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빈스윙 칼럼

누가 골프를 자신과의 싸움이라 했던가

빈스 윙 2011. 8. 27. 08:00

며칠 전에 나의 블로그에 올린 골프는 깨달음을 얻어야 하는 득도의 운동 - http://blog.daum.net/beanswing/499에 다음과 같은 댓글을 단 애독자가 있다.

 

골프는 별로 좋은 운동은 아니다에 한 표!

게임을 하다 보면 은근히 남의 실수를 기다리는 내 모습을 보게 된다. 겉으로는 아닌 척 하면서도 속은 씁쓸하다. 이것도 욕심 때문이리라. 근데 나만 그런가???

 

정말로 솔직하게 골퍼들의 마음을 표현한 댓글이 아닌가 생각된다. 나 역시 애독자의 댓글에 아니라고는 못하겠다는 답글을 달았다. 흔히 골프는 자기와의 싸움이라고 말을 하지만 사실은 상대적인 운동이다. 만약에 내기라도 한다면 더욱 그렇다. 자기 주머니에서 돈이 나가는데 기분 좋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자신의 실력으로 출혈을 막을 수 없다면 동반자가 실수라도 해서 자신의 출혈을 막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 아닐까?

 

골프는 자신에게 엄격하고 동반자에게 너그러운 운동이라고 하는데, 비슷한 핸디의 동반자가 너무 잘 치면 약간의 질투와 함께 동반자가 무너지기를 은근히 바라면서도 겉으로는 표현하지 못하는 것이 우리 범인(凡人)들이다. 골프를 신사적인 운동이니, 매너가 가장 중요하다느니 하지만 골프는 역설적이게도 동반자가 무너지면 내가 잘 풀리는 경향이 있는 운동이다. 물론 그런 것이 심리적인 요인에 기인하는 것이라 하지만 어째든 동반자에게 기선을 제압당하면 쉽사리 헤어나오지 못하는 운동이 골프다.

 

내기골프를 하지 않는다 해도 내가 미스샷을 연발한다면 동반자의 굿샷이 마냥 좋을 수 만은 없다. 동반자의 굿샷에 대해 부러움 반, 실수하기를 바라는 마음 반이라고 표현하면 적당할까?

 

물론 골프가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말을 전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보통은 4명이 플레이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동반자의 샷과 비교되기 마련이다. 묵묵히 자신의 플레이를 하면 되지만 그게 쉽지 않다 보니 동반자의 실수에 위로 받기도 하고, 동반자의 실수를 은근히 기다리기도 한다.

 

자신의 플레이에 집중하지 못하고 동반자의 플레이에 신경 쓰는 이유는 골프가 상대적인 운동이기도 하지만 심리적인 멘탈게임이기 때문일 것이다. 앞서 친 동반자들이 오비를 내면 조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샷을 하게 되고, 동반자들의 샷이 정확하게 멀리 날아갔다면 잘 쳐야 한다는 생각과 긴장 속에서 샷을 하게 되니까 말이다.

 

일반적으로 골프의 게임방식이 점수를 얻는 게임이라기 보다는 감점을 덜 당하는 게임이다 보니 라운드를 하면서 동반자의 실수(감점)을 은근히 기대하도록 만드는 면도 있다. 프로골퍼의 세계에서도 줄곧 선두를 유지하던 선수가 마지막 날에 무너지면서 비록 타수를 줄이지는 못했지만 그냥 꾸준하고 안정된 플레이를 펼친 선수에게 우승컵을 넘겨주는 일이 허다하다.

 

동반자의 굿샷을 입으로만 굿샷이라고 할 것이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나는 진정함으로 굿샷을 외칠 수 있는 골프수양도 필요하다. 동반자에게 질 수 없다는 강박관념이나, 꼭 이겨야겠다는 욕심은 나의 마음을 어지럽히고 자칫 잘못하면 동반자들에게 인간성 나쁜 놈으로 비칠 수도 있는 문제다.

 

돈은 조금 나가더라도 인간성 더러운 놈이라는 소리까지는 듣지 않도록 마음수양도 해야겠다. 골프, 애독자의 말대로 잘못하면 인간성까지 더러워질 수 있는 별로 좋은 운동은 아닌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