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빈스윙 칼럼

백돌이에서 보기플레이어로, 달라진 점은?

빈스 윙 2011. 10. 10. 08:00

올해 목표가 핸디를 18이하로 줄여서 보기플레이를 하는 것이었는데, 작년만큼 라운드 기회도 많지 않았고, 지금은 엘보우가 생각보다 심각해져서 아슬아슬하게 목표 달성이 힘들게 되었다. 라운드 하기 가장 좋은 계절에 아쉽게도 나는 이번 시즌을 접고 내년을 기약해야 하는 입장이 되어 버렸다.

 

작년 이맘때는 80대 타수를 몇 번 기록하기도 했는데…. 그래서 올해는 비교적 쉽게 보기플레이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올해는 80대 타수를 한 번도 기록하지 못하면서 오히려 실력이 줄어든 듯한 느낌이다.

 

그래서 백돌이 수준이었던 작년 초와 현재 나의 골프를 비교하면서 달라진 부분을 정리해 보려고 한다. 사실 구력 2년 차였던 작년에 나의 골프는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100타라는 벽을 무너뜨리기 위해 주기적으로 레슨을 받아가며 가능하면 저녁약속을 잡지 않으면서 퇴근 후에는 거의 매일 연습장으로 향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그 때 만난 프로도 나와는 궁합이 잘 맞는 프로여서 골프실력 외에도 전반적인 나의 골프가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초보골퍼 스코어, 벙커와 오비가 좌우한다 – http://blog.daum.net/beanswing/535‘ 에서도 언급했듯이 백돌이 시절 나를 제일 괴롭혔던 것은 슬라이스 오비였다. 공을 왼쪽으로 보내려고 하면 할수록 공은 더 심하게 휘어져 오비가 나곤 했다. ()의 움직임과 클럽헤드가 그리는 궤적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거나 아니면 고집이 너무 쌨던 것이 아닌가 싶다.

 

벙커도 마찬가지였다. 몇 번의 샷을 해도 도무지 어떻게 탈출할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알 수가 없었다. 탈출했다 싶으면 탑볼이 나서 홈런성 타구가 되어 그린 반대편 벙커로 들어가는가 하면 숲 속으로 들어가서 공조차 찾기 힘들어지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하지만 지금은 오비와 벙커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는 그리 심하지 않다.

 

다만, 세컨샷에서 사용하는 고구마와 아이언은 백돌이 시절보다 실력이 줄어든 것 같다. 백돌이 시절에 오히려 아무 생각 없이 샷을 했다면 지금은 이것 저것 생각이 많은 편이다. 백돌이 시절에는 3온을 생각하고 샷을 하다 보니 심적인 부담이 적었는데, 지금은 3온을 생각하는 것은 같지만 마음 속 한 구석에서 2온을 하려는 생각이 꿈틀거려서 머리 속을 복잡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2온을 하겠다는 생각이 꿈틀거리는 것은 백돌이 시절보다 드라이버 비거리가 많이 나가고 드라이버 티샷이 안정되다 보니 2온을 할 수도 있겠다는 욕심이 생기는 것 같다. 그러한 욕심이 세컨샷을 흔들어 놓아 결국은 3온을 하게 되는 것을 알면서도 그 욕심을 자제하는 것이 어렵다. 누구는 그러한 욕심을 도전이라고 표현하지만, 나는 실력이 받쳐주지 못하는 무모한 도전은 욕심의 범주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실력이 향상되면서 멘탈의 비중이 점점 더 커진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물론 작년 초에 비해서 지금의 평균 스코어는 15타 이상 줄었으니 실력이 향상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샷이 좋아졌다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는다. 슬라이스로 오비를 남발하다가 지금은 안정적인 티샷을 날리고는 있지만, 지금은 예전처럼 공을 맞히는데 급급한 스윙을 하지도 않지만, 예전처럼 오버스윙을 하지도 않지만 전반적으로 샷이 좋아져서 타수가 줄어들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변화하는 스윙을 모두 기억할 수 있다면 - http://blog.daum.net/beanswing/532에서도 언급했듯이 백돌이 시절의 스윙을 모두 기억할 수는 없지만, 지금은 그때보다 우드를 못치고 한 때 잘 맞았던 미들 아이언도 백돌이 시절보다 못 치는 것 같다.

 

90대 초,중반 스코어를 유지하는 지금 내가 작년 초와 가장 많이 달라진 것은 라운드를 하는 요령이 늘었다는 것이다. 스코어를 관리할 줄 알고, 코스 매니지먼트를 할 줄 알게 된 것이 백돌이 생활이 청산하고 보기플레이를 향해서 가는데 가장 큰 도움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장애물을 만나면 돌아갈 줄도 알고, 전반에 스코어가 좋지 않으면 후반에 좀 더 신중하게 라운드 할 줄도 알고, 컨디션이 좋지 않아도 핸디를 유지할 줄도 알고, 레이업을 할 줄도 아는 그런 라운드를 한다는 것에서 무조건 고(go)를 외치던 백돌이 시절과는 하늘과 땅 차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다음으로 많이 달라진 것은 스윙 폼이 달라졌다. 오버스윙을 아주 심하게 했었는데, 백돌이 시절 나의 오버스윙은 오버한 만큼 나의 욕심을 보여주는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공을 멀리 보내려는 욕심과 스윙의 메커니즘에 대한 오해로 인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요코미네 사쿠라 버금 갈 정도의 오버스윙을 했었는데 지금은 그 때의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백스윙에서 상체가 약간 뒤집어지는 문제는 아직도 완전히 해결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백돌이 시절에 비하면 아주 많이 좋아졌다. 그 밖에 막연하게 알고 있었던 어깨회전이나 체중이동에 대해서도 나의 몸이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 가장 많이 달라진 점이다.

 

미스샷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을 보면 스윙의 기술적인 면에서도 좋아졌다고 볼 수 있는데 그렇게 생각되지 않는 것은 아마도 골프가 스윙의 기술로만 잘 할 수 있는 운동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일까?

 

어째든 내가 지금 백돌이 시절과 비교하여 가장 많이 달라진 점과 스코어를 줄일 수 있었던 것은 공을 잘 치고 못 치고가 아니라 골프를 바라보는 눈이 가장 많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그로 인해 라운드를 운영하는 요령이 스윙실력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한 것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