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빈스윙 칼럼

초보골퍼, 숏게임 연습을 많이 해야 하는 이유

빈스 윙 2012. 3. 14. 07:30

연습장에 들어서면서 ‘오늘은 절대로 드라이버를 잡지 않겠노라. 숏 아이언과 웨지만 연습하리라.’ 다짐을 해본다. 하지만 옆에서 드라이버를 뻥뻥 쳐대는 것을 보면 그 유혹을 이기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딱 열 개만 치자며 잡아든 드라이버. 잘 맞으면 기분이 좋아서 계속 치게 되고, 잘 안 맞으면 잘 맞을 때까지 치게 되는 것이 다반사다 보니 어느 새 한 박스 약 100개의 공을 쳐버린 나를 발견한다.

 

초보골퍼일수록 드라이버 샷을 더 연습하는 이유로 초보골퍼에게는 ‘드라이버도 한 타, 숏 게임도 한 타’ 라는 말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글(연습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드라이버만 때려 대는 이유 - http://blog.daum.net/beanswing/28)을 쓴 적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초보골퍼는 드라이버 샷을 안정적으로 치기 위해 연습을 하는 것도 있지만, 거리를 조금이라도 더 보내기 위해 연습을 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어떤 레슨프로는 골퍼들을 가르치기 전에 ‘거리 포기 각서’ 라는 것을 받기도 한다는데, 거리에 집착하는 것으로 인해서 골프를 바라보는 관점이 왜곡되고 스윙이 망가지는 (초보)골퍼들의 현실을 직시한 조치라고 생각된다. (여기서 골프를 바라보는 관점이 왜곡된다는 것은 거리에 집착하게 되면 공을 멀리 보내는 게임이라고 골프를 오해할 소지가 있다는 말이다.)

 

초보골퍼라도 드라이버 샷을 오비가 나지 않을 정도로 칠 수 있게 되면 드라이버 샷 연습보다는 숏게임의 비중을 늘려야 한다. 드라이버 샷을 오비가 나지 않을 정도로 치게 되면 드라이버 샷과 숏게임의 긴장도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숏게임이 높아진다.

 

왼쪽 그래프는 초보골퍼와 고수의 클럽별 긴장도를 나타낸 것이다. A, B 영역은 초보과 고수의 긴장도 차이를 나타낸다.

 

B영역은 초보골퍼가 드라이버 샷을 오비가 나지 않을 정도로 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긴장으로 인해 실수를 하는 영역으로 볼 수 있다.

 

그럼 A영역은 고수가 긴장으로 인해 실수를 하는 영역일까? 아니다. A영역은 고수가 긴장감 속에서도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한 연습량을 나타내는 영역이다.

 

초보골퍼들도 숏게임 연습을 해야 하는 이유는 온탕/냉탕으로 스코어를 잃지 않기 위해서기도 하지만, 좀더 본질적인 이유는 홀과 가까워질수록 긴장도는 높아지고 정확도는 더욱 요구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숏게임은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 영역이다. 만약에 실수를 하게 된다면 실수를 만회할 방법이 없다. 그냥 한 타를 까먹는 것이다. 다행히 운 좋게 그 다음 샷이 그대로 홀로 빨려 들어가준다면 다행이지만 숏게임에서의 실수는 무조건 한 타를 까먹게 되는 것이 초보골퍼의 현실이다.

 

골프, 장타자만 정상에 오르는 것은 아니다 - http://blog.daum.net/beanswing/629에서도 언급했듯이 골프는 비거리보다는 숏게임에서 승부가 판가름 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드문 경우이기는 하지만 타이거 우즈나 필 미켈슨처럼 비거리도 많이 나고 숏게임도 잘하는 선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도 숏게임에서 꼬이기 시작하면 속수무책인 것을 여러 경기를 통해서 보여주었다.

 

지난 12일 막을 내린 WGC-캐딜락 챔피언십 18번 홀에서 부바 왓슨은 티샷을 나무 사이 러프로 보내 어려운 상황을 맞았지만, 절묘한 펀치샷으로 공을 홀컵 2미터 거리에 보내 버디 기회를 맞았다. 버디를 성공시키면 연장전으로 갈 수 있는 상황에서 왓슨의 공은 홀을 살짝 빗나가며 준우승에 머물러야 했다. 부바 왓슨은 미PGA 투어에서 손꼽히는 장타자지만 단 한 번의 숏퍼팅을 놓치면서 우승 기회를 날려 버린 셈이다.

 

이 정도면 초보골퍼들이 숏게임 연습을 많이 해야 하는 이유로 충분하다고 생각되지만, 한 가지만 더 언급한다면 숏게임을 잘 하는 골퍼는 장타자의 기를 죽일 수 있기 때문이다. 소위 말하는 기선제압을 드라이버 샷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느긋하게 3온을 하고도 홀에 가깝게 붙이는 숏게임을 해서 1퍼트로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것이다.

 

숏게임에 약한 골퍼들은 환상적인 숏게임으로 장타자들의 기를 죽이는 묘미가 그 얼마나 짜릿한지를 모른다. 오늘부터 그 짜릿한 묘미를 느껴 볼 준비를 해 보는 것은 어떨지 초보골퍼들에게 조심스럽게 제안해 본다.