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빈스윙 칼럼

골프장비가 스코어의 10%를 좌우한다면?

빈스 윙 2011. 11. 11. 08:00

기술의 비약적인 발달로 인해 골프장비들도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골프클럽과 공도 예외는 아니어서 초창기에 나무로 만들어졌던 장비들이 여러 가지 합성소재 개발로 인하여 골퍼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에 여념이 없다.

 

평소에 나의 골프장비에 대한 관점을 한 마디로 말한다면 내 탓이로소이다이다. 골프클럽이 나와 맞지 않아서 혹은 골프공이 싸구려라서 슬라이스가 나고 비거리가 적게 나간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나의 스윙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었다.

 

골프장비에 대한 신뢰로 실력향상을 꾀한다 - http://blog.daum.net/beanswing/405에서도 언급했듯이 나의 클럽과 내가 사용하는 골프공 등의 장비에 대해 무한한 신뢰를 보내면서 골프를 해왔다.

 

그리고 평소에 다른 사람의 클럽을 사용하면 왠지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스윙이 어색해지곤 했다. 그런 것이 나의 골프장비를 더욱 더 신뢰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골프클럽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더라도 수시로 클럽을 바꿀 형편도 못 되니 그냥 내가 사용하고 있는 클럽에 애착을 가지고 골프를 하는 것이 가장 속 편한 방법이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에 주위에 있는 골퍼들의 클럽으로 스윙을 하거나 신제품이 나와서 시타를 할 기회가 생겨서 스윙을 해보면 은근히 탐이 나는 골프클럽이 있다. 클럽 메이커에서는 골퍼들이 어떻게 하면 공을 좀 더 멀리 보내고 관용성이 좋은 클럽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을 하면서 연구 개발을 하니, 신제품이 나올 때는 좀더 우수한 성능의 제품이 나오기 마련이다.

 

문제는 그러한 신제품이 골퍼와 궁합이 맞느냐는 것과 골퍼가 신제품의 성능을 십분 활용하여 스윙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냐는 것이다. 어느 클럽으로 쳐도 제대로 공조차 맞히지 못하는 초보수준의 골퍼라면 아무리 좋은 클럽으로 스윙을 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리고 어느 정도 스윙의 일관성을 갖추었다 하더라도 골퍼의 스윙 특성과 클럽이 맞지 않으면 그것 또한 무용지물이다.

 

그런 특수한 경우를 제외한다면 최근에 나오는 클럽들은 예전의 클럽보다 최대의 관용성과 우수한 성능을 갖춘 제품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골퍼가 어떤 클럽을 선택할 것이냐의 문제만 남게 된다. 한 마디로 우수한 성능의 골프장비를 잘만 선택한다면 스코어의 10%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의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골프클럽뿐만 아니라 골프공 역시 마찬가지였다. 초창기에 라운드를 하면서 보통은 네댓 개의 분실구가 생기는 나로서는 비싼 공을 사용하는 것이 아깝기도 하고 부담스럽게 생각되었다. 그리고 골프클럽과 마찬가지로 거리가 나지 않고 슬라이스가 많이 나는 것은 나의 실력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골프입문 초기에는 골프공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실력이 문제였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골프공의 성능과는 관계없이 가격이 저렴한 로스트 볼을 사용했었다. 선물 받은 좋은 공들이 많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리고 내 블로그에서 최대 인기글인 골프공 제대로 알고 사용하시나요? - http://blog.daum.net/beanswing/159를 쓸 때쯤 되니 어느 정도 실력도 향상되고 골프공에 대해서 눈을 뜨게 되면서, 비거리와 가격을 고려하여 2피스볼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로스트 볼을 구입하더라도 되도록이면 같은 브랜드/모델을 선택하게 되었다. ‘골프공의 새로운 장을 여는 레진(RZN)코어 - http://blog.daum.net/beanswing/565에서도 잠깐 언급했듯이 같은 메이커 제품이라도 제품의 일관성을 기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같은 2피스볼이라도 뭔가 다르다고 느끼게 된 것은 선물 받은 공을 모조리 꺼내서 카페트 위에 쏟아 놓고 온 가족이 퍼팅을 해보았는데 그 느낌이 메이커마다 모두 달랐기 때문이다. 사진에서 보듯이 2피스볼은 아주 단순하게 솔리드코어에 커버를 씌운 것이다. 하지만, 그 소재와 생산기술 등에 따라서 골퍼가 느끼는 감은 모두 달랐다.

 

오늘은 집에 있는 골프공을 모두 꺼내 놓고 20XI를 기준으로 비교해 보았다.

 

 

(이번에 받은 20XI 3개와 다른 공 3개를 연속으로 치는 방식으로 테스트 했다.)

 

2피스, 3피스, 4피스 공이 모두 있었고, 20XI만 제외하고는 모두 고무코어 제품인 것으로 추정되는 골프공들이다. 퍼팅을 하면서 20XI가 다른 공들과 확실하게 다른 점을 한 가지 발견했다. 그것은 20XI의 관성 모멘트가 크다는 것을 느꼈다고도 말할 수 있는 부분인데, 터치감이 다른 공에 비해 묵직하고, 퍼터 페이스를 떠나는 초속도가 다른 공에 비해 늦다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구름성과 직진성은 아주 우수해서 공이 멈출 듯 말 듯 굴러가서 홀에 떨어질 때의 짜릿한 기분이 아주 좋았다.

 

퍼팅 시에 관성 모멘트가 큰 공은 이론적으로도 초속도가 늦을 것이다. (이 부분은 이미 골프클럽과 공에 작용하는 관성 모멘트 - http://blog.daum.net/beanswing/563에서 언급한 바 있다.) 그리고 구름성과 직진성이 좋은 것이나, 멈출 듯 말 듯 굴러가는 것 모두 관성 모멘트로 설명이 가능한 부분이다.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은 구름성이 좋아서 실제로 내리막 퍼팅에서는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하다. 관성 모멘트가 크다면 이론적으로는 내리막에서 공의 회전이 쉽게 멈추기 어렵기 때문에 내리막 퍼팅에 애를 먹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이 부분은 실제로 그린에서 테스트를 해 봐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실내 연습장에서 몇 번의 샷을 해 보았는데, 임팩트 순간의 터치감이나 공의 스핀량 등을 느끼기에는 나의 실력과 감각이 너무 모자랐다. 비거리나 제어력에 관련된 것은 필드에서 라운드를 하면서 체크해야 할 것 같다. 일단 20XI의 성능이 너무 궁금해서 실행한 퍼팅 테스트는 아주 만족스럽고, 관성 모멘트가 다른 공에 비해 크다는 것을 느낀 것에 대해서도 일부나마 20XI의 성능을 확인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혹시 나만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워서 연습장에 있는 다른 골퍼에게 20XI과 다른 공으로 퍼팅을 부탁했는데 역시 같은 반응을 보이며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 그래서 록 이시이 이사에게 들은 20XI의 성능과 품질에 대해 일장 연설을 했음은 물론이다.

 

비거리와 제어력에 대한 테스트를 할 그 날이 기다려짐과 동시에 왠지 모를 기대감이 나를 흥분시킨다. 20XI가 내 스코어의 10%까지는 아니더라도, 록 이시이 이사의 바램대로 나의 골프를 즐겁게 해 줄 것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