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빈스윙 칼럼

초보골퍼의 일그러진 자화상 - 라운드편

빈스 윙 2011. 12. 7. 01:02

라운드 경험이 별로 없는 초보골퍼였던 시절에는 라운드 전날부터 몸과 마음이 어수선해진다. 일단은 연습장에 가서 잘 맞지 않는 공이라도 넉넉하게 쳐봐야 마음이 놓이고, 혹시 빠진 준비물은 없는지 몇 번을 확인해야 마음이 놓인다.

 

그리고, 공을 얼마나 잃어버릴지 몰라 한 홀에 하나씩 잃어버릴 것을 계산해서 준비하기도 하고, 이번 라운드에서는 백타를 깰 수 있을까 하는 약간의 흥분 속에 어렵게 잠을 청한 적이 여러 번 있다.

 

연습장에서 연습하던 대로 백스윙 크기도 줄이고, 피니시는 끝까지 하자고 마음 속에 되뇌고, 절대 머리를 들지 말자는 고들개 작전으로 나가자고 다짐도 해보고, 2온 욕심은 접어두고 3온 작전을 생각해보지만 실제 라운드에서는 무엇 하나 마음먹은 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다.

 

드라이버 티샷이 슬라이스가 나서 오른쪽 러프에 빠지면 어차피 2온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인데도, 무모하다 못해 무식한 욕심으로 3번 우드를 빼 드는 순간 전날의 다짐은 날아가기 시작한다. 3번 우드로 친 세컨샷은 필드 하키 하듯이 톱볼이 나면서 앞으로 가는 둥 마는 둥 몇 미터 굴러가서 멈춰 선다.

 

그제서야 전날의 3온 작전이 생각났는지(?) 세 번째 샷은 그린에 올려야겠다는 마음에 러프에 멈춰선 공을 그린에 올리겠다고 이번에는 5번 우드를 집어 든다. 그렇게 네댓 번 혹은 대 여섯 번의 샷으로 그린에 공을 올리고 나면 정신이 하나도 없고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도 헛갈리기 시작한다.

 

퍼팅을 몇 번 했는지도 모르겠고 아직도 홀까지는 넉넉한(?) 거리가 남았는데 고맙게도 동반자들이 컨시드를 준다. 홀 아웃을 해서 도대체 몇 개를 쳤냐고 물어보니 양파란다. 오늘은 우드가 안 맞으니 그냥 아이언으로 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두 번째 홀 티샷은 제대로 맞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페어웨이 우측에 떨어졌다. 그런데 거리가 꽤 많이 남아있다. 그래도 아이언으로 두 번만 치면 충분히 온 그린 시킬 수 있는 거리지만, 우드가 잘 맞으면 2온도 가능할 것이라는 로또에 당첨될 확률에 기대를 걸고 또 다시 우드를 꺼내 든다. 방금 전에 아이언으로 쳐야겠다는 생각은 어디 가서 무엇을 하는지 모르겠다.

 

이게 다 드라이버 샷 거리가 짧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면서 조금이라도 공을 멀리 날리려는 생각에 백스윙 크기가 점점 커지면서 오버스윙을 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거리가 늘어 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방향도 엉망이 되어 버린다. 공을 몇 개 잃어버리고 나서야 비로서 정신을 차리고 그냥 살살 쳐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그렇게 정신을 차릴 때쯤이면 18번 마지막 홀 티박스에 있거나 그린에 올라와 있는 나를 발견한다. 이것이 초보골퍼가 마지막 홀을 마치고 나면 항상 아쉬움이 남게 되는 이유다속으로는 ‘이제 막 정신차렸는데’ 혹은 '지금부터 치면 잘 칠 자신이 있는데라고 읊조리면서 말이다.

 

초보골퍼들은 라운드를 마치는 순간 아쉬움과 후회가 몰려오기 마련이다. 그리고 라운드 중에 미스샷을 연발하면 자신의 스윙에 문제점을 찾으려고 애를 쓴다. ‘연습장에서는 잘 맞았는데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어쩌다 한 번 20미터가 넘는 퍼팅이 들어가면 평소에 3퍼팅을 남발하던 것은 모두 잊어버리고 마치 퍼팅도사가 된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하고, 어쩌다 한 번 비거리 200미터를 훌쩍 넘기는 샷이 나오면 그것이 자신의 평균 비거리라고 착각하기도 하는 것이 초보골퍼의 자화상이 아닐까?

 

초보골퍼에게는 라운드 중에 실수하게 되는 스윙이 문제가 아니다. 스윙이 문제라 하더라도 라운드 중에 스윙을 고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초보골퍼는 라운드 중에 나오는 미스샷이 스윙보다는 마음을 다스리는 것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다. 그리고 스윙에서 문제를 찾으려고 하는 것이 초보골퍼의 문제임을 깨닫지 못하는 것이 더 큰 문제라는 것을 그들은 알지 못한다.

 

어느 정도 골프를 했다는 골퍼라면 다 아는 사실이다. 마음을 다스리는 것을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하지만 초보골퍼들은 얼마나 더 일그러져야 그런 문제를 알게 될까? 나는 오늘도 그런 일그러진 나의 스윙과 라운드 속에서 방황하며 나의 스윙과 골프를 찾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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