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빈스윙 칼럼

혹시나 했다가 역시나 하는 골프 라운드

빈스 윙 2011. 12. 30. 07:30

골프장에 갈 때면 라이프 베스트 스코어를 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에 한껏 충전되어 있다가 첫 번째 홀에서 그런 기대가 산산이 부서지기도 하고, 끝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라운드 해 보지만 거의 마지막 홀에서 한 가닥 희망이 무너지기도 한다.

 

라운드를 마치고 사우나를 하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해 보면 미스샷도 적당히 했고, 특별히 잘 맞은 샷도 별로 없는 그저 평범한 라운드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골퍼라면 누구나 자신의 실력을 100% 혹은 110% 발휘하여 라운드 하고픈 마음이 있을 것이다. 만약에 자신의 실력을 그렇게 십분 발휘할 수 있다면 그 라운드는 생애 최고의 게임이 될 것이다. 아마도 정말로 환상적이겠지? 하지만 그런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매번 골프장에 갈 때면 기대와 각오 그리고 결심으로 이루어진 그런 환상을 꿈꾸며 나갔다가 라운드를 마치고 나서는 그 환상의 부서진 조각에 마음의 상처만 얻은 체 돌아온다.

 

그럼 무엇이 골프장에 갈 때면 그렇게도 나를 기대에 부풀게 하는 것일까?

 

초보골퍼들은 자신의 골프실력을 냉정하게 평가할 수 있는 능력도 부족하지만, 자신의 실제 실력과 실력의 목표치를 혼동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진짜 자기 실력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모르고 목표치 혹은 기대치만 잔뜩 높여서 라운드에 임하다 보니 매번 역시나 하고 돌아오게 되는 것이다.

 

주말골퍼는 아무리 연습을 한다 하더라도 실제 라운드에서 자시 실력을 100% 발휘할 수 있는 확률이 30% 미만이라는 통계를 본 적이 있다. 무엇을 근거로 그런 통계가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한 라운드에서 14번의 드라이버 티샷 중에서 마음에 드는 샷이 몇 번이나 있는지 세어보면 쉽게 확률을 계산해 낼 수 있을 것이다. 평소 연습장에서의 샷과 비교해서 스스로 굿샷이라고 외칠 수 있는 샷이 과연 몇 개나 있는지 세어 보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나 역시 정말로 30%가 안 되는 것 같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라운드에 나가서는 연습장에서 했던 샷을 기준으로 100%의 실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항상 혹시나 하는 마음을 가지게 된 것이다.

 

연습을 많이 하는 골퍼일수록 골프실력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져서 성취감보다는 자기 상실감이 크다는 말이 있다. 실제 실력과 골프실력에 대한 기대치의 차이가 크면 라운드 후의 실망감도 그 만큼 커져서 골프의 재미를 느끼기 어려워질 것이다. 그래서 골프를 재미 있게 즐기려면 자신의 실력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그에 맞는 목표치를 정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100%의 실력을 발휘하겠다는 생각도 접어야 할 것이다.

 

연습을 많이 하는 골퍼일수록 골프실력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진다고 했지만, 연습을 별로 하지 않는 골퍼 역시 자신의 실력이나 조건을 뛰어 넘는 결과를 원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기대치가 높으면 높을수록 성취감보다는 절망감이 찾아오고 그로 인하여 자신감마저 잃게 되므로 높은 기대치는 골프실력을 성장시키는데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다.

 

대부분의 골퍼들이 싱글골퍼를 목표로 하지만, 실제로 싱글 스코어를 단 한 번만이라도 기록하는 골퍼는 많지 않다. 실제로 싱글골퍼들의 골프에 대한 열정과 노력을 알고 나면 그들이 그냥 싱글골퍼가 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막연히 싱글골퍼라는 기대치를 가지고 있음으로 인해서 매 번의 라운드에서 절망감만 안겨준다면 당장 싱글골퍼라는 목표치를 수정해야 할 것이다.

 

혹시나 했다가 역시나 하는 마음으로 돌아오는 골프 라운드이기는 하지만, 그렇게 혹시나 하는 희망을 품을 수 있기 때문에 골프가 더 매력적인 것은 아닐까? 2011년도 이제는 막바지를 향하고 있다. 힘들었던 한 해를 뒤로하고, 이제 2012년을 희망으로 맞을 준비를 해야겠다. 인생 역시 아무리 힘들어도 희망을 품고 사는 사람에게는 그리 힘들지 않은 법이다.

 

이 글을 읽는 모든 이웃들이 2012년에는 골프에서나 인생에서나 희망하는 모든 것들이 이루어지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