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빈스윙 칼럼

초보골퍼, 슬라이스를 너무 의식하지 말자

빈스 윙 2011. 6. 15. 08:00

슬라이스는 초보골퍼들을 괴롭히는 주범이다. 많은 초보골퍼들이 슬라이스때문에 고민하고 이를 고치기 위해서 노력을 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슬라이스를 고치기 위해 갖은 노력을 했는데 고쳐졌다 싶으면 다시 재발하기를 여러 번 반복했다. 아마도 영원히 고칠 수 없는 불치병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렇다면 슬라이스로 마음 고생하면서 멘탈까지 흔들리느니 아예 슬라이스와 친해져 보는 것은 어떨까?

 

6월 들어 3번의 라운드를 가졌는데 처음 두 번의 라운드에서는 슬라이스가 나지 않고 공이 곧바로 쭉쭉 뻗어나가서 나를 기분 좋게 했다. 그런데 세 번째 라운드에서는 슬라이스가 재발한 것이다. 그래도 오비는 1개밖에 내지 않을 정도로 라운드의 요령이 많이 늘었다.

 

요즘 나의 라운드 요령은 첫 번째 티에서 그 날의 구질을 파악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티박스 오른쪽에 티를 꽂고 페어웨이 왼쪽을 향해서 에임을 한다. 훅이 날 확률은 1%도 되지 않으므로 공이 페어웨이 왼쪽을 넘어 오비가 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게 샷을 해서 공이 똑바로 나가면 왼쪽 러프지역에 떨어질 것이고, 슬라이스가 나면 페어웨이 중앙에 떨어질 것이다.

 

그렇게 한 두홀 정도 돌면서 그 날 내가 사용할 구질을 결정하고 샷을 하는 것이다. 슬라이스가 나면 나는 대로, 스트레이트성 구질이면 스트레이트로 그 날의 구질을 그대로 활용하는 것이다. 그러고 나니 슬라이스로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없어졌다. 슬라이스를 감안하여 왼쪽으로 에임을 하고 샷을 했는데 슬라이스가 나면 생각대로 되었으니 기분 좋고, 슬라이스가 나지 않고 스트레이트로 가면 그 동안 마음 고생했던 슬라이스가 나지 않았으니 좋고.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셈이다.

 

그 동안은 클럽 페이스를 떠나서 휘어지는 공을 펴보겠다고 정말로 마음 고생을 많이 했다. 그런데 지금은 휘어지는 것을 이용하게 되니 마음이 편하다. '자신의 구질을 인정하자 - http://blog.daum.net/beanswing/133' 에서도 비슷한 내용을 언급했지만, 그 동안 나는 그렇게 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언제 또 마음이 바뀌어 휘어지는 공을 펴보려고 안간힘을 쓰게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동안 티샷이 슬라이스가 나는 것에 스트레스 받으면서 전체 라운드를 망친 일을 생각하면 휘어지는 공을 펴보려는 생각은 하더라도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는 말자고 다짐해본다. 골프를 즐긴다는 관점에서 보면 슬라이스를 이용해서 공을 페어웨이 한 가운데 떨어뜨리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그런 샷을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왼쪽 OB지역으로 가는 줄 알았는데 페어웨이 한 가운데 떨어지니 기를 죽일 수도(?) 있는 일 아니겠는가?

 

골프를 조금하다 보니 스윙교정이나 샷교정이 생각했던 것만큼 그리 쉽게 그리고 빨리 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조급하게 생각할수록 더 안 되는 것이 골프라는 것도 알았다. 슬라이스가 나쁜 샷이라는 인식을 바꿔서 슬라이스와 친하게 지내면서 천천히 슬라이스와의 이별을 준비하는 것도 골프멘탈 측면에서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처럼 슬라이스 때문에 스트레스 팍팍 받는 초보골퍼가 있다면, 차라리 스트레스를 받느니 슬라이스를 너무 의식하지 말고 자신의 구질로 인정해가며 골프를 즐기는 지혜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글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