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빈스윙 칼럼

누구나 골프클럽과 공의 감을 느낄 수 있다

빈스 윙 2011. 11. 27. 07:00

요즘에 성업중인 스크린 골프장을 가면 골프클럽은 물론 골프화와 장갑까지 모든 것을 구비하고 있다. 그런데 스크린 골프장의 골프클럽은 골퍼 자신이 사용하던 클럽과는 여러 가지로 다른 점이 있기 때문에 자신의 클럽과 아주 유사한 사양이 아니라면 스윙만 몇 번 해보면 골퍼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클럽과 다르다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고, 조금은 어색한 느낌이 들 수도 있다.

 

특히, 나처럼 샤프트 강도 ‘A’를 쓰는 경우에는 ‘R’과 확연히 구분이 된다. 클럽을 휘두르는 느낌은 물론 공과 만나는 순간 샤프트가 유연하지 못하고 딱딱하다는 느낌이 팍팍전해져 온다. 최경주 선수나 신지애 선수는 클럽의 그립부분의 굵기나 헤드의 무게에 약간의 변화를 줘도 금방 느낀다고 한다. 아마추어가 프로선수들이 느끼는 것만큼 느끼기는 힘들겠지만, 그래도 느낌이 다르다는 정도의 감을 가질 수 있다.

 

골프클럽은 비교적 쉽게 느낄 수 있는 반면, 골프공을 느끼는 것은 어렵게 생각하는 골퍼들이 많이 있다. 내 블로그에서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골프공, 제대로 알고 사용하시나요? - http://blog.daum.net/beanswing/159의 댓글을 통해서 독자들의 반응을 보면 대부분 골프공에 대한 관심 없이 그냥 막연히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골프공을 사용하거나, 경제적인 사정을 고려하여 저렴한 로스트볼을 아무 것이나 사용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이렇게 골프공에 대해서 잘 모르다 보니 골프공을 느낀다는 것이 더욱 더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아닐까? 

 

내년 2월에 출시되는 20XI 골프볼을 미리 사용해 볼 기회가 있어서 얼마 전에 20XI를 마음껏(?) 느끼면서 라운드를 한 적이 있다. 그리고 내가 느낀 20XI에 대한 글도 썼다. 그런데 홍보성 글이라는 측면이 강하게 부각되었다고 생각했는지 일부 독자들은 20XI로 라운드를 하면 무조건 스코어가 저절로 내려 가냐고 비아냥거리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독자들은 상당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관심을 가지는 골퍼 중에도 나의 글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골퍼도 있었고, 주위에서 나를 아는 골퍼는 어떻게 그걸 느낄 수 있는지 묻기도 했고, 정말로 블로그에 쓴 대로 그렇게 느꼈냐고 묻는 골퍼도 있었다. 오늘은 이에 대한 답을 공개적으로 하려고 한다.

 

대부분의 골퍼들은 골프클럽이나 골프공에 대한 감을 느끼는 것은 프로들이나 고수들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나 역시 20XI를 사용하여 라운드 하기 전에 내가 제대로 느끼지 못할 것을 우려하여 20XI-X는 나보다 고수인 골퍼들에게 사용해보고 느낌이나 결과를 알려 달라고 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왔다. 골프실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져서 골프공에 대해 어떤 감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 우려했던 나는 20XI를 마음껏 느낀 반면, 나보다 고수인 골퍼들은 특별한 느낌을 가지지 못했다. 아마도 프로에게 그 공을 주고 쳐보라고 했어도 공에 대한 느낌을 가지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골프공이나 골프클럽을 느끼는 데는 방법이나 조건이 있다. 우리가 산을 올라 갈 때 오직 정상에 빨리 오르는 것만 생각을 한다면, 주위를 둘러 볼 여유를 가질 수 없다. 하지만, 즐기면서 쉬엄쉬엄 올라간다면 주위의 경치도 눈에 들어오고, 새가 즐겁게 지저귀는 소리도 귀에 들어온다. 살랑살랑 부는 바람이 귓가를 스쳐가는 것도 느낄 수 있다.

 

정상에 빨리 오르겠다는 마음을 가지면 모든 신경이 산 정상에 가 있지만,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자연을 느끼겠다는 생각을 가지면 우리 몸의 신경세포들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는데 초점을 맞추게 되는 것이 아닐까?

 

마찬가지로 내가 테스트를 부탁한 20XI-X를 사용한 골퍼가 오직 라운드와 스코어와 내기에만 몰두해 있었다면 20XI-X가 다른 골프공과 어떻게 다른지 느낄 수가 없는 것이다. 이것이 내가 20XI를 느끼고 글을 쓸 수 있었던 첫 번째 이유다. 나는 라운드에 몰두하지도 않았고, 스코어에 집착하지도 않았다. 오직 새로 개발된 20XI를 느끼려고 온 몸의 신경세포를 20XI에 집중했다. 이것은 골프실력과는 별로 상관없는 것이다.

 

두 번째는 관심의 차이다. 예전에 나는 골프공에 대한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골프공이 브랜드와 모델별로 어떤 차이가 있을까 하는 생각에, 집에 있는 모든 골프공을 꺼내 놓고 온 가족이 카페트 위에서 퍼팅을 해 본 적이 있다. 퍼팅의 목적이 공을 홀에 넣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골프공을 느끼는데 있었기에 공과 퍼터 페이스가 만나면서 전해서 오는 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한 감을 느낀 것은 나뿐만이 아니라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을 포함한 가족 전체가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각자가 느낀 감에 대해 서로 얘기를 나누다 보니 각자가 느낀 감이 거의 비슷하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단지, 그러한 감을 좋아하고 싫어하는 차이 정도만 있었을 뿐이다. 나의 경우는 공이 클럽 페이스와 부드럽게 부딪히는 감이 좋았지만, 큰 아들은 딱딱한 감이 더 좋다고 말하기도 했다.

 

골프공에 대한 관심 없이 아무 공이나 쳤던 시절에는 느끼지 못했던 것을 골프공에 관심을 가지고 여러 종류의 골프공을 쳐보니 조금씩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모든 일에서 관심의 척도가 능력을 배가 시킨다고 믿는다. 이러한 관심이 내가 20XI를 느끼는데 상당한 도움이 되었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것 역시 골프실력과는 상관없는 부분이다.

 

 

세 번째는 일종의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 일수도 있었다는 점이다. 나는 20XI를 사용하기 전에 20XI의 개발자인 록 이시이 이사의 설명을 들었다. 이론적인 것을 좋아하는 나는 록 이시이 이사의 일반적인 설명을 이론적으로 분석해서 그의 말이 이론적으로 틀림없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사전에 개발자의 설명을 들은 것이 나에게 플라시보 효과로 나타났을 수도 있다는 점은 부인하고 싶지 않다. 이론적으로 20XI가 관성 모멘트가 크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에 실제 라운드에서도 이론과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믿은 나의 마음이 이론과 같은 결과가 나오게 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여기서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를 일종의 최면효과로 볼 수도 있는데, ‘골프장비에 대한 신뢰로 실력향상을 꾀한다 - http://blog.daum.net/beanswing/405에서도 언급했듯이 너의 아이언을 믿어라라는 광고 카피로 선전하는 미즈노 골프의 광고처럼 나는 록 이시이 이사의 말을 믿었고 이론적인 분석을 통해서 20XI를 믿었다.

 

그리고 2000년 타이거 우즈가 US오픈에서 15타 차이로 우승을 한 것은 록 이시이 이사가 개발한 솔리드 코어볼인 투어 에큐러시가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록 이시이 이사가 개발한 20XI 골프공에 대한 심리적인 기대효과가 커서 내가 20XI를 사용해본 결과가 록 이시이 이사가 말한 대로 나왔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예전에 내가 싸구려 2피스 로스트볼을 쓰다가 20XI라는 고급스러운 공을 사용했기 때문에 아주 좋게 느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플라시보 효과라는 것을 그렇게 부정적으로만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왜냐하면 반대로 생각하면 아주 우수한 품질과 성능의 골프장비가 있는데 그런 골프장비의 성능과 효과를 의심하여 실제의 성능과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면 그것은 골프장비를 의심한 골퍼에게 전혀 득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골프에서 믿음이라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골프의 한 요소다. 왜냐하면 골프는 자신의 스윙과 골프장비에 신뢰를 가져야 하는 운동이기 때문이다. 골프장비 광고에서 믿음에 대한 광고 카피가 많이 나오는데 이것은 믿음이 그 만큼 골프에서 중요한 요소임을 반증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20XI 골프공으로 라운드를 하면서 공을 느끼고 못 느끼고의 차이는 골프실력의 차이보다는 공을 믿는 사람과 의심하는 사람의 차이라고 볼 수도 있다. 아니 사람의 차이라기 보다는 마음의 차이라고 하는 편이 좋겠다.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골퍼는 골프장비가 아무리 좋아도 그 특성을 제대로 느끼기 힘들 것이니 말이다

 

이 글의 시작은 내가 어떻게 20XI 골프공을 그렇게 자세하게 느끼면서 라운드를 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 시작했지만, 나는 이 글을 읽는 골퍼에게 성경에 나오는 믿음대로 될지어다라는 말로 끝을 맺으려고 한다.

 

이 말을 꼭 종교적으로 해석하지 않더라도 골프를 하면서 자신의 스윙을 믿고, 자신의 골프클럽과 골프공을 신뢰하는 것이 좋은 스코어로 이끄는 것은 물론이고 골프실력 향상에 충분한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니까 말이다. - 끝 -

 

지금 현재 라이프온 어워드 블로거 대상 후보자들에 대한 투표가 진행 중입니다. 왼쪽 그림을 클릭하시면 투표 페이지로 가실 수 있습니다.

 

투표를 하시면 1인당 최대 2400원의 기부금이 적립되어 연말을 쓸쓸하고 외롭게 보내야 하는 소외된 가정과 어려운 이웃을 위해 Daum이 적립된 금액만큼 후원합니다.

 

우리 이웃들이 모두 따뜻한 연말을 맞을 수 있도록 투표에 참여해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