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빈스윙 칼럼

너무나 대조적이었던 두 번의 골프라운드

빈스 윙 2011. 6. 5. 15:02

지난 주에는 골프약속이 2번이나 있었다. 영남지역의 Y골프장과 S골프장에서 라운드를 가졌는데, Y골프장은 주중에, S골프장은 주말에 라운드를 하였다. 그런데 두 번의 라운드가 너무나 상반된 대조적인 라운드였다. 나의 스코어를 말하려는 것이 아니고 골프장과 캐디에 대한 얘기를 하려고 하는 것이다.

 

Y골프장은 회원들이 많아서 주말에 부킹을 하기가 쉽지 않은 골프장이다. 그래서 주로 주중에 이용하는 편인데, 그 날도 역시 주중에 부킹을 해서 라운드를 즐겼다. 주중이라서 그런지 티박스를 모두 백티로 옮겨 놓았고, 날씨도 좋았고, 페어웨이와 그린의 잔디 상태도 올해 들어 가장 좋았다. 그리고 제일 좋았던 것은 경력 3년이 채 안된 캐디의 성실함과 노력이었다.

 

경력이 얼마 되지 않아서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재미있는 라운드가 되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얘기한 그 캐디는 거리를 파악하는 데는 크게 부족한 부분이 없었고, 그린 위의 브레이크를 읽는 것이 조금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손님들과 서로의 의견을 교환해 가며 신중하게 자신이 읽은 브레이크를 알려주는 모습이 내게는 마치 개인 캐디와 함께 라운드를 하는 느낌으로 다가왔다.

 

굳이 공을 찾지 말라는 우리들의 만류에도 카트를 우리에게 맡기고 공을 찾아서 헐레벌떡 뛰어오는 열성이 같이 라운드를 한 동반자와 나를 감동시켰고, 라운드 시간이 늦어지는 것은 자신이 책임지겠으니 편안하게 여유를 가지고 샷을 하라는 그녀의 말은 3년 경력의 캐디가 아닌 30년 경력의 노련한 캐디로 비쳐졌다.

 

앞 팀이 많이 밀리자 무전으로 독촉하는 모습에서는 초조한 마음을 읽을 수도 있었지만, 그래도 밝은 얼굴과 미안하고 고마움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즐거운 라운드를 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우리는 시간을 지체하는 앞 팀은 우리보다 더 똥줄이 탈 것이니 너무 독촉하지 말라고 얘기해 주었고, 앞 팀은 너무 지체되는 것이 미안했던지 퍼팅도 하지 않고 홀아웃했다.)

 

아마도 지난 주 Y골프장에서의 라운드는 내가 라베를 찍은 날보다 더 기분 좋게 라운드를 한 날이 아니었나 생각하며 내 생애 잊을 수 없는 기분 좋은 날을 만들어 준 동반자들과 이지현 캐디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지난 주말 S골프장에서의 라운드는 Y골프장에서의 라운드와는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골프장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사람은 가방을 내려주는 안내요원 그리고 접수를 하면서 만나는 이들이다. 그리고 라운드를 하면서 가장 먼저 만나는 사람은 다름 아닌 캐디다.

 

먼저 락카를 배정하는 문제에 대해 거론하려고 한다. 그 날은 전산시스템이 뭔가 잘못되었는지, 배정받은 락카를 열어보니 다른 골퍼의 옷과 가방이 있었다. 같이 들어 온 다른 골퍼 역시 락카를 열어보니 다른 골퍼의 옷과 가방이 있었다. 여기서 두 가지 의문점 내지는 문제점을 제기하려고 한다.

 

먼저 한 팀도 아닌 다른 팀인데 인접한 락카를 제공한 것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6~7개의 락카가 서로 마주보고 있었는데, 같은 팀도 아닌 골퍼의 락카를 동시에 인접한 락카를 배정한 것은 골프장에서 운영의 묘를 살리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 날 전산 시스템의 착오인지 직원의 실수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에 대한 직원의 말은 "다른 락카로 바꿔드리겠습니다. 착오가 생겨서 죄송합니다"가 아닌 "다른 락카로 바꿔드리면 되잖아요"였다. 그 말투에는 약간의 짜증스러움이 배여 있었다. 아마도 많은 골퍼들이 락카를 그런 식으로 배정받아서 항의를 했던 모양이다.

 

라운드 전에는 가능하면 열 받는 일을 만들지 않으려는 생각에 나는 아무 말 없이 변경된 락카 키를 받아 들고 라운드를 했는데, 라운드를 마치고 돌아오니 같은 시간에 바로 옆 락카를 배정받은 골퍼가 역시 라운드를 마치고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그 골퍼 역시 락카를 배정받았을 때 다른 골퍼의 옷과 가방이 락카 안에 있어서 락카를 바꿨다는 얘기를 했다. 위에서도 얘기했지만 같은 팀이라면 몰라도 동 시간대에는 서로 떨어져 있는 락카를 배정해 주는 것이 골퍼들을 배려(?)하는 것임을 골프장이 모르고 있는 건지 아니면 아무런 생각이 없는 건지 모르겠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스러운 점은 처음 배정받은 락카가 왜 열려있었느냐는 점이다. 나뿐만 아니라 내가 확인한 두 개의 락카 역시 다른 골퍼의 옷과 가방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락카의 문이 열려 있었다. 이에 대해 적극적인 해명을 요구하지는 않았지만, 골프장 측에서는 어떠한 해명도 하지 않았는데, 세 명의 골퍼 모두가 락카 문을 잠그지 않고 라운드를 나갔다고 해석하기에는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골프장 측에 문제가 있었다면, 이거 불안해서 그 골프장을 다시 찾을 수 있을까?

 

 

다음은 라운드를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만나는 이에 대한 얘기다. '' 얘기를 동반자가 먼저 꺼냈는지, 캐디가 먼저 꺼냈는지는 모르겠는데, 라운드를 시작하기 전에 캐디가 "요즘 뱀이 가끔씩 나오는데, 저는 뱀이 무서워서 산에는 공을 찾으러 못 가요." 라고 말했다. 3~4팀 정도 밀려서 기다리면서 캐디가 그냥 하는 얘기인 줄 알았는데 실제로 공을 찾는데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주었다. 오래된 경력에 골프는 얼마나 잘 치는지 모르겠지만, 골퍼가 어프러치를 띄워서 할지 아니면 굴려서 할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친절하게(?) 공이 떨어져야 할 위치까지 알려주는 도를 넘은 간섭은 예사였다.

 

퍼팅 시에 오픈 스탠스를 서는 골퍼에게는 더 오른쪽을 봐야 한다며 스탠스를 지적해 주기도 했고, 공이 오른쪽으로 가자 왜 스탠스 한대로 치지 않았냐며 나무라기까지(?) 한다. 상황이 이 정도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상황판단을 못하고 티샷을 한 골퍼의 티가 조금 멀리 나가자 티가 공보다 멀리 갔다며 농담을 한다. 이런 농담은 얼마든지 할 수 있는 농담이지만 그래도 상황을 봐 가며 해야 하는 것 아닐까?

 

이 날 골프 라운드의 클라이막스는 라운드를 마치고 나서였다. 주말이기는 하지만 라운드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는데, 라운드를 마치고 사우나 탈의실에서 동반자들끼리 오늘 라운드가 6시간 이나 걸렸다고 한 얘기를 골프장 관계자가 듣고는 '140~150타를 치는 골퍼가 많이 와서 그래요' 라며 묻지도 않았는데 친절하게(?) 대답을 한다. 너무 기가 막히지 않은가? 140~150타면 모든 홀을 양파로 처리해야 하는데 과연 그런 골퍼가 몇 명이나 왔을까? 라운드가 지체된 원인을 골퍼에게 돌리는 정말 무책임한 발언이다.

 

그리고 한 술 더 떠서 주말에는 7시간 이상 치는 경우도 있다고 얘기하는데, 정말 사람 까무러치게 만든다. 한 라운드를 도는데 7시간 이상이 걸린다는 사실을 알고 그 골프장을 부킹하는 골퍼가 과연 얼마나 있을까? 골프장은 세금이 많아서 그린피가 비싸지고, 그린피가 비싸서 골퍼들이 줄었다고 얘기하기 전에 골퍼들에 대한 서비스 개선에 더욱 더 신경을 써야 하지 않을까?

 

자신들이 무리하게 내장객들을 많이 받은 것은 베일 뒤로 숨기고 싶고, 골퍼들 알기를 XX으로 아는 골프장에서는 더 이상 골프를 치고 싶지 않다. 왜 수 많은 골퍼들이 해외로 나가는지, 그 원인을 골퍼들 탓만 하지 말고, 세금 탓만 하지 말고 골프장 내부에 원인이 있지는 않은지 살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Y골프장에서의 기분 좋은 라운드만 생각하고 S골프장에서의 나쁜 기억은 내 머리 속에서 영원히 잊고 싶다. 다시 한번 생각할수록 기분 좋은 Y골프장과 지현 캐디에게 감사 드리며 더욱 더 좋은 골프장으로 발전하기 바라며, S골프장은 내장객들을 한번 더 생각하는 골프장으로 그리고 직원들 교육에 좀 더 신경 쓰는 골프장이 되기를 바라며 글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