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빈스윙 칼럼

온갖 짜증을 다 내는 골퍼, 잘 칠리가 없다

빈스 윙 2011. 7. 10. 08:00

라운드를 하다 보면 골퍼의 성격이 나온다고 하는데, 평소에는 그렇게 짜증을 내거나 불평을 하지 않는 B씨는 골프만 치면 온갖 핑계와 불평을 늘어놓는 경향이 있다. 친한 사이의 동반자라면 그러려니 하고 그냥 넘길 수도 있는 문제지만, 라운드에 지장을 줄 정도로 심하게 궁시랑 거리면서 공을 쳤다고 한다.

 

아직 백파를 하지 못한 B씨는 대부분의 초보골퍼들이 그렇듯이 샷이 조금씩 짧았는데, 그 원인을 캐디가 거리를 잘못 불러주어서 그렇다고 불평하고, 그린에서는 캐디가 공을 잘못 놓아서 안 들어갔다고 불평하고, 심지어는 잔디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미스샷이 났다고 불평불만을 늘어 놓는 골퍼였다. 자신의 샷에 대해 대부분의 잘못을 골프장과 캐디에게 뒤집어 씌웠는데, 이런 불평을 들은 캐디 역시 기분이 좋을 리가 없다.

 

기분이 상해 있는 캐디와 함께 하는 라운드 역시 살얼음판이다. 이런 살벌한 분위기에서 치는 골프가 잘 될 리가 없다. B씨의 사라진 공을 찾다 지친 캐디도 몸과 마음이 천근만근이다. 즐거워야 할 라운드가 빨리 벗어나고 싶은 지옥으로 변하는 순간이다. 그리고 모든 동반자들이 다음부터는 이 친구와 절대 공을 쳐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 날 같이 라운드를 한 친구들은 이렇게 불평불만으로 라운드를 하는 사람은 절대 잘 칠 수 없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자신의 모든 실수를 남의 탓으로 돌리는 골퍼는 골퍼를 잘 쳐서도 안 된다는 입장들이다. 속으로는 B씨를 골프의 기본이 되어 있지 않은 몰지각한 친구라고 욕을 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런데 몇 개월 후에 B씨가 보기플레이를 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같이 라운드를 해 본 친구들은 절대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최근에 B씨와 라운드를 한 친구가 한 말은 예전의 B씨가 아니었다. 스코어만 보기플레이어가 된 것이 아니라, 골프매너도 수준급이라는 것이 최근에 같이 라운드를 한 친구의 말이었다.

 

나중에 B씨의 얘기를 들어보니, 예전에 자신의 골프매너가 개판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모든 미스샷은 내 탓이오, 모든 굿샷은 캐디 탓이라고 생각을 고쳐 먹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생각을 고쳐 먹으니 골프가 저절로 잘 되더라는 것이다. 설마 그렇게 생각을 고쳐 먹었다고 골프가 저절로 잘 될 리가 있으랴마는 최소한 즐겁게 라운드를 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일 것이다. B씨의 골프매너를 지적한 사람은 다름 아닌 동반자였다고 하는데, 그런 마음으로 라운드를 하면 영원히 골프를 잘 칠 수 없고, 두 번 다시 같이 라운드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에 뒤늦게 깨달았다고 한다.

 

친한 친구 사이일수록 좋지 않은 골프매너나 습관은 본인이 알아 들을 수 있도록 알려 주어야 할 것 같다. B씨의 평소 성격을 보면 크게 모나지 않은 원만한 성격인데 골프장에서만 유독 불평불만이 많았던 것은 본인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부지불식 간에 나온 행동일 수 있다. 골프, 잘 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즐기는 것이고 매너를 지키는 것이다. 동반자와 캐디 모두가 즐거운 라운드가 될 수 있도록 골퍼 스스로가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