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빈스윙 칼럼

골프, 그립으로 시작해서 그립으로 끝난다

빈스 윙 2011. 6. 18. 08:00

어제 '골프그립 때문에 이렇게 고생할 줄 몰랐다 - http://blog.daum.net/beanswing/434' 에서 언급했듯이 요즘은 그립문제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내가 오버래핑 그립을 잡게 된 것은 일반적으로 남성골퍼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그립이기 때문에 나도 레슨프로도 아무런 생각 없이 그냥 잡았던 것이다. 물론 그 동안 레슨프로에게 내가 손이 기형적으로 작다는 말을 수도 없이 했지만 적절한 처방이나 달라진 것이 전혀 없었다.

 

내가 지난 4월에 레슨을 받으러 갔을 때, 프로가 가장 먼저 지적한 사항이 그립이었다. 하지만 오버래핑 그립을 약간 수정했을 뿐 그립을 인터로킹이나 베이스볼 그립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는 약간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아마추어뿐만 아니라 프로들도 구질이나 스윙에 문제가 생기면 가장 먼저 그립부터 점검을 한다고 한다. 프로들은 클럽과 몸을 연결하는 그립과 손이 조화를 잘 이뤄야 골프를 쉽게 배울 수 있다고 강조한다.

 

‘골프는 그립에서 시작해서 그립으로 끝난다.’, ‘그립은 골퍼의 재산이다.’ 등 골프에서 그립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들이 많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초보골퍼들은 그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가장 중요하면서도 가장 인기 없는 레슨 - http://blog.daum.net/beanswing/196에서도 언급했듯이 레슨프로들은 그립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골프를 배우는 자들이 그립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겹게만 느끼지, 그 중요성을 실감하지 못하므로 그립에 대한 레슨을 제대로 할 수 없는 경우도 많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 버리는 초보골퍼에게 레슨프로는 레슨을 할 의지가 꺾여 버리는 셈이다.

 

최경주 선수는 "아마추어 골프의 99%는 그립이며, 골프를 잘하려면 무엇보다 그립부터 점검해야 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 최경주 선수는 또 "수많은 아마추어를 상대로 레슨과 강연을 했는데 아마추어들은 그립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다" 라고 말했다. 사실 최경주 선수의 말대로 나 역시 그립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면 최경주 선수를 비롯한 프로선수들이 왜 그렇게도 그립의 중요성을 강조할까? 대표적인 이유는 그립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샷이 결정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어떤 그립을 잡느냐는 그립에 대해 골퍼 스스로가 확실하게 알고 근력이나 손의 악력과 크기에 따라서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우리가 알고 있는 대표적인 세 가지 그립은 각기 장점과 단점이 있고, 오버래핑 그립이 모든(대부분) 남성 골퍼들에게 적합한 그립이라고는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프로들이 말하는 좋은 그립이란 양손이 일체감이 있고, 셋업이 편안하게 느껴지며, 손 안에서 클럽이 놀지 않을 정도의 강도로 쥐어야 하며, 손과 클럽 사이에 빈틈이 없도록 견고하게 잡는 그립이라고 한다.

 

가장 흔하게 잡는 그립의 형태가 오버래핑 그립이지만, 힘이 약한 사람의 경우에는 클럽에 충분한 힘을 전달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하는데, 바로 나 같은 경우가 아닐까?

 

 

인터로킹 그립은 손이 작은 주니어 골퍼나 쥐는 힘이 약한 여성골퍼들이 많이 사용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나의 경우에는 양손의 일체감은 좋았지만 그립을 너무 강하게 쥐게 되는 느낌이 들면서 손과 팔이 경직되면서 스윙을 부드럽게 할 수 없다는 느낌과 임팩트는 오버래핑 그립보다 강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연습장에 가면 한 번 그립을 잡으면 그립을 풀지 않고 수십 개씩 스윙을 하는 골퍼를 많이 보았는데 주로 인터로킹 그립을 한 여성골퍼였던 것 같다. 오늘 내가 인터로킹 그립으로 연습을 하면서 인터로킹 그립을 한 여성골퍼들이 그립을 풀지 않고 계속 스윙 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오른손 새끼 손가락과 왼손 검지 손가락을 끼우는 형태가 되다 보니 그립을 잡은 손을 빼기도 다시 잡기도 불편했던 것이다. 초보골퍼의 경우에는 몇 번의 스윙으로 클럽이 손안에서 헛도는 경우가 많으므로 가능하다면 스윙을 할 때마다 그립을 확인하고 다시 잡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베이스볼 그립은 시니어 골퍼들이 많이 사용한다고 하는데, 나의 경우에는 인터로킹 그립에 비해서 비교적 안정적이고, 부드러운 스윙을 하기가 편했고, 오버래핑 그립에 비해서는 강한 스윙을 할 수 있는 것을 느꼈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베이스볼 그립의 최대 장점은 장타를 내는 데 유리하다는 것이다. 오른손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만큼 힘의 전달이 좋기 때문이라는데, 나 역시 오른손을 강하게 사용하게 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비록 지금은 이 그립을 사용하는 골퍼가 많지 않지만, 게리 플레이어는 여성골퍼들에게 이 그립을 권장했다고 한다. 나처럼 손이 작거나 악력이 부족한 골퍼와 여성골퍼, 시니어 골퍼에게는 효과적 일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양손이 떨어져 있어서 일체감이 떨어져서 방향성에 문제가 있다고 하는데, 나는 왼손 엄지손가락을 샤프트 위에 올려 놓고, 오른손 전체로 감싸 줘서 컨트롤 문제를 보완하고 있다.

 

 

초보골퍼는 골프그립 잡는 강도에 대한 설명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이 있다. ‘작은 새가 도망가지 못할 정도로 잡아라.’, ‘치약을 짜듯이 잡아라.’ 등의 말에서 너무 강하지 잡지 말라는 정도는 알겠는데, 클럽과 손에 틈이 없도록 견고하게 잡으라는 말에서는 조금 강하게 잡아야 할 것 같은 생각도 든다. 작은 새를 손에 쥐어본 일이 없는 골퍼가 어떻게 작은 새를 잡듯이 잡으라는 말을 이해하겠으며, 치약이 가득 들어 있는 경우에는 정말 약간의 힘만 줘도 치약이 쭉 하고 나오는데 도대체 어느 정도의 힘으로 잡으라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이러한 그립을 잡는 강도에 대한 느낌은 대체로 초보골퍼들에게 약하게 잡으라는 뜻으로 전해져 온다. 하지만, 초보골퍼들은 임팩트가 정확하지 않으므로 스윙하는 도중에 클럽이 손 안에서 헛도는 경우가 생기게 마련이다. 클럽이 손 안에서 놀지 않도록 하려면 그리고 손과 클럽이 밀착되어 틈이 없게 잡으려면 어느 정도의 힘이 필요하다. 무조건 약하게 잡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얘기다.

 

그립을 너무 세게 잡으면 부드러운 스윙을 하기가 쉽지 않게 되고, 너무 약하게 잡으면 스윙에 힘이 실리지 않게 된다. 모든 골퍼의 신체적인 상황이 다르므로새가 도망가지 못할 정도’, ‘치약을 짜듯이등의 표현으로 대부분의 골퍼에게 그립의 강도를 설명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립의 강도는 골퍼의 수준에 따라 그리고 필드에서는 공이 놓인 위치에 따라 달라지게 마련이다. 초보골퍼에게 아무리 힘을 빼라고 강조해도 힘을 들어갈 수 밖에 없는 것이 대부분 초보골퍼의 현실이다. 초보골퍼들은 그립의 강도를 최대한 약하게 한다는 전제하에, 연습을 통해 스스로 적절한 그립의 힘을 찾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