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빈스윙 칼럼

제발 말 좀 들으세요

빈스 윙 2010. 7. 22. 15:30

"제발 말 좀 들으세요"

 

처음 골프를 배울 때, 레슨프로가 나에게 하고 싶었던 말일게다.

근데, 내가 말을 듣지 않은 것이 아니라, 몸이 말을 듣지 않았었던 건데...

프로는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리고 나도 지금은 할 말이 있다. 자기야 몸이 유연한 어린 시절부터 골프를 시작했으니, 이미 몸이 굳어지기 시작한 새내기 골퍼의 몸과 마음을 알 길이 없을 수도 있다. 옛날을 회상하며 내가 아니 내 몸이 어떤 말을 안 들었는지 되새겨 본다.

 

1) 똑딱이를 가르친다. 똑딱볼만 치다 보면 욕심이 생겨서 풀스윙도 해보곤 했는데, 프로에게 딱 걸려서 말 안듣는다고 한 소리 들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 당시(IMF 발생 약 한 달전 - IMF로 인해 한 달 배우고 그만두었음) 대부분의 프로들은 똑딱볼부터 가르쳤던 것 같다. 똑딱볼을 치라는데 풀스윙을 한 것은 내 욕심때문이다. 몸이 말을 안들은 것이 아니라 내가 말을 안 들은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내가 레슨프로라면 똑딱볼부터 가르치지 않을 것이다. 똑딱볼은 볼에게 마음을 빼앗겨 볼을 때리게 하는 연습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똑딱볼로는 절대로 휘두르는 스윙을 할 수가 없다. 과연 똑딱볼은 무엇을 위한 연습인지 지금도 알 수가 없다. 숏게임 연습인가? 7번 아이언으로 하는 숏게임 연습? 글쎄...

 

2) 헤드업 하지 마세요. 입에 침이 마르도록 얘기한다. 나도 안다. 내가 헤드업하는 것을. 근데 안 된다.

 

나에게는 두 가지의 헤드업이 있었다. 그 중 한 가지가 퍼팅할 때의 헤드업인데, 공이 굴러가는 방향을 보려고 헤드업 한 것 인정한다. 이것은 나의 욕심(호기심?? 또는 궁금증??)을 제어하지 못해서 생긴 일이다.

 

또 한가지는 스윙을 하면서 하는 헤드업인데, 이건 좀 다르다. 물론 어느정도 날아가는 공을 보고 싶은 마음도 있겠지만, 몸통과 어깨와 팔이 굉장한 속도로 회전을 하는데 머리는 고정된 상태로 있게 하기가 어려운 이유는 목이 부러질까봐 몸통/어깨/팔의 회전과 함께 같이 회전하는 신체의 자기방어적인 측면 또한 크다. 즉, 본능적인 것 일수도 있다는 것이다.

 

내가 말을 듣지 않은 것이 아니라, 본능에 충실한 것이고, 프로는 나에게 골프는 본능을 제어하는 운동이라는 것을 가르쳐 주지 않았을 뿐이다. 그리고 몸통/어깨/팔이 무지막지한 속도로 회전을 하더라도 목이 부러지지는 않는다고 알려 주지 않았을 뿐이다.

 

3) 엎어치지 마세요. 나도 안다. 다운스윙시에 클럽이 2시 방향에서 들어오는 어렴풋한 느낌을 갖고는 있었다. 근데, 왜 엎어치게 되는지는 안 알려주시나요?

 

원인은 안 알려 주고, 결과만 가지고 하지 마라고 하니, 사람 미칠 노릇이다. 상체로 스윙을 하고, 다운스윙에서 겨드랑이가 떨어져서 내려오고 코킹을 했는지 안 했는지 다운스윙을 시작하자 마자 다 풀려버린 상태에서 내려오고... 등등등. 내가 엎어치는 이유가 너무 많아서 한꺼번에 빨리 가르치려고 결과만 가지고 하지 말라고 했나?

 

4) 풀스윙의 6~70%정도의 힘으로 스윙하세요.

 

멀리 보내는 것이 더 유리한 것 아닌가? 왜 힘을 아껴? 100미터를 보낼 수 있는 클럽을 가지고 6~70%의 힘으로 치면 6~70미터 밖에 안 가잖아?

 

근데, 사실은 100미터 또는 그 이상 간다. 당시에 확인을 하고도 6~70%의 힘으로 치는 것이 지금도 힘들다. 원인은 욕심.

 

5) 힘 좀 빼세요.

 

참내.도대체 어떻게 어느 부분의 힘을 빼라는 얘긴지. 이건 프로의 말을 들을래야 뭘 알아야 듣지. 이 때, 빈 스윙을 알려 주었으면 어떻게 힘을 빼라는 얘긴지는 알아 들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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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지금 내가 모든 것을 잘 하고 있지는 않다. 그저 그 당시 답답했을 프로의 마음을 생각하면서 몇 자 적어 본 것 뿐이다. (답답하기는 나도 마찬가지 였지만)

 

왜 이렇게 가르치는 자나 배우는 자가 답답한 수업을 해야 할까? 골프라는 운동의 본질에 접근하는 방법의 차이에서 오는 괴리감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립 / 어드레스 / 백스윙 / 테이크 백 / 다운스윙 / 임팩트 / 릴리즈 / 피니쉬. 이렇게 다 쪼개어서 가르치는데서 배우는 자는 어렵게 느껴진다. 스윙은 하나다. 그냥 휘둘러라 이렇게 가르치면 골프가 더 쉬워질 것 같은데... 이유는 스윙은 그냥 작대기 휘두르는 행위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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