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빈스윙 칼럼

초보골퍼가 감을 잡지 못하는 공과의 거리

빈스 윙 2011. 12. 31. 07:30

너무 가까워도 안되고,

너무 멀어도 안 되는 공과의 거리.

 

(상체)허리를 조금 숙이거나 펴면,

멀어지고 가까워지는 거리.

 

(하체)조금 일어서거나 주저 앉으면,

멀어지고 가까워지는 거리.

 

그런 거리를 단지 양손과 허벅지 사이에 주먹 몇 개가 들어갈 정도의 거리로 표준화 할 수 있을까? 신장이 다르고 팔의 길이가 다르고 스윙궤도가 다른 모든 골퍼들에게 천편일률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표준화된 공과의 거리라는 것이 있겠느냐 말이다.

 

내 생각에는 아마도 양손을 편하게 늘어뜨린 상태에서 허벅지 사이에 주먹이 몇 개 들어갈 정도로 거리를 유지하라는 것은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기준에 불과하므로 그런 기준을 토대로 골퍼 스스로가 공과의 거리를 찾아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너무 멀어서도 너무 가까워도 안 되는 불가근 불가원의 관계가 골퍼와 골프공과의 관계가 아닐까 싶다. 그렇기 때문에 골퍼에 따라서는 공과의 거리를 조절하는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나 역시 처음 골프를 배우면서 나에게 맞는 공과의 거리를 찾으려고 무던히도 애를 썼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공과의 거리라는 것이 허리를 굽히는 정도 혹은 무릎을 굽히는 정도에 따라서 가까워지기도 하고 멀어지기도 하니 나에게 맞는 공과의 거리를 찾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 일관된 어드레스가 없다 보니 어드레스에 따라서 공과의 거리는 달라질 수 밖에 없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처음 골프를 배우면서 그리고 최근까지도 가끔은 골프스윙보다 더 어렵고 아리송하게 느껴지는 것이 몸()과 골프공과의 간격이었다. 나는 주로 공과 멀리 서는 편이었는데, 그 이유가 있다. 비거리가 짧은 나로서는 스윙아크를 크게 하려는 마음에서 공과 멀리 섰는데, 그렇게 공과 멀리 서면서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골프공과 너무 멀리 서면 마음껏 휘두를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겨드랑이가 떨어지면서 스윙의 일관성이 결여되어 방향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리고 그보다도 더 큰 문제점은 스윙을 하는 순간 뇌에서 골퍼와 공과의 거리가 너무 멀다고 인식하게 되면 엎어 치는 아웃-인 궤도의 스윙을 하거나, 뒤꿈치가 들리고 상체가 앞으로 넘어가면서 체중이 앞으로 쏠리는 현상이 나타나 스윙의 밸런스가 무너지기도 한다.

 

반대로 골프공과 너무 가깝게 서면 팔을 원활하게 휘두를 수 없어서 소극적인 스윙을 하게 되어 거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게 될 것이다. 또한 뇌에서 너무 가깝다고 인식하게 되면 부지불식간에 팔을 움츠리게 되어 치킨윙 같은 동작으로 이를 보상하려는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리고 어드레스에서 왼팔이 굽혀지거나 잘못된 손목의 꺾임으로 인해서 공과의 거리가 가까운 상태로 어드레스하게 되었다면 뒤땅이나 쌩크 혹은 톱볼 등의 미스샷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 스윙을 하면서 왼팔과 공의 거리가 달라지면서 공을 맞추기 위한 보상작용으로 인해 스윙궤도가 변하기 때문에 스윙의 일관성이 결여되고 정확하게 공을 맞추기 힘들어진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공과의 거리가 멀어 양쪽 겨드랑이가 떨어지면 일관된 스윙을 하기 어려워질 것이고, 파워를 싣기도 힘들어질 것이다. 반면, 너무 가까우면 팔꿈치가 몸에 붙어서 원활한 회전이 어려워지고 치킨윙 등의 동작을 유발시키므로 골퍼와 공과의 적절한 거리는 원활하고 시원스러운 스윙을 보장할 뿐만 아니라 장타와도 관련이 있다.

 

어드레스에서 공과의 거리에 대한 설명을 주의 깊게 듣고 그대로 정확하게 따라 한다 하더라도 그런 기본 자세에서도 골퍼는 공과의 거리를 어느 정도는 앞 뒤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과연 어느 정도의 거리가 적정한 거리인지 초보골퍼들에게는 충분히 헛갈릴 수 있는 문제다.

 

글 서두에서도 언급했듯이 공과의 거리에 대한 것을 일률적으로 얼마로 해야 한다고 표현하고 싶지는 않다. 골퍼의 신체적인 특징이나 스윙궤도 그리고 스윙 스타일에 따라서 공과의 거리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다분히 골퍼 스스로가 찾아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공과 멀리 서거나 가깝게 서는 것과 함께 생각해야 할 부분이 있다. 자세를 낮춰서 안정적으로 하려고 무릎을 많이 굽히면 공과의 거리도 멀어지게 되고, 클럽의 토우부분이 들려서 이론적으로는 공의 방향이 왼쪽을 향하게 되고, 반대로 거의 서 있는 자세로 어드레스를 하게 되면 클럽의 힐부분이 들려서 공의 방향이 오른쪽을 향하게 될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 어드레스의 자세를 너무 낮추거나 일어선 자세가 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골프에서 공과의 거리가 중요하다면, 인생에서도 중요한 거리가 있다. 초보골퍼들은 공과의 거리에 대해 감을 잡지 못하지만, 인생을 사는 많은 사람들이 대인관계의 거리를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2011년 마지막 날인 오늘, 한 해 동안 조금 더 가까운 거리를 유지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한 사람이 있다면 먼저 한 발 다가서면 어떨까? 짝사랑하던 여인이 있다면 올해가 가기 전에 용기를 내어 고백해보고, 가족들과의 거리가 너무 멀었다면 오늘만큼은 좀 더 가까운 거리에서 새해를 맞아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새해에는 공과의 거리에 대해 감을 잡지 못하는 초보골퍼들이 공과의 거리를 제대로 조절해서 깔끔한 샷을 만들고, 모든 사람들이 서로 먼저 한 발 먼저 다가서서 따뜻한 거리를 유지할 수 있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1년 동안 저의 글을 아끼고 사랑해주신 이웃 여러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