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빈스윙 칼럼

골프, 같이 시작했는데 어떻게 나보다 잘 쳐?

빈스 윙 2011. 10. 14. 08:00

골프를 같이 시작한 친구나 뒤늦게 시작한 친구가 나보다 골프를 월등히 잘 친다면, 친구가 잘 치는 이유를 알고 싶은 마음에 앞서 속이 먼저 쓰릴 것이다. 그런데 짧은 기간 내에 골프실력이 월등히 좋아졌다면 분명히 그 이유가 있다.

 

내 주위를 둘러보면 1년 정도의 구력을 가진 친구들이 80대 중,후반 타수를 유지하는 친구들이 있다. 한 사람은 블로그를 통해서 이미 소개한 바 있는 스크린 마니아다. 1년간 약 300회의 스크린 경험을 가진 그는 스크린은 이미 오래 전부터 싱글을 유지하고 있고, 필드에서도 80대 중,후반 타수를 친다.

 

또 다른 한 사람은 업무적으로 골프를 칠 일이 많아서 1주일에 1~2번씩 라운드를 하는 친구인데, 110타 내외를 치던 친구가 1년이 조금 넘는 구력으로 지금은 웬만해서는 90타를 넘기지 않는다.

 

짧은 시간 내에 골프를 잘 치는 사람들의 공통점을 보면 무지막지한 연습량과 라운드 경험이 많다는 것이다. 말이 1년에 300회지 거의 매일 스크린을 쳤다는 얘기다. 그리고 1주일에 1~2회씩 라운드를 한다는 친구 역시 상상을 초월하는 연습량과 라운드 경험으로 골프실력을 키웠다.

 

음식이 부패하려면 가만히 놔두면 된다. 골프도 마찬가지다. 그냥 연습만 하지 않으면 골프가 안 될 수 밖에 없다. 반대로 얘기하면 짧은 시간에 골프를 잘 치는 골퍼들은 그만큼 연습을 많이 했다는 뜻이다. 연습량이 연습의 질을 커버할 정도로 연습을 한 것이다.

 

주위에서 발전속도가 빠르다고 생각되는 골퍼들은 대부분 자기고집을 버리고 레슨 프로가 시키는 대로 잘 따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냥 모든 것을 레슨프로에게 맡기고 시키는 대로 최대한 따라 하려는 노력만 하는 것이 빨리 배우는 길인가 보다.

 

자기고집대로 자기 생각대로 공을 치다 보면 당장은 빨리 가는 것 같지만, 나중에 그 길을 다시 되돌아와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돌이켜보면 운동신경보다는 꾸준함과 인내심이 골프를 빨리 배우게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반대로 주위에서 아무리 노력해도 잘 안 되는 것이 골프라는 말을 종종 듣게 된다. 나 역시 이 말에 어느 정도는 수긍을 한다. 노력한다고 했는데 기대 이하의 스코어가 나오면 골프에게 배신감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골퍼가 골프에 배신감을 느끼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노력이상의 기대로 인한 것은 아닐까?

 

삼국지의 영웅 조조가 내가 세상을 배반할 수는 있어도, 세상이 나를 배반할 수는 없다.’ 라는 말을 했다. 골프가 골퍼를 배신하는 것이 아니라, 골퍼가 골프를 배신하는 것은 아닌지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자신에게 찾아오는 행운은 쉽게 잊혀지는지 라운드를 하다 보면 때때로 행운의 샷도 선사하는 게 골프인데 그러한 행운은 별로 기억하지 않는다. 만약에 골프가 골퍼를 배신한다면 배신한 만큼 행운의 샷으로 보상해준다고 생각하면 배신을 운운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라운드를 하다 보면 의외로 골퍼들을 구제해주는 경우가 많다. 오비지역으로 날아가는 공이 나무를 맞고 페어웨이로 들어오는가 하면, 오비가 나는 공을 벙커가 막아주기도 하고, 탑볼이 났는데 데굴데굴 굴러서 그린까지 올라가기도 한다. 나는 이러한 행운도 실력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행운조차도 따르지 않는다고 믿기 때문이다.

 

비록 나보다 늦게 골프를 시작했지만 골프를 잘 치는 골퍼들은 나보다 클럽을 더 많이 휘둘렀을 것이고 나보다 더 많은 땀을 흘렸을 것이다. 세상에는 그냥 저절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다. 노력하는 자만이 성취할 수 있는 것을 노력도 하지 않고 얻으려 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골프는 노력하는 골퍼를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이 나에게도 진실이 되는 그 날을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