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빈스윙 칼럼

내가 '찍어 친다' 라는 표현을 싫어하는 이유

빈스 윙 2011. 10. 11. 08:00

골프레슨을 보면 ‘찍어 쳐라’, ‘쓸어 쳐라’ 라는 표현을 자주 듣게 된다. 그런데 나는 그런 표현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찍어 치라는 표현에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특정 클럽을 떠나서 ‘찍다’ 라는 단어는 골프스윙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찍다’ 라는 단어에서 연상할 수 있는 것이 도끼로 나무를 찍는다든지, 도장을 찍는다는 것 등이 연상되는데 도끼로 나무를 찍는 동작이나 도장을 찍는 동작은 골프스윙에서 임팩트 이후의 동작을 생략하는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찍는다는 표현은 동작이 어떤 대상(목적물)에서 멈추게 된다. 나무를 찍는 도끼는 나무에서 동작이 멈추고, 도장을 찍는 손은 결재란의 네모난 칸에서 멈추기 마련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공을 찍어 치라는 표현은 사람의 뇌에서 공을 찍어 치는 클럽페이스가 공에서 멈추는 행위로 받아들일 수 있다.

 

물론 찍어 치란다고 해서 클럽헤드가 공에서 멈추는 골퍼는 없다. 하지만 ‘골프 언어 속에 행동 유발인자가 있다 - http://blog.daum.net/beanswing/223’ 에서 언급했듯이 찍어 친다는 어감은 이미 우리의 뇌 속에 찍힘을 당하는 목적물에서 동작이 멈추는 것을 연상하게 되어 골프스윙과 궁합이 맞지 않는 언어라고 생각한다.

 

이상은 언어적인 측면에서 느껴지는 어감 때문에 싫어하는 이유였고, 본질적으로 내가 그러한 표현을 싫어하는 이유는 뭐랄까? ‘찍어 치는 스윙이란 없다?’ 혹은 ‘의도적으로 찍어 치는 스윙을 해서는 안 된다?’ 뭐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내가 초보시절에 찍어 치는 스윙에 대한 오해를 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찍어 치는 스윙에 대해서 나는 스윙의 결과가 찍어 친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지 의도적으로 공이나 바닥을 찍어 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찍어 친다는 단어 자체가 주는 어감 때문에 나는 초보시절에 아이언은 찍어 친다는 생각이 암암리에 머리 속에 각인되었던 것 같다.

 

그래서 정말로 그리고 의도적으로 찍어 치려고 팔을 번쩍 들어 올려서 백스윙을 했고, 팔을 위로 들어 올리니 어깨회전이 안되고 상체가 뒤집어지는 백스윙을 했던 것이 아닐까 한다.

 

꼭 찍어 친다는 표현을 해야 한다면 찍어 친 듯한 느낌이 들도록 스윙 하라는 말이 좋을 것 같고, 그 보다는 스윙궤도가 가파르게 되면 지면과 클럽이 이루는 입사각이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찍어 친 듯한 느낌이 든다고 설명하는 것이 초보골퍼의 오해를 막는 길이 아닐까 한다.

 

왕 초보시절에는 찍어 치는 스윙이 뭔지, 쓸어 치는 스윙이 뭔지 이해를 할 수 없었지만, 공부터 맞히면서 (아니 연습장 매트를 정말 찍어 쳤을 것이다.) 클럽 샤프트를 통해 전해오는 야릇한 느낌에 ‘이게 찍어 치는 거구나’ 라고 생각하면서 연신 매트를 도끼로 찍듯이 찍어댔으니 팔꿈치 부상을 입은 게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위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공을 찍어 치겠다는 생각은 스윙궤도에도 영향을 미쳐서 백스윙을 할 때 팔을 번쩍 들어 올렸다가 내리치게 된다. 클럽 샤프트 길이가 짧아지면 자연적으로 스윙이 가파르게 되겠지만, 의도적인 가파른 스윙은 코킹을 늦게 풀어주는 것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공을 찍어 치겠다는 생각에 어깨회전 없이 팔로 가파른 스윙을 만들려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골퍼마다 스윙의 느낌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겠지만, 나는 여전히 찍어 친다는 표현이 싫다. 행여 초보골퍼들이 찍어 치라는 레슨을 듣게 되는 경우에는 '찍어 쳐라' 라는 표현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코킹을 늦게 풀어주면서 가파른 스윙을 해서 스윙의 결과가 찍어 친 느낌이 들도록 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어떨까 생각한다.

 

찍어 치라는 표현을 그대로 받아들여서 의도적으로 찍어 치는 스윙을 한다면 나처럼 골프 엘보우로 고생할 것이 염려되어 하는 말이다. 이런 나의 생각이 잘못된 것이라면 언젠가는 그 잘못됨을 깨닫고 이와 관련된 글을 다시 쓸지도 모르겠지만, 그 때까지는 찍어 치는 스윙이란 없다고 생각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