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빈스윙 칼럼

난생 처음 골프채를 잡아 본 이들과 함께

빈스 윙 2011. 5. 15. 08:00

며칠 전 직원들과 함께 스크린 골프를 친 적이 있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난생 처음 골프채를 잡고 클럽을 휘두르는 직원들을 보면서 초보골퍼들의 심리와 성격이 골프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확인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어 유심히 관찰 해보았다.

 

모두 처음 골프채를 잡아 본 관계로 왼팔이 지면과 평행하게 되는 지점에서 왼팔과 클럽의 각도를 90도로 하는 코킹과 폴로스루에서도 마찬가지로 오른팔이 클럽과 90도를 이루도록 하는 하프스윙만 가르치고 라운드를 시작했다. 그럼 지금부터 내가 본 골프 입문자들의 모습을 소개하겠다.

 

먼저 세 사람의 공통점을 살펴보면 ;

 

어드레스를 아주 넓게 선다는 것이었다. 골프를 접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야구스윙을 골프와 가장 유사한 스윙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나도 그 날 직원들과 스크린을 치기 전까지는 야구스윙과 골프스윙이 거의 흡사하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직원들의 야구스윙을 보고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다. 야구스윙과 골프스윙은 유사한 면도 없지는 않지만 완전히 다른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스윙을 보면 하나 같이 허공을 가르는 헛스윙을 많이 했다. 그리고 공과 클럽이 접촉되는 양상을 보면 대부분 톱볼이었다. 여기서 야구스윙과 골프스윙이 다르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임팩트 시에는 대부분 클럽 페이스가 열려서 공이 오른쪽을 향했고, 지면()을 향해 휘두르는 동작을 못하고 있었다. 그나마 공 없이 연습스윙을 할 때는 매트를 스쳐가는 스윙을 잘 하는 편이었다.

 

백스윙과 폴로스루 동작을 보면 백스윙은 아주 크게 하고 폴로스루는 클럽과 공이 만나는 순간에 스윙에 브레이크를 걸어서 정지시키려는 동작이 눈에 띄었다. 짧은 거리의 샷에서는 더욱 심했다. 공을 띄우기 위해서 손목을 쓰는 모습도 3명 모두에게서 발견되었다. 특히, 짧은 거리의 샷에서 언급한 두 가지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는데, 이러한 동작 역시 초보골퍼들에게서 쉽게 발견되는 특징이다

 

시작하기 전에 알려준 손목코킹에 대해서는 C씨 혼자서 제대로 수행했고, 나머지 두 사람은 손목코킹을 전혀 하지 않은 상태에서 스윙을 했다. 이런 동작에서 스윙을 원운동으로 생각하면서 반지름의 길이가 되는 왼팔과 손목을 굽히지 않으려는 의도를 엿볼 수 있었다. C씨는 손목코킹을 어떻게 이해를 했는지 모르지만 알려준 대로 잘 따라 했고 파를 3개나 잡을 정도로 뛰어난(?) 감각을 보여줬다.

 

멘탈적인 측면에서는 강하게 치려는 스윙의도를 읽을 수 있었고, 연습스윙은 제법 비슷하게 흉내를 내는데 공만 있으면 돌변하는 야수의 모습도 읽을 수 있었다. C씨는 강하게 치는 것보다 정확하게 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후반에는 제법 차분한 스윙으로 정확한 임팩트를 보여 주기도 했다. 초보골퍼들이 그렇듯이 3명 모두 멘탈적인 측면은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퍼팅에 관해서는 3명 모두 거리감이 전혀 없었으며, 스트로크의 세기로 거리를 조정했고, 스트로크 방식은 퍼터가 공과 만나는 순간 스톱하는 방식(심하게 때리는 스트로크)으로 퍼팅을 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C씨는 퍼팅에 있어서도 감각적인 면을 보여 주었다.

 

 

다음은 성격으로 본 세 사람의 스윙을 살펴 보겠다.

보통 체격의 A씨는 만능 스포츠맨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스포츠를 즐기는 스타일로 승부욕이 강해 보였다. 과감한 스윙을 보인 A씨는 의욕이 너무 앞서서인지 공을 제대로 맞히지 못했다. 손목코킹을 전혀 하지 않고 어깨를 중심으로 원을 그리는 스윙을 했다.

 

90KG 가까이 나가는 B씨는 유순한 스타일로 전형적인 야구스윙을 했다. 헛스윙을 제일 많이 한 것도 야구에서의 스윙궤도를 그리려 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스윙에서는 힘이 세다는 인상을 주었다. (힘을 이용한 스윙이란 뜻이 아니다.)

 

보통체격의 C씨는 조금은 내성적인 스타일이고, 피우던 담배를 끊은 것으로 보아 자기 의지가 강한 것으로 판단된다. 먼저 코킹을 확실하게 하면서 스윙궤도를 만들어 내는 것이 처음 골프클럽을 잡은 사람 같지가 않았다. 세 사람 모두 어드레스를 상당히 넓게 섰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넓게 선 사람이 C씨이고, 백스윙에서 잭 니클라우스처럼 왼발 뒤꿈치를 들었다가 임팩트와 동시에 왼쪽 다리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마지막으로 처음 골프를 쳐 본 세 사람의 공통된 소감은 놀랍게도 골프는 마음을 비워야 한다는 것과 연습스윙은 어느 정도 되는 것 같은데 공만 있으면 공을 맞히려는 마음이 강하게 드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기억을 되돌려 내가 처음 골프에 입문했을 때의 경우를 생각해 보았는데 생각이 나지를 않았다. 그런 면에서 지금 나의 생각을 블로그에 정리하는 것은 훗날 내가 골프를 가르치게 될 기회가 생겼을 때 아주 유용한 자료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세 사람의 스윙특징은 대부분의 초보골퍼에게서 나타나는 것으로, 어찌 보면 스윙동작을 처음 해보는 사람입장에서는 어색하지만, 골프스윙이라는 측면에서 그들이 할 수 있는 최대한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그들의 스윙을 보면서 골프는 스윙동작을 기계부품을 분해하듯이 구분하여 가르치는 것이 비효율적일 것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코킹동작 하나도 제대로 흉내내지 못하는 사람에게 구분동작을 가르쳐서 그것을 스윙으로 연결하라고 주문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직원들의 스윙을 통해서 일부나마 처음 골프에 입문하는 사람들의 스윙특징과 심리를 엿볼 수 있었고, 초보골퍼들을 가르치려면 계속적으로 그들의 심리와 스윙특징을 연구해야 그들을 가르칠 수 있는 방법이 도출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째든 각양각색의 골퍼들을 그들의 상황에 맞게 가르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해 준 좋은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