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빈스윙 칼럼

원운동인 골프스윙에 직선구간이 있다?

빈스 윙 2011. 11. 8. 08:00

"원운동인 골프스윙에 직선구간이 있다고요?"

 

내가 한참 동안 이해할 수 없었던 말 중에 하나다. 골프스윙이 정원(正圓)은 아니지만 뭔가를 축으로 움직이는 원운동인데, 그런 원을 그리는 클럽헤드로 직선구간을 만들려면 어떡해야 할까?

 

그리고 과연 그게 가능할까?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내가 생각했던 원운동에서의 직선운동은 다음 그림과 같은 것이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옆의 그림과 같은 스윙을 어떻게 하란 말인가? 지금 생각하니 내 스스로도 내가 모자라는 것인지 너무 고지식한 것인지 분간을 할 수가 없다. 내가 그렇게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골프스윙은 원운동이다.’ 라는 명제를 너무 과신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원운동에서 공과 클럽이 스퀘어 하게 만나려면 정확하게 원운동의 접선방향과 만나는 한 점에서 공과 클럽이 만나야 하는데 그래서 골프가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한 것처럼 클럽이 원운동을 하면서 지면과 만나는 한 점에서 공과 클럽이 만나야 정확한 임팩트가 된다면, 아마도 프로선수들도 그렇게 일관성 있게 샷을 할 수 없을 것이다. 골프스윙은 원운동이라는 생각이 너무 강했던 초보시절에는 공을 띄우기 위해서도 임팩트 후에 클럽을 들어올리기도(퍼 올리기도) 하지만, 예쁘게 원을 그리기 위한 마음이 나도 모르게 잠재의식 속에 숨어있어서 퍼 올리는 스윙을 했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퍼 올리는 스윙을 했던 시절, 나는 아래 사진과 같이 공을 티 뒤쪽에 놓고 연습을 한 적이 있다. 공을 맞히고 클럽으로 티까지 맞히는 연습을 한 것인데, 당시에는 그저 퍼 올리는 스윙을 하면 공이 맞은 다음에 티를 맞힐 수 없으니까 퍼 올리는 스윙을 고치기 위한 연습이라고만 생각을 했다.

 

이 연습은 퍼 올리는 스윙을 고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골프스윙에서 직선구간을 만들어주기 위한 목적도 있다는 것을 당시에 연습을 할 때는 전혀 생각도 하지 못했다. (역시 나는 골프 지진아가 맞나 보다)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기 보다는 골프스윙에서의 직선구간에 대한 말과 연결해서 생각하지 못했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른다.

 

내가 항상 생각하는 골프에서 고구마 줄기 이론을 무시한 꼴이 되어버린 것이다. 언젠가는 골프스윙을 고구마 줄기 이론으로 완성하는 날이 있을 것이다. ‘원숭이 X구멍은 빨게, 빨가면 사과, 사과는 맛있어….’ 이런 식으로 말이다.

 

 

혹시 골프스윙에서 직선구간이 있다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초보골퍼가 있다면 다음 두 가지 사항만 생각하시면 어느 정도 이해는 될 것이다. 첫째, 골퍼의 앞쪽에서 그려지는 스윙이 아니라 위쪽에서 볼 때 그려지는 스윙을 생각하자. 둘째, 공이 있는 위치를 전후해서 직선구간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임팩트 후에 직선구간이 있다고 생각해 보자. 이 두 가지를 잘못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내가 결정적으로 골프스윙에서 직선구간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그럼 골프스윙에서 왜 직선구간이 필요한 것일까? 크게 두 가지 이유로 생각해 볼 수 있는데 방향성과 비거리를 위해서 직선구간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레슨을 받으면서 공을 때리지 말고 밀어 쳐라 혹은 임팩트 후에 클럽을 낮고 길게 끌고 가라 혹은 임팩트 존을 길게 가져 가라는 말 등이 직선구간을 설명하는 표현들이다.

 

직선구간이 없는 초보골퍼의 전형적인 유형이 치킨윙과 퍼 올리는 스윙이다. 퍼 올리는 스윙은 임팩트 순간에 클럽의 로프트 각도가 높아져서 공의 탄도를 높이면서 비거리 감소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클럽의 최저점이 공 뒤쪽에 형성되면 톱볼이 나올 확률이 높아진다. 직선구간이 길어지면 클럽이 공과 스퀘어하게 만나는 구간이 길어져서 방향성이 좋게 된다. (어떤 프로는 이 부분만 제대로 지키면 공이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갈 일이 없다고 강조하기도 한다)

 

직선구간이 길어지면 클럽과 공이 접촉하는 시간이 길어져서 비거리 향상에 영향을 미친다. 샷을 하고 나서 공이 창공을 날아가다가 중간에 힘없이 떨어지는 것을 본 적이 있는지? 여기에는 공을 때리는 동작이 포함되어 있는데, 야구 해설가들이 흔히 말하는 '공 끝이 살아있다' 라는 말과도 관계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투수들이 어떤 방법으로 던져서 공 끝이 살아있게 만드는지는 모르겠지만, 골프에서 공 끝이 살아서 (정말로 살아 있는 것처럼 쭉쭉 뻗어 나가는) 날아가게 하는 방법은 대부분의 골퍼들이 알고 있듯이 공과 클럽이 만나는 순간에 공이 찌그러지면서 클럽과 접촉하는 시간을 최대한 늘려주는 것이다.

 

하지만 순간적으로 끝나버리는 스윙에서 공과 클럽이 오랫동안 접촉하게 만든다는 것은 초보골퍼에게 거의 불가능한 일처럼 느껴진다. 도대체 그게 가능하기나 한 것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그 비밀은 바로 직선구간 혹은 임팩트 존을 길게 가져가는데 있다.

 

한 가지 더 덧붙이면 직선구간을 만들어주면 클럽이 가진 원래의 로프트 각도에서 공과 접촉하게 되므로 비거리의 일관성을 확보할 수 있다. 한 때 나는 5, 6, 7번 아이언의 거리가 비슷했던 적이 있다. (심지어는 8번 아이언까지도) 그 이유는 스윙의 일관성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직선구간이 거의 없거나 짧다 보니 클럽이 가진 원래의 로프트 각도로 임팩트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골퍼라면 누구를 막론하고 방향성과 비거리에 목을 맨다. 특히, 초보골퍼들을 괴롭히는 것이 방향성과 비거리임을 감안할 때, 골프스윙에서 직선구간을 만들어준다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의미를 지니는 것이 아닐까 한다. 혹시 이 부분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초보골퍼라면 연습을 하면서 클럽을 낮고 길게 밀어주어 직선구간을 길게 만들어 보려는 노력을 해보면 어떨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