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빈스윙 칼럼

골프공의 새로운 장을 여는 레진(RZN)코어

빈스 윙 2011. 11. 10. 10:43

골프공의 발전은 역사적으로 볼 때 소재의 변화와 함께 하였다. 초기에는 나무, 가죽, 깃털, 천연고무, 합성고무 등의 소재로 발전하면서 1900년대 초반에 비로소 틀에 합성고무를 부어 오늘날 사용하고 있는 형태의 딤플이 있는 공이 탄생했다.

 

그리고 60년 가량 지나서야 2피스 골프공이 출현하면서 서서히 골프공의 피스 경쟁이 시작되어 지금은 5피스 골프공이 출시되기에 이르렀다.

 

 

골프공도 골프클럽과 마찬가지로 신소재와 합성소재의 개발과 함께 공기의 저항을 고려한 딤플의 배열이나 딤플수에 대한 연구로 눈부신 발전을 이루게 된다. 그리고 올해 출시되는 제품을 살펴보면 골프공의 핵이라 할 수 있는 코어의 변화를 들 수 있다. 기존에 일정했던 코어의 강도에 변화를 준 공도 있고, 커버를 얇게 만들어 코어의 크기에 변화를 준 공도 있다.

 

하지만, 가장 눈에 띄는 변화를 준 공은 나이키골프가 내놓은 ‘20XI’다. 나이키골프가 코어의 소재를 기존의 합성고무가 아닌 레진(RESIN)소재로 바꾸면서 앞으로 전개될 코어와의 경쟁이라는 측면에서 우위를 점하게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점쳐본다.

 

 

지난 116일 서울의 ‘M’호텔에서는 나이키골프 볼 개발 총괄책임자인 록 이시이(Rock Ishii)이사가 참석한 가운데 나이키 20XI 디지털 런칭 행사가 있었다. 아시는 분은 이미 잘 알고 계시겠지만 록 이시이 이사는 나이키골프 볼 개발의 중심에 서 있는 분이다.

 

[사진출처 : 나이키골프 클럽하우스]

 

20년 이상 골프공만 연구해온 이시이 이사는 이미 10여 년 전에 개발한 3피스 솔리드 코어 투어 에큐러시(TOUR ACCURACY)로 업계를 긴장시킨 일이 있다. 그것은 타이거 우즈가 기존에 사용하던 타이틀리스트 와운드볼 대신에 투어 에큐러시(솔리드 코어)를 선택하고 얼마 안되어 2000US오픈에서 15타 차로 우승을 한 일이다. 그리고 4개 메이저대회에서 연달아 우승함으로써 ‘타이거 슬램’ 이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로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다.

 

여기서 지금까지 깨지지 않고 있는 15타 차 우승이라는 기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러한 기록을 타이거 우즈의 천재성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고, 나도 그의 천재성을 인정한다. 하지만, 약간은 불공정한(?) 게임이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타이거 우즈가 솔리드 코어 공을 사용한 반면, 다른 선수들은 천연고무 소재를 실로 감은 와운드볼을 사용했기 때문에 15타 차 우승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와운드볼은 터치감이 좋고 스핀이 잘 걸려서 당시 대부분의 프로선수들이 사용하는 공이었으나, 거리와 제어능력을 결합시킨 솔리드 코어볼을 따라갈 수는 없었다. 당시 와운드볼 시장점유율 1위였던 타이틀리스트도 몇 달 후에 ‘PRO V1’을 내놓으면서 와운드볼 생산을 중단했고, 프로선수들 역시 와운드볼과 이별을 고하게 되었다.

 

이렇게 와운드볼을 역사의 뒤안길로 보낸 장본인이 바로 록 이시이 이사다. 그런 그가 10여 년 만에 골프공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았는데, 그것이 바로 ‘20XI’다. 2011년’을 의미하는 ‘20XI’라는 제품명에 대해 다소 밋밋하다는 의견들이 많은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20XI’는 2000년을 기점으로 와운드볼이 사라지고 솔리드 코어볼이 시장을 장악했듯이, 2011년을 기점으로 골프공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강력한 의지가 담긴 제품명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사진출처 : 나이키골프 클럽하우스]

 

디지털 런칭 행사에서 나이키골프 소속 선수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 및 개발과정 그리고 레진코어의 사용이 골프공 업계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이유 및 ‘20XI’의 우수성 등에 대한 이시이 이사의 설명을 간략하게 정리해 보면 다음 세 가지다.

 

FASTER INITIAL VELOCITY FOR MAXIMUM DISTANCE

HIGHEST LEVELS OF MOI FOR LONGER DISTANCE, MORE CONTROLLED SHOTS

STEEPER SPIN SLOPE FOR LOWER DRIVER SPIN, HIGHER WEDGE SPIN

 

 

20XI의 특징을 위와 같이 3가지로 표현하였는데, 그 중심에는 관성 모멘트가 자리하고 있다. 어제 포스팅 한 ‘골프클럽과 공에 작용하는 관성 모멘트-http://blog.daum.net/beanswing/563 에서는 주로 클럽의 관성 모멘트에 대해 언급했는데, 오늘은 ‘20XI’가 기존의 골프공과는 확연히 다른 관성 모멘트를 가질 수 밖에 없는 이유와 함께 골프공의 관성 모멘트에 대해 살펴 보기로 한다.

 

관성 모멘트가 커지면 왜 비거리가 늘어나고 방향성이 좋아질까? 대부분의 골프공 제작사들은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을 생략하고 관성 모멘트의 극대화로 비거리와 방향성을 개선했다고 광고를 한다. 이 부분은 20XI 디지털 런칭 행사에서도 마찬가지였는데, 아마도 골프공 제작사가 기술적인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일반 물리학에 나오는 당연한 원리이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관성 모멘트의 기본적인 사항은 어제 이미 언급했으므로 생략하고, 모든 회전체에는 관성 모멘트가 존재한다고 했는데, 골프공의 관성 모멘트가 크다는 것은 티에 올려져 있는 골프공이 클럽헤드와 접촉하는 순간 스핀이 쉽게 걸리지 않고, 한 번 스핀이 걸려서 회전하기 시작하면 회전이 멈추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20XI의 첫 번째 특징을 보면 초속도가 빨라져서 최고의 비거리를 구현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는데, 관성 모멘트가 크면 골프공이 클럽헤드로부터 받은 에너지를 회전시키는데 쓰기 보다는 공을 앞으로 보내는 직진성에 쓰기 때문에 초속도가 빨라지고, 초속도가 빨라진다는 것은 비거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되어 최고의 비거리를 구현할 수 있다는 말이 될 것이다.

 

두 번째 특징에서 말하는 정교한 샷은 최고 수준의 관성 모멘트로 인해 회전을 시작한 골프공이 그 회전(백스핀)을 지속하려는 성질 때문에 그린에서 쉽게 제어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보여진다.

 

세 번째 특징은 첫 번째 특징과 두 번째 특징을 함께 내포한 의미인데, 스핀 그래프라는 말이 조금은 생소하다. 스핀 그래프에 대한 부분은 나이키골프에서 제공한 아래 그림을 참조하면 될 것 같다.

 

 

그럼 관성 모멘트를 크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중심부분을 가볍게 하고 바깥부분을 무겁게 하면 된다. 그런데 그 동안 골프공의 중심부분에는 고무코어가 차지하고 있어서 가볍게 하는데 한계가 있으므로 바깥부분을 무겁게 하는 방법으로 관성 모멘트를 증가시켰다.

 

하지만 '20XI'은 과감하게 기존에 대부분의 골프공에 사용했던 고무코어에서 과감하게 탈피하여 레진(RESIN)소재를 개발하여 크기와 무게를 줄이면서 관성 모멘트를 증가시킬 수 있었다. 골프공에서 핵이라 불리는 코어의 크기와 무게를 줄일 수 있는 소재를 채택했다는 것은 상당히 혁명적인 일이다.

 

일반적으로 골프공은 공기역학적인 측면에서 무거울수록 그리고 작을수록 공기와의 마찰이 줄어들어 멀리 나간다고 한다. 그래서 R&AUSGA에서는 골프공의 무게를 1.62온스(45.93g)를 초과하지 못하게 되어있고, 골프공의 직경은 1.68인치(42.67mm)이상이 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모든 공인구는 이러한 규정 내에서 제작되어야 실제 경기에서 사용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골프공 제작사들은 R&AUSGA가 규정한 골프공의 크기와 중량 범위 내에서 그리고 골퍼의 희망에 부응하기 위해 비거리와 방향성 그리고 스핀량 등을 염두에 두고 관성 모멘트를 크게 하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

 

그런데 20XI는 레진코어의 사용으로 코어의 크기와 무게를 줄이면서 R&AUSGA의 기준을 충족시키면서도 골프공의 바깥부분의 무게를 늘릴 수 있었으니 아주 자연스럽게 관성 모멘트를 극대화시키게 된 것이다.

 

레진코어가 기존의 고무코어보다 얼마나 가벼운지는 왼쪽의 사진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유리병 속에 물을 채우고, 그 안에 레진소재와 고무소재를 넣은 사진인데, 위쪽에 떠 있는 것이 레진소재이고 아래쪽에 가라앉아있는 것이 고무소재다.

 

 

 

20XI’에는 레진이라는 합성수지를 코어에 사용하여 관성 모멘트를 크게 한 것에 버금가는 괄목할만한 특징이 있다. 대부분의 골퍼들은 같은 브랜드 제품의 골프공은 품질과 성능이 모두 같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같은 브랜드의 제품이라 하더라도 제품의 편차가 커서 품질과 성능이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도 그 편차는 여전히 존재하며 얼마나 편차를 줄일 수 있는지가 제품생산의 기술력이다.

 

일반적으로 기존의 고무코어 골프공의 생산공정은 최소한 4단계 이상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레진코어는 단지 2단계의 공정을 거쳐서 사출성형기에 찍어내면 된다고 한다. 생산공정이 줄어들수록 원가가 줄어드는 요인이 되고, 그 만큼 안정적이고 일관된 품질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 레진소재의 가격이 높아서 전체적인 가격이 어떻게 결정될지는 모르겠다.)

 

전세계 시장점유율 60%를 차지하는 타이틀리스트의 PRO V1PRO V1X이 코어 테스트에만 3시간이 걸린다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물론 0.1%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장인정신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그 만큼 일관된 품질과 성능의 코어를 만들기 힘들다는 얘기도 될 수 있다. (내가 이렇게 얘기하는 것은 생산공정이 많다 보니 그 만큼 품질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는 차원이지 결코 타이틀리스트를 폄하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제품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은 소비자의 신뢰도를 높이는 일이므로 아주 중요한 사안이다. 20XI는 코어의 소재를 레진으로 채택하면서 관성 모멘트의 증가는 물론 제품의 품질과 성능에 대한 일관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게 된 셈이다.

 

골퍼의 게임을 향상시키고, 골프를 사랑하는 골퍼가 더욱 즐겁게 게임 하기를 원한다는 록 이시이 이사의 골프공 개발 철학의 중심에는 언제나 골퍼가 있다. 자신이 디자인한 공으로 타이거 우즈가 우승하는 모습을 보면서 눈물을 흘렸던 그는 매우 감성적이고 세심한 부분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골프공의 장인이다. 그런 그가 개발한 20XI 레진코어볼이 앞으로 골프공 업계를 주도할 야심 찬 작품이 될지 귀추가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