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빈스윙 칼럼

초보골퍼, 비거리가 안 나는 근본적인 이유

빈스 윙 2011. 5. 4. 08:00

지금까지 나는 비거리에 대해 상당히 관대한(?) 글을 써 왔다. 그런데 최근에는 생각이 달라졌다. 비거리가 조금만(?) 더 나가면 라운드를 풀어나가기가 훨씬 더 쉬워진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4홀에서 안정적으로 2온을 한다면 3퍼트를 거의 하지 않는 나로서는 파를 하기가 아주 쉬워지는 것이다. 그런데 나를 비롯한 초보골퍼들은 생각보다 드라이버 비거리가 많이 나가지 않는다. 왜 그럴까? 그 이유가 많이 있겠지만 나의 경우를 토대로 생각한 것을 포스팅 해 보려고 한다.

 

먼저 정확한 임팩트를 하지 못한다. 그리고 클럽이 열려 맞아서 슬라이스가 나는 경우가 많다. 아이언에 비해 뒤땅이나 톱볼을 많이 치는 초보골퍼들도 있다. 나는 이러한 현상들을 클럽의 길이로 인해 컨트롤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비거리가 안 나는 이유는 임팩트가 정확하지 못하기 때문이고, 임팩트를 정확하게 하지 못하는 이유는 클럽의 길이가 초보골퍼를 부담스럽게 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처음에 골프를 배울 때, 드라이버의 길이가 부담스러워서 짧게 잡고 치면 안되냐고 프로에게 물었더니 왠지는 모르겠지만 안 된다고 했다. 그리고 2년이 지난 지금까지 드라이버를 제대로 치지 못하고 있다.

 

내 생각에는 드라이버를 컨트롤하는 것이 어렵다면 클럽을 좀 짧게 잡아도 괜찮을 것 같다. 앤소니 김도 어릴 적 습관으로 드라이버를 짧게 잡지만 거리는 만만치 않게 나간다. 다만, 드라이버를 짧게 잡으면 길게 잡을 때와 비교해서 클럽헤드의 무게를 느끼기 어려워진다.

 

어차피 클럽헤드 무게를 느끼지 못한다면 짧게 잡아서 컨트롤을 쉽게 하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나 역시 아이언은 어느 정도 헤드무게를 느끼면서 스윙이 가능한데, 드라이버는 짧게 잡으나 길게 잡으나 헤드무게를 느끼기가 어렵다.

 

얼마 전에 누군가에게 위와 같은 얘기를 했더니 드라이버를 짧게 잡으면 왜 컨트롤하기가 쉬워지냐고 물어왔다. 골프역학을 동원해서 설명을 할 수도 있었겠지만, 난 아주 간단하게 대답했다. 유치원생들이 어른 젓가락으로 젓가락질 하는 것을 본 적 있으세요? 대부분 짧게 잡죠? 왜 짧게 잡을까요?

 

뭐 이 정도 대답이면 이해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아무 연락이 없다. 유치원생들이 어른 젓가락을 짧게 잡고 젓가락질을 하는 것은 누가 가르쳐줘서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아마 내 생각에는 경험이라기보다는 본능에 의해서 그렇게 하는 게 아닌가 싶다.

 

 

물론 비거리가 나지 않는 이유는 체중이동이 안 되고, 하체를 이용한 스윙을 못하고, 어깨 회전이 부족하고, 어드레스나 그립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아니 대부분의 초보골퍼들은 그러한 이유로 인해 드라이버 비거리가 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클럽의 길이나 무게로 인해 클럽을 휘두르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체중이동이나 어깨회전 그리고 어드레스와 그립 등이 완벽하게 된다 하더라도 시원스럽게 휘두를 수 없으므로 거리가 날 수 없다는 것이 지금의 내 생각이고 나의 경험이다. 휘두를 수 없다는 것은 결국 헤드 스피드를 빠르게 하지 못하는 것이므로 비거리가 늘어날 수가 없는 것 아닐까?

 

, 그럼 내 말대로 클럽을 짧게 잡고 자신 있게 휘두를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거리는 어느 정도 늘어난 것 같은데 모든 샷이 슬라이스가 난다. 이건 또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여기서부터 스윙궤도와 어드레스 그리고 그립 등을 체크하고 레슨을 받으면 된다. 그리고 방향성이 어느 정도 확보된 후에, 또 거리를 더 내고 싶다면 어깨회전이나 체중이동에 대한 레슨을 받아서 해결하면 된다.

 

어차피 초보골퍼는 모든 스윙기술을 한꺼번에 받아들이지 못한다. 이렇게 단계적으로 배워 나가는 것도 배움의 기술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방향성과 비거리가 모두 안정적으로 된 후에는 클럽을 다시 길게 잡든 짧게 잡든 그것은 골퍼의 선택사항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앤소니 김이 클럽을 짧게 잡는 것을 보고 소속사인 나이키에서 앤소니 김에게 맞는 길이의 클럽을 따로 제작해 주었다. 그런데 앤소니 김은 나이키에서 자신을 위해 특별히 제작한 클럽을 마다하고 긴 클럽을 짧게 잡고 스윙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런 부분들은 골퍼의 감이나 느낌 그리고 오랜 습관으로 인한 것이기 때문에 누가 뭐라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결국 나이키도 포기하고 원래의 긴 클럽을 사용하게 했다.

 

아마도 이런 식으로 한다면 골퍼 스스로가 조금씩 자신의 스윙이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어 지레 포기하는 일은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하는 고수나 프로님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사용하고 있는 드라이버보다 2배 긴 클럽으로 스윙을 한다고 생각해 보자. 클럽을 휘두르는 것 조차 아주 부담스러울 것이다.

 

많은 초보골퍼들은 드라이버로 스윙을 할 때, 고수나 프로들이 2배 긴 드라이버로 스윙을 할 때 느끼는 그런 부담을 느끼고 있다. 특히, 힘이 약한 여성골퍼나 나이가 들어 근력이 떨어진 골퍼들은 더욱 심하게 그런 부담을 느낀다. 드라이버의 길이로만 얘기를 했는데, 별로 무겁지도 않은 드라이버의 무게를 부담스러워하는 골퍼도 있다.

 

비거리는 헤드 스피드다. 클럽이 부담스럽게 느껴지면 휘두를 수 없다. 고로 헤드 스피드를 증가시키기 어려워진다라는 근본적인 명제에서 비거리가 늘지 않는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혹시 힘이 딸려서 클럽이 부담스러운 골퍼가 계시다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