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빈스윙 칼럼

수준에 따라 익힐 수 있는 동작이 따로 있다

빈스 윙 2011. 5. 19. 08:00

어찌 보면 나는 평범한 골퍼는 아닐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나처럼 골프를 배우면서 연구하고 생각하는 초보골퍼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 지금까지 2년 여 골프를 배우면서 느낀 것은 골프 입문 당시에 배웠던 것을 이제서야 이해하고 아주 조금 따라 할 수 있게 된 것들이 있다. 아마도 이런 것을 보고 '철이 들어간다' 라고 표현하는 모양이다.

 

아무리 좋은 말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그냥 좋은 말에 불과하지만, 좋은 말이 마음속 깊숙이 새겨져서 행동으로 옮기게 되는 경우에 비로소 자기 것이 된다. 골프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아무리 좋은 레슨이라 하더라도 골퍼 자신이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거나 받아들일 수준이 되지 않으면 자신과는 상관없는 그냥 좋은 레슨에 불과하고, 머리와 몸으로 깨닫는 순간 비로소 자신의 기술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골프잡지를 보면 레슨을 상급, 중급, 초급레슨으로 나누어서 하는 경우가 있다. 골퍼의 수준을 무 자르듯이 딱 잘라서 나눌 수는 없지만 그래도 골퍼의 수준에 따라 레슨을 하겠다는 취지에 나는 공감하는 편이다. 지금이야 골프잡지를 어느 정도 이해하지만, 골프에 입문했던 왕 초보시절에는 읽어도 무슨 소린지 알 수 없는 것들이 많았다.

 

그러니 레슨서에 나와 있는 동작들을 따라 할 수도 없었다. 이것은 레슨프로에게 받는 레슨에서도 마찬가지다. 지금도 가끔은 레슨프로의 설명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그냥 흘려 듣는 경우도 있다. 나는 이러한 현상을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거나 레슨을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을 갖추지 못한 것이라고 본다.

 

골퍼 스스로가 받아들일 수 있는 용량의 한계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배움을 통해 골퍼는 받아들일 수 있는 용량을 키워나가게 되는 것이다. 골퍼가 가지고 있는 용량보다 큰 레슨은 이해하지 못하거나 흘려 듣게 된다. 그리고 골퍼의 용량이 커진 먼 훗날 비로소 알게 된다.

 

왕 초보시절에는 골프레슨이나 골프잡지를 통해서 홍수처럼 쏟아지는 골프정보를 접하지만 골퍼 스스로가 소화해낼 수 있는 영역은 한계가 있다. 그것이 위에서 얘기한 용량의 한계다. 예를 들어 레버리지, 체중이동, 손목로테이션, 딜레이히트 등의 기술은 초보골퍼들에게 골프를 어렵게 만드는 요소가 된다. 무슨 소린지 알아들을 수도 없고, 이해했다고 생각은 하지만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단 초보시절에 받은 레슨은 이해를 못 하더라도 용어는 알아둘 필요는 있다. (사실 몰라도 크게 상관은 없다고 생각한다.) 언젠가는 스스로 이해를 하게 되고, 그러한 스윙의 기술이나 동작들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 때 비로소 신체에 적용 가능하지 않을까 한다. 물론 시키는 대로 잘 따라 하는 골퍼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골프를 좀 더 능동적으로 배우기 위해서는 스윙의 기술을 알고, 자신이 그러한 기술을 필요로 할 때, 습득성이 높아진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휘두른다는 느낌이 어떤 건지, 중력을 이용한 스윙이 어떤 건지, 상체꼬임이 어떤 건지, 체중이동이 어떤 건지. 이 모든 것들을 초보골퍼들이 한꺼번에 받아들이기는 힘들 것이다. 나도 이러한 것들은 한 번에 모두 깨닫고 내 몸에 적용시키지는 못했다. 처음에는 공을 맞히는데 급급했을 뿐, 이러한 스윙동작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었다.

 

하지만 연습을 해도 실력이 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면서 연습목표를 세우고, 내가 익혀야 하는 동작 내지는 익히고 싶은 동작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 때가 바로 내가 스윙동작이나 기술을 익힐 준비가 되어있는 시기라고 나는 생각한다. 배움에 대한 관심과 의지는 습득성이나 체득성을 높여 실력향상으로 이어진다.

 

늦게 시작한 골퍼일수록 마음이 조급해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제대로 걷지도 못하면서 뛰어가려고 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골프의 스윙동작은 절대로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단계별로 특정동작을 소화해 낼 수 있는 때가 있다. 그것은 골퍼가 그러한 동작을 욕심 낸다고 될 일이 아니다. 꾸준히 근본적인 동작부터 기본을 다져나가야 욕심 내고 싶은 동작이나 기술을 익히는데 도움이 된다.

 

잭 니클라우스가 한국에 왔을 때 주말골퍼에게 한 조언이 ‘자신의 수준에 맞는 골프를 하라.’ 는 것이었다. 이 말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스윙동작이나 기술뿐만이 아니고, 골퍼의 수준에 따라 코스 매니지먼트와 멘탈 등도 달라진다. 어찌 보면 지금 현재 나의 수준을 냉철하게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로도 들린다.

 

처음 골프를 시작하거나, 골프가 잘 안 된다고 느끼는 골퍼는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자. 모든 일에는 때가 있는 법이다. 기본을 확실하게 다지고 수준에 맞는 동작을 하나씩 익혀 나가다 보면 어느새 싱글로 가는 고속도로에 올라와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