 막히게 맞아서 그린 앞 35미터 지점까지 보내고 PW 어프러치 샷을 홀 2미터 지점에 붙여서 1퍼트로 마감했습니다. 역시 더블보기입니다.

 

여기까지가 제가 인내할 수 있는 한계였습니다. 4 세 번째 홀부터는 예전의 스윙으로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교정 중인 스윙으로 계속 티샷을 했다가는 오늘 타수를 세는 것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4 세 번째 홀에서의 티샷, 역시 예전 스윙으로 하니까 비교적 안정적입니다. 약간의 페이드성으로 페어웨이 한 가운데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세컨샷은 그린 앞 30미터 지점에 떨어졌습니다. 평소의 페이스를 찾은 듯싶었는데, 어프러치 샷을 퍼덕거리면서 실수를 해서 한번 더 어프러치 샷을 하게 됩니다. 네 번 만에 핀 3미터 지점에 올렸습니다. 또 더블보기 찬스(?)입니다. 하지만 1퍼트로 마무리하여 보기를 기록하면서 지옥탈출을 하는 듯싶었습니다. 하지만 그 다음 홀이 진짜 지옥으로 들어가는 문이었습니다.

 

3 네 번째 홀, 140미터 거리에서 6번 아이언으로 친 샷이 너무 짧아서 헤저드에 빠지고 맙니다. 그리고 세 번째 샷은 벙커에 빠집니다. 네 번째 벙커샷도 탈출은 했지만 핀과의 거리가 10미터 가량됩니다. 이번에는 양파 찬스(?)입니다. 10미터 퍼팅이 홀 바로 앞에서 멈춥니다. 지옥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순간입니다.

 

이어진 3개 홀에서 모두 더블보기를 하고, 8번홀(3)에서 티샷이 또 헤저드에 빠지고 7미터 보기퍼팅을 3퍼팅을 하면서 또 양파입니다. 그리고 파4 전반 마지막 홀은 무난하게 3 2퍼트로 마무리했습니다. 제발 9번 홀의 보기가 지옥탈출의 신호탄이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래서 전반 스코어가 양파가 2개에 보기 2개 그리고 더블보기가 5개로 54타라는 천문학적인(?) 타수를 기록합니다. 전체타수만 천문학적인 숫자가 아닙니다. 퍼팅수도 자그마치 20개에 이릅니다. 평소 퍼팅수에 비하면 많은 편입니다. 그래도 골프는 마지막 홀 장갑 벗을 때까지 모른다고 했으니까 후반에 희망을 걸어봅니다.

 

전반 9번홀 보기에 이어 후반 3번째 홀까지 연속 보기를 기록합니다. 그리고 후반 4번홀(4)에서 첫 번째 파를 기록하고, 다음 홀은 보기. 그리고 후반 6번 홀에서 어프러치 샷을 버벅거리면서 4 2퍼트로 후반 들어 처음으로 더블보기를 기록합니다. 하지만 나머지 3개 홀을 모두 보기로 마감하면서 길고 길었던 라운드를 마쳤습니다.

 

후반 기록은 파 1, 더블보기 1, 나머지는 다 보기. 45타 보기플레이로 마무리했습니다. 퍼트수도 1퍼트와 3퍼트를 각각 하나씩 하고 나머지는 모두 2퍼트로 평균 퍼트수 2개를 기록했지만 여전히 평소 실력보다는 높은 편입니다. 그렇게 간신히 월백을 면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알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어떻게 전, 후반 타수가 10개 가까이 차이가 날 수 있는지? 그리고 전반에 그렇게 헤매다가 후반에 어떤 계기로 보기플레이를 할 수 있었는지? 정말 핸디귀신이 있는 걸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골프 정말 요상합니다.

 

천국에서 지옥으로 떨어진 두 번째 라운드는 내일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