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빈스윙 칼럼

골프클럽을 믿지 못하는 초보골퍼의 마음

빈스 윙 2012. 1. 31. 07:30

평소에는 사방이 꽉꽉 막힌 지하 연습장에서 연습을 하는데 지난 주말에는 오랜만에 사방이 탁 트인 드라이빙 레인지에 가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시원스럽게 스윙연습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54홀 규모의 골프장에 딸린 드라이빙 레인지로 거리가 200미터 이상 되고, 130~140미터 지점부터는 골프공의 회수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오르막 그물로 되어 있어서 마음껏 휘둘러도 좀처럼 반대편 그물까지 공이 가는 일은 거의 없다.

 

나는 이 연습장을 주로 풀스윙 연습과 구질을 확인하는데 이용하고 있다. 그리고 가끔씩은 재수가 좋으면 공을 수거하는 시간에 짧은 러프 정도의 천연잔디(혹은 천연잡초)에서 어프러치 샷을 (공짜로) 연습할 수도 있다. 그리고 프로를 지망하는 학생들이 연습하러 자주 오므로 그들의 스윙을 보면서 연습하는 것이 꽤 도움이 된다.

 

시간제로 계산하지 않고 공을 한 바구니에 90개씩(아주 정확하다) 담아서 주는데, 나의 경우 90개의 공을 치는데 보통은 90분에서 120분 정도의 시간이 걸리고, 3시간이 걸린 적도 있다.

 

공의 개수로 계산하므로 어프러치 샷은 공을 수거하는 시간이 아니면 별로 연습하지 않고 (내가 어프러치 샷을 연습하는 연습장은 따로 있다) 라운드를 하면서 자주 사용하게 되는 클럽을 풀스윙 위주로 연습한다.

 

예를 들면, 드라이버와 하이브리드 그리고 짝수 번호의 아이언(주로 4,6,8) 혹은 홀수 번호의 아이언(주로 5,7,9) 이렇게 5개의 클럽을 연습하는 편이다. 지난 주말에는 홀수 번호의 아이언을 선택하여 9번 아이언부터 빈 스윙 10번에 공을 하나씩 치는 식으로 10개의 샷을 했다.

 

그렇게 해서 7개 이상의 샷이 만족스러우면 통과하는 식으로 연습을 한다. 9번 아이언은 거의 스트레이트로 가볍게 통과했다. 7번 아이언도 평소에 연습을 많이 하는 클럽이므로 쉽게 통과. 5번 아이언은 약간 푸쉬성 샷으로 오른쪽으로 가는 경향이 있었지만 오른쪽으로 휘어지지는 않으므로 그런대로 만족스러웠다.

 

 

그런데 아이언 샷을 연습하면서 아직도 초보골퍼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나의 스윙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것은 다름아닌 힘으로 거리를 조절하려는 생각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9번 아이언은 아주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스윙을 하고, 7번 아이언은 약간의 힘을 실어서 스윙을 하고, 5번 아이언은 공을 멀리 보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아주 세게 치려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다.

 

이렇게 클럽 별로 스윙템포나 리듬이 제각각 달라지면 스윙이 엇박자가 나기도 하고, 팔에 잔뜩 힘이 들어가면서 경직된 스윙을 하기도 하고, 스윙템포가 어느 한 구간에서 갑자기 빨라지기도 하면서 견실한 스윙이 되지 못하는 결과로 나타난다.

 

초보골퍼의 경우에는 클럽 별로도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지만, 거리 별로도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다. 예를 들면 7번 아이언의 평균 비거리가 130미터라면 135미터가 남았을 때는 7번 아이언으로 조금 더 세게 치면 될 것이라는 것이 대부분 초보골퍼들의 생각이다.

 

골프, 몸이 아는 거리와 마음이 아는 거리 - http://blog.daum.net/beanswing/635에서도 언급했듯이 이럴 경우에는 (6번 아이언과 7번 아이언의 연습량이 같거나 대등하다는 가정하에서) 6번 아이언을 잡는 것이 성공적인 샷을 할 확률이 높다.

 

이렇게 클럽 별로 혹은 남은 거리에 따라서 힘으로 거리를 조절하려고 하는 초보골퍼들의 오류는 골프와 클럽에 대한 이해부족에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골프는 골퍼의 힘으로 세게 쳐서 공을 멀리 보내는 게임이 아니다. 만약에 당구에서처럼 스윙에 힘 조절이 필요하다면 골프클럽이 그렇게 많을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골프는 세게 친다고 공이 멀리 나가는 것은 아니다. 초보골퍼의 경우에는 더욱 더 그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보골퍼들이 세게 쳐서 공을 멀리 보내려고 하는 이유는 골프스윙에서의 정확한 임팩트나 골프클럽의 스윗스팟에 대한 개념이 부족하거나 그러한 개념을 간과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골프클럽의 개수가 여러 개인 것은 클럽 제작사가 여러 개의 클럽을 팔아서 떼돈을 벌기 위함이 아니다. 비거리는 골프클럽에 맡기고 모든 클럽의 스윙을 일정한 리듬과 템포로 유지할 수 있는 연습이 필요한 것이 나를 포함한 초보골퍼들이 해결해야 할 과제 중에 하나일 것이다.

 

신뢰와 믿음이 골프실력을 향상시킨다 - http://blog.daum.net/beanswing/638에서 골프장비에 대한 믿음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초보골퍼의 경우에는 자신의 스윙도 믿어야 하겠지만, 자신의 스윙보다 골프클럽이 더 믿음직하지 않을까? 자신의 스윙을 힘으로 조절하려고 하기 보다는 골프클럽을 믿고 의지하는 것도 초보골퍼가 골프를 즐기는 지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