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빈스윙 칼럼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초보골퍼

빈스 윙 2011. 8. 25. 08:00

골프를 처음 배우면서 지금까지 줄곧 느끼는 것은 나는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는 사실이다. 무슨 얘기냐 하면 내가 나의 스윙동작을 볼 기회가 많지 않으므로 내가 어떤 스윙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는 말이다. 아마도 대부분의 초보골퍼들도 해당되는 사항이 아닐까 싶다.

 

어제 올린 백스윙 시에 왼쪽 어깨가 떨어지는 이유 - http://blog.daum.net/beanswing/506도 거울을 보면서 백스윙을 연습하다가 나의 백스윙이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우연히 발견하게 된 것이다. 그 동안 레슨프로가 그토록 주구장창 상체가 뒤집어진다고 얘기했건만, 레슨프로의 말을 무시한 것도 아닌데 도대체 나란 인간의 뇌와 신체는 말을 들어 먹지 않는다. 왜 이리도 한 가지 동작을 스스로 깨닫는데 시간이 걸리는지 모르겠다.

 

레슨프로가 아무리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라고 지적을 해도, 자신이 자신의 스윙을 모르면 지적 받은 부분을 고치기 어렵다. 물론 레슨프로가 나의 잘못된 스윙을 흉내내면서 알려주기는 하지만, 그것은 머리 속에 잠시 머물다 곧 사라질 뿐, 여전히 나의 스윙은 옛날 그대로다.

 

상체가 뒤집어지지 않고 척추를 중심으로 회전시키는 백스윙을 할 때 나의 느낌은 상체가 스웨이되는 느낌이 크다. 백스윙을 하면서 상체가 아주 심하게 오른쪽으로 움직인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실제로 사진을 찍어서 보니 내가 느낀 느낌에 비하면 상체는 거의 오른쪽으로 이동하지 않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이것을 통해서 거울을 보면서 연습하라고 하는 이유가 명백해진다. 골퍼가 느끼는 동작과 실제 동작의 차이가 그 만큼 크기 때문에 거울을 통해서 직접 확인하면서 고치라는 뜻이 아닐까 싶다. 착각 속에 산다는 말이 있는데, 자신의 스윙을 되돌아 보지 못하는 골퍼들을 두고 한 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 역시 착각 속에 살았던 골퍼 중에 한 사람임을 말하면 입만 아프다.

 

 

나의 경우와는 반대인 경우도 있다. 예전에 다니던 연습장에 백스윙을 하면서 상체가 심하게 오른쪽으로 움직이면서 스윙을 하는 골퍼가 있었는데, 그 골퍼에게 레슨프로는 체중이동을 하지 말라고 가르쳤다. 왼쪽 다리에 체중을 두고 백스윙을 하는 기분으로 하라고 가르쳤던 기억이 난다.

 

실제로 왼쪽 다리에 체중을 두고 백스윙을 하라는 말이 아니었을 텐데 나는 멍청하게도 그 말을 듣고 따라 해보았다. 스윙자세가 너무 어색해서 바로 그만 두기는 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레슨프로가 말하는 혹은 말하려는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그 골퍼는 그러한 가르침으로 인해 상체가 심하게 오른쪽으로 이동하는 것을 고칠 수 있었다. 그렇다고 실제로 체중을 왼쪽에 두고 백스윙을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골퍼는 왼쪽에 체중을 두고 백스윙 한다는 느낌으로 스윙을 했을 것이다.

 

하비페닉 역시 골퍼들을 가르칠 때, 그룹레슨을 지양했다. 이는 다른 사람을 지도하는 내용을 옆에서 듣고 나처럼 멍청하게 아무 생각 없이 따라 하는 골퍼들이 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정말로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다른 사람에게 처방한 약이 자신에게 독인지 약인지도 모르고 따라 하는 골퍼들이 나뿐 아니라 그 옛날에도 있었나 보다. 레슨프로가 다른 골퍼에게 처방한 약이 나에게는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얘기가 잠시 옆 길로 새어 버렸는데, 골퍼가 자신이 무슨 짓을 하는지 모른다는 것은 마치 어린 아이가 자신이 무슨 짓을 하는지 모르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골퍼로서 아직은 어린 아이라는 얘기다. 이제는 최소한 나에게 독이 되는지 약이 되는지는 구별할 수 있어야 하는데 아직도 나의 스윙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또 다른 표현을 빌린다면 나의 스윙은 비포장도로다. 프로들의 스윙처럼 매끄럽지 못하고 울퉁불퉁하다. 스윙이 울퉁불퉁하다 보니 클럽헤드가 속력을 낼 수가 없다. 나의 스윙을 내가 확인할 수 없다면 내가 비포장도로를 가고 있는지 고속도로를 가고 있는지 오직 느낌만으로 알 수 있을 뿐이다. 수시로 나의 스윙을 거울이나 사진 혹은 동영상으로 보면서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확인해가다 보면 나의 스윙도 고속도로 위를 쌩쌩 달리는 그 날이 올 것이라는 확신에 찬 기대를 해보며 오늘도 칼을 갈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