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빈스윙 칼럼

골프를 사행산업으로 착각하는 건 아닌지?

빈스 윙 2012. 2. 28. 07:30

지난 주 23일 헌법재판소가 골프장 입장 시 1인당 12000(교육세, 농어촌특별세를 포함하면 19200)의 개별소비세를 부과하는 것은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지난달 25일 회원제 골프장에 부과되는 개별소비세가 과세의 적법성 및 타 스포츠의 입장 행위 등과의 차별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과세의 정당성을 상실한 것으로 판단한 의정부 지방법원 제1행정부가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것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것이다.

 

헌재는 "개별소비세는 세수 확보는 물론 사치성 소비에 상응하는 조세부과를 통해 과세의 형평성을 도모한다는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어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작년에 라운드를 하러 가는 골프장마다 개별소비세 폐지 서명운동을 했다. 그 때는 막연히 개별소비세가 폐지되면 그린피가 내려가겠거니 하면서 서명운동에 동참을 했는데, 오늘 조금 더 자세히 알고 싶어 개별소비세법을 살펴보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첫째, 헌재의 이번 결정문을 보면 골프를 사치성 소비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개별소비세법 제1조에 나와있는 개별소비세를 부과할 장소에 스포츠 시설은 오직 골프장 밖에 없다. (경마장과 경륜장 등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직접 즐기기 위한 것보다는 사행성 오락을 즐기기 위한 것이므로 논외로 한다.)

 

현재 골프는 연간 이용객이 2600만 명을 상회하고, 3~400만 명에 달하는 국민이 즐기는 스포츠다. 그리고 아시안 게임은 물론 올림픽에도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스포츠를 사치성 소비로 규정한다? 이건 뭔가 이상하다. 전 국민의 10%에 해당하는 골퍼들을 국가가 사치성 소비자로 내모는 격이다. 그리고 골프는 생활체육으로 지정되어 시,군,구 생활체육회에서 관련 프로그램을 교육하고 있다. 생활체육으로 지정된 스포츠가 사치성 스포츠다? 정말 이해하기 힘들다.

 

물론 이 법이 만들어졌던 1970년대에 골프장을 출입하는 것은 사치성 소비로 인식될 수 있다. 하지만 1인당 국민소득이 200달러에 불과했던 시절에 만들어진 법이 1인당 국민소득 2만불 시대에 적용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정부가 보는 사치는 한 번 사치는 영원한 사치란 말인가?

 

골프가 사치성 소비라면 굳이 여기서 거론하지 않아도 사치성 소비로 규정할 수 있는 스포츠는 골프 외에도 많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 측면에서 골프장의 개별소비세는 다른 스포츠와의 형평성에서 차별을 받고 있으니 분명히 위헌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개별소비세법 제1개별소비세를 부과할 장소를 보면 골프를 제외한 모든 업종이 사행성 산업이다. 관련 조항은 다음과 같다.

 

개별소비세법 제1조, 과세대상과 세율

③ 입장행위(관련설비 또는 용품의 이용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에 대하여 개별소비세를 부과할 장소(이하 "과세장소"라 한다)와 그 세율은 다음과 같다. <개정 2008.12.26>

 

1. 경마장 1 1회의 입장에 대하여 650

2. 삭제 <2000.12.29>

3. 투전기를 시설한 장소 1 1회의 입장에 대하여 13천원

4. 골프장 1 1회의 입장에 대하여 19200

5. 카지노 1 1회의 입장에 대하여 65천원(「폐광지역개발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11에 따라 허가를 받은 카지노의 경우에는 1 1회의 입장에 대하여 4550). 다만, 외국인에 대하여는 1 1회의 입장에 대하여 2600

6. 경륜장(경륜장)ㆍ경정장(경정장) 1 1회의 입장에 대하여 260

 

*** 2번에 삭제된 부분이 어떤 내용이었는지 궁금한데 혹시 아시는 분은 댓글을 달아 주시기 바랍니다. (2010년에 개정된 것을 모르고 포스팅했습니다. 개정된 법 규정은 아래 댓글을 참고바랍니다.)

 

 

카지노업, 경마, 경륜, 경정 등은 '사행산업 통합감독위원회법' 제2 1항에 규정된 사행산업이다. 사행산업이라 하면 우연에 의하여 이용자에게 재산상의 이익과 손실을 주는 행위를 하는 산업으로 정의된다. 한마디로 간단하게 정의하면 도박을 합법화시킨 것이다.

 

이러한 사행산업에 부과되는 세금에 스포츠 중에는 유독 골프만 끼어있는 것이 이상하다. 그리고 골프를 마치 사행산업으로 보는 것 같아 기분이 별로 좋지 않다. 아무리 골퍼들이 라운드를 하면서 내기골프를 친다고 하더라도 골프를 사행산업과 같은 부류에 포함시키다니 정말 할 말이 없다. 골퍼들이 내기골프를 그만 두면 개별소비세 부과장소에서 골프장을 제외시켜 주려나?

 

배상문 선수가 처음 출전한 월드골프챔피언십(WGC) 액센추어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 세계적인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8강까지 오르고, 그제 막을 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HSBC 위민스 챔피언스에서는 신지은, 최나연 선수가 준우승을 차지하였다.

 

최경주 선수의 2011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 유소연 선수의 US여자오픈 우승, 양용은 선수의 PGA 챔피언십 우승 등 한국()선수들이 한국골프의 위상을 전세계에 알리는 것과는 달리 한국의 골프세제는 뒷걸음질 치고 있는 것 같아 씁쓰름하다.

 

그나마 이번 헌재의 결정에서 2명의 재판관은 위헌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는데 그 속에서 작은 희망의 불씨를 살려 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