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빈스윙 칼럼

초보골퍼, 벙커를 향해 샷을 하는 것도 좋다

빈스 윙 2011. 5. 6. 08:00

벙커를 향해 샷을 한다? 조금은 뚱딴지 같은 말인데 100타 이상 치는 초보골퍼에 한해서는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사실 초보골퍼들은 벙커를 향해 샷을 하더라도 과연 몇 개나 벙커로 들어갈지도 의문이다. 거리도 거리지만 방향성에서 자신이 에임 한대로 샷을 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초보골퍼들이 벙커를 향해 샷을 하더라도 벙커로 들어가지 않는다는 얘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벙커로 들어가도 좋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실보다는 득이 더 많기 때문이다. 어떠한 이득이 있는지 알아보자.

 

먼저, 벙커를 향해서 샷을 했는데 벙커로 들어간다면 재수없다고 할 일이 아니고 기뻐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자신이 에임한 방향대로 공이 날아갔으니까 말이다. 그 보다 더 큰 이유는 평소에 벙커샷을 연습할 기회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초보골퍼시절에 실전에서 벙커샷을 연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벙커샷 연습을 해 본 적이 별로 없다. 연습장 매트 위에서 벙커샷을 연습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고, 실제 벙커 연습을 하려고 초등학교 운동장에 있는 모래밭에 가더라도 눈치가 보여 마음 놓고 연습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벙커샷을 연습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연습장도 많지 않다. 이런 환경 속에서 라운드 도중에 벙커에 공이 빠진다면 절호의 연습기회라고 생각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을 것이다.

 

벙커 탈출율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초보골퍼의 경우에는 벙커를 피할 것이 아니라 벙커를 적극적으로 상대하는 것이 좋다. 만약 초보시절에 철저하게 벙커를 피해 다니고, 벙커샷 연습도 하지 않았다면 90대 타수에 들어와서는 더 심한 고생을 할지도 모른다.

 

초보시절에는 티샷한 공이 페어웨이 벙커에 빠질 정도로 거리가 나지 않지만, 조금만 거리가 더 나면 어김없이 자신의 티샷거리에 벙커가 도사리고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이 경우 벙커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면 성공적인 벙커샷을 하기 힘들어진다. 더욱이 연습조차도 할 기회가 없는 현실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지금 나의 벙커 탈출율은 80%를 상회하는 수준인데, 백돌이 시절에 벙커에만 들어가면 한두 타씩 까먹는 바람에 벙커샷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게 되었다. 초등학교 운동장을 찾은 것도 이 무렵이었다. 벙커샷은 어떻게 생각하면 아주 쉬운 샷이기도 하다. 초보들이 잘하는 뒤땅치기 샷이니까 말이다. 그런데도 벙커샷을 겁내는 것은 그 만큼 경험이 부족하고 잦은 실패로 인해 자신감이 떨어져 있어서 클럽을 끝까지 휘두르지 못하고 다운스윙에서 가속이 아니라 감속을 하면서 주춤거리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초보골퍼들은 필드와 그린 주변에 있는 벙커를 적극 활용하여 절호의 연습기회라는 생각으로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할 것 같다. 그린 사이드 벙커의 경우에는 홀에는 붙이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한 번 만에 탈출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실력을 키워야 한다.

 

벙커샷에 대한 자신감과 실력을 키운 후에는 굳이 벙커를 향해 샷을 할 필요가 없다. 아니 절대 벙커를 향해 샷을 해서는 안 된다. 90대 타수 골퍼의 경우에 벙커에 빠지면 라운드의 흐름이 일시 정지되는 듯한 느낌을 받을 것이다. 전반적으로 좋은 흐름을 타다가 벙커에 빠지게 되면 그 흐름이 멈추면서 좋은 흐름을 반전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아주 성공적인 벙커샷을 하면 계속 좋은 흐름을 이어갈 수 있겠지만, 내가 보기에 그런 90대 타수를 치는 골퍼는 별로 없는 것 같다.

 

지금 나는 지금 철저하게 벙커를 피해다는 전략을 세운다. 물론 그렇다고 벙커에 안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내가 벙커를 피해 다니는 이유는 위에서도 얘기한 라운드의 흐름 때문만이 아니다. 그린 사이드 벙커에서는 어프러치 샷에 비해 거리조절 면에서 현격한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곧 1타 손실을 의미한다.

 

백돌이 골퍼의 경우는 벙커탈출을 못해서 1타를 까먹지만, 나의 경우는 벙커샷에서 거리조절을 못해서 1타를 까먹는 경우가 더 많다. 벙커샷에 대해 나는 탈출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지만, 거리를 어떻게 맞출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나의 숙제로 남아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어떤 방법을 찾든지 해결해야 할 것이다.

 

벙커는 프로들도 피해 갈 수 없는 골프라운드의 구성요소이다. 벙커샷에 대한 자신감 부족은 전체 라운드를 운영하는데 많은 지장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초보시절에 확실하게 극복해야 할 것이다. 벙커에 빠지는 것은 초보뿐만 아니라 프로들도 피해 갈 수 없는 것이니만큼 자신의 골프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대처하기를 바라며 글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