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빈스윙 칼럼

골프, 이론에 심취하면 점점 더 어려워진다

빈스 윙 2011. 7. 13. 08:00

대부분의 운동이 그렇겠지만, 움직이는 동작을 이론적으로 풀어낸다거나 글로 설명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나도 블로그를 통해서 수 많은 골프이론을 수식으로 풀어보기도 했고, 수 많은 표현으로 설명을 했지만, 나의 글을 읽고 받아들이는 미묘한 입장차이는 거의 독자의 수만큼 많을 것이라 생각된다.

 

순식간에 끝나버리는 스윙이라는 움직임을 표현하기도 힘든데, 거기에 나의 생각을 글로 옮기자니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래서 가끔은 내가 쓴 글을 다시 읽으면서 원래 글을 쓰려고 했던 취지와는 다르게 변질된 글로 둔갑한 글도 발견하게 된다.

 

수영을 하면서 호흡은 어떻게 해야 하고 손과 발의 움직임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세세하게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실제로는 자신이 알고 있는 것만큼의 동작을 구현하지 못하는 것이 아마추어의 현실이다. 골프 역시 스윙이론에 대해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하더라도, 실제스윙을 자신이 알고 있는 이론대로 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만약에 골프의 이론을 많이 아는 사람이 실제로 스윙도 좋고 실력도 좋고 스코어도 좋다면, 동역학을 전공한 골퍼나 물리학자들이 골프를 잘 쳐야 할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은 것을 보면 골프이론을 잘 아는 것이 어느 정도 골프에 도움을 줄 수는 있어도, 골프를 잘 치게 하지는 않는다는 반증이 될 것이다.

 

내가 스스로를 골프지진아라고 표현하는 것은 겸손의 표현이 아니다. 골프이론과 스윙에 대해 연구를 많이 하다 보니 나만의 일관된 스윙을 하지 못하고, 이 스윙 저 스윙을 모두 흉내 내다보니 실제로 나의 스윙은 발전속도가 아주 많이 더디다.

 

골퍼들이 나처럼 이렇게 스윙이론에 심취하면 자신만의 스윙을 만들기가 힘들어진다. 나의 경우에는 나중에 골프를 가르치고 싶은 마음에서 스윙을 연구하는 것도 있지만, 나는 이렇게 골프를 연구하는 것에서도 골프의 재미를 느끼기 때문이다.

 

연습장에서 스윙의 기본을 완전히 벗어난 스윙을 하는 초보골퍼들을 보면, 나는 그대로 따라 해본다. 내가 따라 하는 이유는 초보골퍼의 스윙을 흉내내면서 조금이나마 그들의 스윙을 느껴보기 위함이다.

 

나중에 골프를 가르칠 때, 배우는 자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그들의 느낌에 공감하지 못하면, 내가 아무리 정확한 이론과 동작으로 가르친다고 하더라도 의사전달에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많은 초보골퍼들이 겪는 시행착오를 나 역시 그대로 체험하고자 하는 마음에서다.

 

 

그렇게 따라 하면서 레슨의 기술을 발견하기도 한다. 어느 날, 손목을 사용하여 공을 퍼 올리는 스쿠핑(Scooping)동작과 치킨윙이 심했던 연습장 후배 한 명의 고민을 듣고, 아주 쉽게 고쳐준 일이 있다. (물론 본인은 자신이 그런 스윙을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고치려는 의지가 아주 강했다.) 먼저 왼손 혹은 오른손 한 손으로 하프스윙을 하면서 따라 하게 하였다. 그리고 점점 스윙크기를 크게 하여 풀스윙으로 만들어갔다. 그리고 그것으로 고쳐졌다.

 

왜냐하면 왼손 한 손으로 스윙을 하는데 그것도 공 없이 하프스윙을 하는데 클럽을 당겨서 닭날개를 만드는 골퍼는 없을 테니까 말이다. 그리고 공이 없는 상태에서 오른손 한 손으로 스윙을 하게 되면 손목을 쓰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한 손으로 스윙을 해 보면 이러한 스윙의 오류를 쉽게 확인할 수 있고, 클럽헤드의 무게를 느끼기도 쉬워진다. 따라서 중력을 이용한 스윙이 어떤 것인지 감을 잡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초보골퍼 특히, 중년의 나이에 골프를 배우기 시작하는 골퍼의 경우에는 연구를 할 시간이 없다. 골프를 연구하다가는 언제 배워서 언제 라운드를 할 수 있을 지 모를 정도로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다. 골프스윙에 대한 연구는 레슨프로에게 맡기고 골퍼 자신은 연구가 아닌 연습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나처럼 골프이론을 연구하고 공부하는 것을 골프의 재미로 삼는 골퍼가 있다면 굳이 말리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그래도 자신의 스윙이 더디게 발전한다는 사실은 알았으면 좋겠다.

 

축구나 야구를 배우는데 이론에만 심취해서는 실제로 운동을 하는데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기본적인 이론이나 동작을 이해했다면 그 다음은 오로지 연습뿐이다. 골프도 마찬가지로 스윙을 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이론만 알고 있으면 된다. 그리고 그러한 이론은 배우지 않았더라도, 공부를 하지 않았더라도 모두가 알고 있는 상식 수준의 것이다. 축구나 야구가 그렇듯이 말이다.

 

어드레스에서 피니쉬까지의 몸의 움직임은 거의 감각적으로 움직인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렇게 감각적으로 움직이는 동작을 이론적으로 이해하려고 한다는 것은 골프를 어렵게 배우려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론적으로 이해했다고 하더라도 심리적인 부분과 뇌 생리학적인 부분은 감각과 느낌에 관련된 부분이므로 정형화된 이론으로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다.

 

골프(스윙)에서의 느낌은 오만 가지 느낌 중에서 어느 게 진짜 느낌인지 - http://blog.daum.net/beanswing/446에서도 언급했듯이 자신만의 고유한 영역을 많이 가지는 부분이므로 이론보다는 감각과 느낌을 중요시하는 연습이 필요할 것이다.

 

만약에 너무 골프이론과 스윙연구에 심취해 있는 골퍼가 있다면, 지금부터라도 연구보다는 연습에 매진하는 것이 어떨지 조심스럽게 제안하며 글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